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23기 정서영기자]
막말과 고성이 자주 오가는 국회에 바른 언어를 써 상을 받은 의원이 있다. 바로 안양 동안갑을 지역구로 둔 민병덕 의원이 그 주인공. 그는 지난 달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 주는 바른정치언어상을 수상하며 모범적인 의정 활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또 민 의원은 지역 현안을 챙기는 것은 물론 소상공인 지원법을 대표 발의하며 민생 정책 입법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기자는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안양 동안갑)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민 의원과의 일문일답.
Q.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셨고, 변호사 활동을 하시다가 국회의원이 되셨다. 의원님이 정치인이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
중학교 2학년 때 국사 선생님께서 우리나라 지도를 보여주시며 하셨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한반도와 면적이 비슷한 영국이 세계를 제패하기도 했다. 그들보다 여러모로 부족하지 않은 우리 민족이 그만큼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분단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우리 민족이 더 잘 살고 번성하기 위해서는 분단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나중에 자라서 그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무렵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접하면서 통일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때부터 정치인의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Q. 현재 안양 동안갑 지역구를 맡고 계신다. 지역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
안양은 예전에 포도밭이 많은 농촌이었습니다. 안양 내 평촌 신도시 역시 원래 논이었고 벌판이 있는 마을이라고 하여 벌말로 불렸습니다. 이후 1970~80년대에는 하천 주변에 공장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이처럼 농촌이었던 안양은 공장 중심의 도시로 발전하였습니다. 지금은 공장들이 많이 빠져나가고 주택가가 들어서면서 과거에 비해 환경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문제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환경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안양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당면 과제입니다. 기업체가 많이 들어와야 일자리가 생기고 세입도 늘어나서 주민복지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안양을 스마트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탠포드 대학교 옆에 있는 실리콘밸리처럼 풍부한 연구인력에 대한 지원을 통해 첨단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관악산을 사이에 두고 서울대학교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비산동, 관양동 지역은 발전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위해 안양종합운동장역과 서울대입구역을 직접 연결하는 서울대-안양 직통선을 뚫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안양의 교통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서울대 캠퍼스와 안양의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이곳을 실리콘밸리와 같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지하철 4호선만 지나는 인덕원역에 GTX-C노선과 월곶-판교선(월판선)이 몇 년 내로 개통 예정이며, 인덕원-동탄선(인동선)이 내년 착공됩니다. 모두 완공되면 이곳에 총 4개 지하철 노선이 지나게 됩니다. 이러한 인덕원의 우수한 교통인프라와 서울대-안양 직통선을 이용하면 안양에 서울대 공대 연구진이 연구할 수 있는 센터를 구축함으로써 안양을 대한민국의 최첨단 도시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거 농촌과 공업도시를 거쳐 현재 환경이 좋은 주거 중심 도시인 안양이 베드타운을 뛰어넘어 우수한 교통인프라, 최첨단 기술,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의원님은 '소상공인 인력지원 특별법'을 대표 발의해 국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소상공인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저는 정무위원회에서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무위원회는 국무조정실, 국무총리실 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무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비중으로 처리하는 중요 업무 분야는 금융입니다. 구체적으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시중 은행과 증권 및 보험회사,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무위원회에서 소상공인 보호와 관련되는 일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소상공인 보호 업무는 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위원회(산자위)에서 맡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된지 1년이 지난 2021년 초에 집합제한, 집합금지 조치가 있었는데요. 당시 정부는 소상공인들에게 방역지원금만을 지급했습니다. 실제로 그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습니다. 집합금지로 인해 장사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장사하는 분들은 가게에서 매출을 올려야 생계를 유지하고, 직원 월급도 주고 세금 등 공과금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분들의 영업을 제한하면서 방역지원금만 주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안양지역에서 간담회를 하면서 주민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울분을 접하면서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저는 ‘코로나 손실 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게 되었습니다. 법안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과 협의하고 각종 간담회를 거치고 동료의원들과 토론을 하면서 필요한 조문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소상공인의 수를 700만 명으로 잡아 산출된 손실보상금액은 약 100조 원이었습니다. 필요한 예산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청와대는 기획재정부에서 반대를 한다면서 난색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의 해외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해외교포분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이렇게 수집된 사례를 동료의원들과 공유했습니다. 결국 당 지도부에서 뜻을 모아주었고 이 법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법은 특별법 형태가 아니라 기존의 소상공인 지원법 내의 조문을 몇 개 바꾸는 형태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완전한 보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코로나 기간 동안에 많은 분들이 폐업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을 돕고 그분들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것이 저의 이념이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 당을 설득하여 전국 소상공인위원회를 만들었고 제가 공동위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소상공인 인력지원법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30만개의 프랜차이즈가 있는데요. 가맹사업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같은 모바일쿠폰으로 매출을 올리는 프랜차이즈 업주는 45일 지나 입금을 받기 때문에 부담이 큽니다. 연 3조원이 넘는 매출이 그런 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가맹점주, 가맹본사, 카카오톡, 모바일 업체를 모두 불러서 상황을 파악해보니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카드수수료가 3~5%에서 1%로 줄어든 대신에 높은 비중으로 늘어나는 모바일쿠폰의 수수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합니다. 또한 가맹본사가 가맹점주에게 행하는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을의 협상권”, 즉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하고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런 것들이 실질적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일입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23기 정서영기자]
Q. 다음으로 청소년의 참정권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권자 연령은 만 18세다. 유권자의 연령을 오스트리아처럼 만 16세로 더 낮춰야한다는 의견이 있다. 청소년이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지만, 의원님은 앞으로 유권자의 연령을 하향하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유권자의 연령을 하향하는 기본 방향에 동의합니다. 문제는 언제 하향할 것인지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만 18세부터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당가입 가능연령은 만 16세입니다. 16~18세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아 정당에 가입을 할 수 있습니다. 저의 둘째딸도 만 17세인 고2 때 정당가입을 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정당가입과 같은 정치적 훈련을 쌓는 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아직 학생이라면서, 다시 말해 유권자가 아니라면서 선거홍보물을 받지 않는 청소년들을 접한 적이 많습니다. 우리는 유권자로서 권리가 생길 때 비로소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게 됩니다. 권리를 갖고 있지 않으면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이 누군지도 잘 모릅니다.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우리가 그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할 것인지 등과 같은 문제에 무관심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청년층보다는 노인층이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습니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투표율이 높은 연령층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년을 포함한 청년층이 자신들과 관련된 정책과 공약을 많이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투표율을 높여야 할 것이고, 유권자 연령을 더 낮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러한 것들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Q. 오늘날 ChatGPT 등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 변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안겨주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일자리 감소, 기존 직업의 소멸, 그로 인한 인간소외 현상뿐만 아니라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적 양극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정치가 미래에 우선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어떤 기술이 발전하면서 부작용이 있다고 하여 그 기술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술개발이 이뤄지더라도 기술개발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여기에서 가장 큰 핵심은 기술개발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분배하는 문제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I 또는 로봇이 공장에 많이 도입되어 기존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시스템을 잘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10시간이 걸리는 일을 로봇의 도입으로 5시간에 끝낼 수 있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생산성 제고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한 이익을 분배해야 합니다. 분배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면, 현재 주5일제를 주4일제로 바꾸고, 2교대를 3교대로 바꾸는 등 노동시간을 단축하게 되면 그만큼 일자리를 줄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산성이 높아진만큼 월급은 유지하거나 더 높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근로자들이 소비자로서 구매력이 생겨서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으로 생기는 이익을 시스템적으로 잘 분배하지 못할 때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정치의 방향과 시대정신은 각자도생의 능력주의 사회가 아니라 '연대와 협력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에 <택배기사>가 있습니다. 환경이 오염되어 산소 배달이 필요한 미래도시에서 잘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 벽을 쌓고 살아갑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와 같이 심화되는 빈부격차의 문제를 그리는 작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이 이익을 독점하는 문제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독점을 낳고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문제를 '기술발전으로 인한 이익분배'의 과제로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치학에서는 정치를 사회의 희소한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이처럼 정치는 배분의 문제, 즉 배분을 어떻게 잘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합니다. 그렇게 키워진 사회의 가치가 잘 분배되어야 사회구성원의 행복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Q. 양당정치의 문제점에 관한 질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을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이 두 정당이 사실상 국회를 지배하고 있는데 두 정당 간 대립이 극심해서 토론이나 타협에 의한 정치가 실종되고 극도의 혐오와 분노의 정치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있다. 민 의원은 상대당에 대한 정치적 공격보다는 민생을 위한 입법활동에 매진하셔서 ‘민생투사’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신데, 양당정치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고 정치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저는 지난 11월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 주는 바른정치언어상을 받았습니다. 비판을 하면서도 품격있는 정치언어를 쓰는 정치인에게 수여하는 상이죠. 정치언어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만으로 양당정치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양당정치에서도 서로가 타협을 잘하고 생산성 있는 정치를 하면 좋을텐데 대체로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선택지가 두 개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당이 잘해서 선택받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대당이 잘하지 못해서 선택받는 반사이익의 경우가 현실적으로 더 많습니다. 문제 해결을 잘해서 지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반사이익을 누리는 정치으로는 사회가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둘만 있으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셋이 있으면 그중에서 잘하는 당을 택할 수 있습니다. 둘이 부딪힐 때 중재자의 역할도 필요합니다. 정반합의 생산성있는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이 다당제이며 연합정치입니다. 선거제도와 관련하여 토론회에 많이 나가고 있는데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다당제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연합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당정치의 구조를 깰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를 공격하는데 전념하는 혐오의 정치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비전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더욱 생산성 있는 정치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당이 집권하는 것보다 연합정권이 더욱 강력한 이유는 한 개의 두꺼운 매보다는 여러 개의 얇은 매가 모인 것이 훨씬 강한 이치와 비슷합니다. 연합이 강한 이유는 연합이 되기 위해서 상대 당이 가진 핵심적인 내용을 들어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 당이 주장하는 것의 전부를 요구할 수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상대 당에 요구함으로써 정책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정치가 오만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인정하게 되고 내가 가진 것의 일부를 양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양보와 타협이 일어날 수 있고, 국민에게 편익이 생길 수 있습니다.
Q. 이번 국정감사에서 우수의원상도 받으시고 소상공인 지원 등 다양한 입법활동을 하셨다. 국회의원이 되신 후에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셨나.
저는 변호사 활동을 할 때도 재미있게 했습니다. 변호사는 일을 할 때 법과 판례를 근거로 삼습니다. 저를 찾아온 의뢰인이 억울한 상황에 있더라도 법적 테두리 내에서 구제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주어집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부당한 문제가 있으면 잘못된 법과 제도를 바꾸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의원들을 설득하면 법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부조리한 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느끼는 큰 보람입니다. 그 제도는 한 두 명이 아닌 국민 다수에게 적용됩니다. 제가 입법에 직접 참여한 손실보상법도 그랬고, 소상공인, 금리인하와 관련된 제도개선도 그렇습니다. 대출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문제를 파악했으면 대책을 제시하여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과정에서 보람이 매우 큽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 기자가 “민병덕은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결과를 바꾼다”고 기사를 썼더군요. 저의 의정활동은 '지적하고 제시하고 바꾸는' 것입니다.
Q. 열정적으로 의정활동을 하시면서 보람도 크시겠지만 어렵거나 힘든 점이 있었는지.
의정활동의 어려운 점은 합의제 기구의 본질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단독관청이 아닌 합의제 기구는 여러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의 국회의원은 힘이 없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결국 철저히 준비하여 동료 의원들을 잘 설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득을 하지 못하면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됩니다. 내가 그것을 중요한 법안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다른 의원들은 다른 법안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리인하 문제와 관련해서는 금리는 낮출 수 없다고 포기하는 심리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죠. 저는 작년 국감 때부터 올해까지 은행의 부당한 가산 금리에 대한 문제를 계속 지적했습니다. 금리가 높으면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부족해지고 소비를 적게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장사가 안되고,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지 않게 되고 경기가 나빠집니다. 이러한 악순환이 높은 금리에서 출발하는 것이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적했던 부당한 가산 금리 중에 두가지는 시정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신규대출에만 적용되고 기존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난 5년간 부당한 금리로 판단되는 것이 약 10조 원에 이를 정도로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제가 법안을 냈지만 결국 통과가 되지 못했습니다. 은행의 자율성을 주장하는 측이 여기에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국민의 고통을 모른척 하면 안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법 통과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것이 합의제 기구에서의 1/n이 갖는 한계입니다. 이것은 설득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손실보상법 역시 설득의 과정을 거쳐 통과시킬 수 있었습니다.
Q. 정치인이 꼭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보시는가.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은 시대정신과 마찬가지로 연대와 협력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곳도 소외되면 안되고, 어떤 곳이 과도하게 이익을 가져가도 안됩니다. 자신의 처지와 입장만 아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처지와 입장도 알아야 합니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 알 바 아니라는 사고방식은 위험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청의 덕목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 제대로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의 주장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내 얘기만 하면 각자도생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귀가 있으면, 둘을 조화롭게 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연대와 협력을 이끌 수 있는 진정한 길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정치인을 꿈꾸는 중, 고등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정치는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치를 하고 싶다면 이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단순히 아는 것이 아니라, 왜 이 문제가 일어나는 것인지 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각 입장이 어떠한지 알아야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지도자는 건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계속해서 되돌아보면서 화가 나더라도 스스로 조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 배려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마음의 건강을 갖추고 본질 파악 능력까지 갖추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올바른 정치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연대와 협력을 시대정신으로 강조한 민병덕 의원과의 인터뷰는 우리 사회와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치인의 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소상공인 보호와 금리인하를 비롯한 그의 다양한 활동이 결실을 맺기를 바라 본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23기 정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