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공=학대견을 돕는 사람들의 모임,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지난 3월 2일, 여자친구 A씨는 남자친구 B씨로부터 충격적인 메시지를 전송받았다. A씨가 기르던 반려견 '제니'가 종량제 봉투에 담겨 있는 사진과 함께 A씨 때문에 반려견은 죽는 것이라는 남자친구 B씨의 연락이었다. 충격적인 연락에 A씨는 B씨에게 반려견의 위치를 여러 차례 물었으나 B씨는 대답하지 않았고, A씨는 신고를 할 시 더 위급한 상황이 일어날까 두려워 신고도 하지 못한 채 B씨에게 계속해서 반려견의 생사를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B씨는 A씨에게 끝내 반려견의 위치는 물론 생사까지 답해주지 않았고, A씨의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알린 후 신고하였다. 경찰이 A씨와 B씨가 동거하는 집으로 출동했을 땐, 이미 반려견 제니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비극의 시작은 함께 동거를 시작했을 때라고 한다. 동거를 시작한 후부터 여자친구 A씨는 남자친구 B씨에게 심각한 집착에 시달리고 있었다. B씨는 어느 누구도 쉽게 만나지 못하게 했고, 네일 아티스트가 직업인 A씨에게 일에 지장이 있을 만큼 연락을 취하며 A씨는 지쳐갔다. 결국 A씨는 A씨의 어머니에게 연락하여 자신의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데 남자친구가 아무도 못 만나게 하니 엄마가 자신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하여 A씨는 가까스로 집착의 늪에서 빠져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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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나와 친구들을 만나는 사이에도 B씨의 집착은 계속 되었고, 참다 못한 A씨는 B씨에게 이별을 고했다. 이별 통보를 받은 B씨는 격분하여 A씨에게 동거하던 집에 있던 A씨의 반려견 '제니' 를 종량제 봉투에 담은 사진과 함께 "너 때문에 제니는 죽는거야" 라는 채팅을 보냈다. 불과 A씨가 집을 나선 지 하루 남짓 되는 시간 만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종량제 봉투에 담긴 사진을 보아 강아지의 얼굴 주변에 습기가 가득하고, 비닐이 강아지에게 상당히 밀착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폭력을 가한 후 죽기 전에 비닐에 넣고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반려견 '제니' 의 마지막 행적은 3월 2일 오후 8시, B씨가 종량제 봉투를 들고 김포시 구래동 인근 쓰레기통에 집어던진 후 10분 뒤 다시 나타나 버렸던 종량제 봉투를 다시 들고 사라지는 것이 마지막이다. 경찰에 체포되어 B씨는 "자신이 반려견을 죽였다", "유기를 할 땐 살아있었다", "맥도날드 공터에 버렸다"는 등 계속해서 말을 바꾸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위치 특정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 3월 9일 경찰의 CCTV 역추적을 통해 마침내 마지막 반려견의 위치는 특정됐다. 하지만 이미 수거가 되어버려 반려견은 결국 찾을 수 없었다.
동물보호단체 학사모(학대견을 돕는 사람들의 모임)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동물 학대 사건은 다른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학사모 관계자는 "범죄 분석 저널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한 적이 있는 사람은 살인, 절도, 폭행 등의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일반 시민보다 약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실제로 여러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 대부분이 어렸을 때나 청소년기 때 동물을 학대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한 남성의 도 넘는 집착으로 인해 결국 2kg 남짓되는 작은 생명이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으로 학사모를 포함한 여러 네티즌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A씨는 현재 반려견에 대한 죄책감과 공포 등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반려견의 사체도 발견되지 않은 지금, A씨는 정말 반려견이 죽었다면 사체라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B씨에게 간곡히 부탁을 하고 있다. 스토킹 사건과 동물 학대 사건이 합쳐진 기이하고도 끔찍한 이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미흡한 동물학대 처벌 수위의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22기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