‘여주인공 대사 완전 사이다!’ '지금 상황 너무 고구마 같다..'
2017년 인터넷상 댓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말이다. ‘사이다’란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속이 뻥 뚫리는 상황 등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그리고 '고구마 같다'라는 표현은 답답한 행동이나 상황을 고구마에 비유한 것으로, '사이다'의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유행어와 신조어는 특정 시대의 동향이나 대중문화 등을 파악하는 방법의 일종이 된다. 한 시대의 유행어는 그 시대의 문화를 바탕으로 생성되고 그 문화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이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의 유행어와 신조어, 그리고 시사용어 등을 유심히 살펴보면 실업문제 등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영하거나 국민의 불안감이 증대하고 있는 세태 등을 드러내는 단어가 유독 많다. 2017년 사회 모습과 사람들의 인식을 담고 있는 유행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헤쳐 보았다.
첫 번째 용어는 '1코노미'이다. '1코노미'란 1인과 경제를 뜻하는 economy의 합성어로 혼자만의 소비 생활을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신다는 의미의 '혼밥', '혼술'과도 일맥상통하는 신조어로,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세태를 보여준다. '1코노미'라는 신조어를 통해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물건의 인기가 상승하는 등의 소비 경향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이 생산, 판매되기도 하고 문화적 측면에서는 '혼술'이라는 문화를 중심 소재로 한 드라마가 제작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전에는 집단주의적이고 공동체적인 우리나라 문화가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화해간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반면 혼자 하면 눈치 보이고, 부끄러웠던 일들이 이제는 존중받고 이해받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도 적지 않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라는 표현도 최근 들어 자주 사용되는데 이불 밖, 즉 집 밖보다는 집 안이 더 안전하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각종 사건 사고가 늘어남에 따라 증대한 국민의 불안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부터 '꽃길만 걷자'라는 말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꽃길만 걷자'는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란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흔히 대중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때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이 단어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걱정이 가득한 사회에서 희망을 찾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꽃길만 걷자'라는 말은 노래 제목이나 가사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현실 극복 의지 등 긍정적인 인식이 노래와 댓글을 통해 확산하는 것은 좋은 문화라고 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팩트 폭력' 또한 2017 유행어로 자리 잡고 있다. '팩폭'이라고 줄여서 쓰이기도 하는 이 유행어는 팩트로 폭력 한다는 뜻으로 사실을 기반으로 상대방의 정곡을 찔러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팩트 폭력'은 요즘 사람들이 이전에 비해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예의 없이 표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2017 이 시대에서는 할 말이 있으면 속 시원하게 다 하는 것이 대세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경우 '걸 크러시'라는 또 다른 유행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성채리기자]
유행이란 특정한 행동양식이나 사상 따위가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의 추종을 받아서 널리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유행어 또한 특정 사상이 한순간 퍼지고 금방 사라지기도 하는 일시적인 말이다. 유행어는 언어파괴가 발생하고 대화가 지나치게 가벼워진다는 점과 특정 집단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집단이나 세대 간 의사소통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주고 어느 정도 필요한 소속감과 유대감,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유행어는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또한 유행어를 통해 특정 시대의 행동양식과 사회에 퍼져있는 사상 등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행어는 사회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별생각 없이 유행어를 써 왔다면 이제부터는 그 유행어의 유래와 담겨있는 의미를 생각해보며 사용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4기 성채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