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공=디지털 교도소,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속죄', 범죄자에게 꼭 필요한 단어이지만 이뤄지기도 어려운 단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여러 추악한 범죄들이 일어났지만 약한 처벌과 보수적인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두고 많은 시민들이 분노한 가운데, 그 시민들의 이목을 끈 한 사이트가 있다. 바로 '디지털 교도소'다. 악성 범죄자의 사회적인 심판을 위해 직접 신상 공개를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디지털 교도소,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디지털 교도소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살인, 폭행, 사기 등 범죄의 종류 별로 나뉜 카테고리와 실시간 인기 페이지, 사람들이 범죄자들의 신상 정보를 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실시간 채팅창 등 마치 하나의 박물관을 보는 기분을 들게 한다. 범죄자의 신상 정보 페이지에 접속하면 이름과 얼굴은 물론 그 사람의 SNS 주소와 과거사, 심지어 전화번호까지 공개가 되어있는 페이지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신상 정보 페이지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강남 전 여자친구 살인 사건의 가해자 등의 정보는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의 가해자 신상 정보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눈에 띄는 한 페이지도 볼 수 있었는데, '향정신성 식물 솜방망이'라는 제목의 페이지엔 이 식물이 판사를 '마인드 컨트롤'하여 약한 판결을 내는 무기라면서, 밑엔 마인드 컨트롤 피해자라는 키워드로 여러 판결이 논란이 되었던 사건들의 담당인 전·현직 판사의 신상 정보도 올라와 있었다.
[이미지 캡쳐=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24기 김진원기자, 기자가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에게 질문하는 모습]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A씨는 <청소년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위법성 논란에 대하여 "사법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디지털 교도소가 다시 부활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지난 문제점 중 하나인 정보의 신뢰성과 무고한 사람의 신분을 아무렇지 않게 올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지난 운영진이 제대로 검토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기에 최대한 검토를 거듭하여 올릴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사이트 운영자는 지난 운영진의 범죄 사실과 지난 운영진과의 관계, 만일 무고한 시민의 신상을 올렸을 경우의 대응 방법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디지털 교도소의 첫 등장은 지난 2020년, 한 30대 남성 이 씨가 처음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 또한 마약 및 불법 도박 혐의를 받으며 인터폴에 적색 수배 중이었던 인물이었으며 설립의 이유도 정의감이 아닌 자신에게 비협조적인 사람들에 대한 인격 살인이 목적이었던 것이 밝혀져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또한 여러 잘못된 신상 공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수도 증가했고 결국 신상이 공개된 인물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나타나자 사회에선 사적 제재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하지만 여러 논란으로 인해 결국 폐쇄되었던 이 디지털 교도소가 현재 2024년 다시 등장했고, 이 디지털 교도소를 환영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4년 간 사법 불신이 굉장히 팽배한 탓이기 때문일까.
최근 디지털 교도소가 다시 등장한 것을 확인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선 디지털 교도소의 사이트 폐쇄를 명령하고 이에 대해 다시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결국 지난 13일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접속 차단 결정이 내려졌다.
사적 제재에 대한 끝없는 논란은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정의로운 히어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악랄한 범죄자로 보일 수 있는 디지털 교도소의 운명은 한국 사법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부활한 디지털 교도소가 일깨워준 사적 제재에 대한 논란은 무슨 결론으로 끝나게 될까.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24기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