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22기 송한비기자]
1995년 영화 <소낙비>로 데뷔해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꾸준히 오가며 어느덧 연기 경력 28년의 베테랑이 된 배우 김로사.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 2020년, 최고 시청률 29.2%를 기록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양 집사’(양미옥)를 연기하며 대체 불가능한 ‘신 스틸러’ 반열에 올랐다. 부쩍 따뜻해진 일요일 오후 상암동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Q. 법률 사무소의 사무파트장 전민경을 연기했던 드라마 <남이 될 수 있을까>가 지난 2월 종영했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대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배우 활동을 희망하는 아이돌 친구들 레슨도 하고 있어요. 작품은 쉬는 중입니다.
Q. <남이 될 수 있을까> 촬영은 어땠나요?
함께한 배우들이 정말 좋았어요. 사실 주연 배우는 너무 바빠서 곁의 조연 배우들을 챙기기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강소라 배우, 장승조 배우를 비롯해 이번 작품의 모든 주연 배우들이 작은 단역부터 막내 스태프까지 하나하나 신경 써주더라고요. 피곤할 법도 한데도요. ‘나의 체력으로는 저렇게 못 하겠다.’ 싶었죠. 그런 배우들 덕분에 현장 분위기도 좋았어요.
Q. <나의 해방일지>에 이어서 반년 만의 차기작이었는데, <남이 될 수 있을까>는 배우님께 어떤 작품이었나요?
전문직 역할을 연극으로는 많이 연기 했었지만, 매체로는 이번 작품이 처음이었거든요. 전 작품들의 배역과 비슷한 결이 아니라 재밌게 연기했어요.
Q. <펜트하우스> 양미옥, <나의 해방일지> 조희선, 또 이번 <남이 될 수 있을까> 전민경을 비롯해 지금까지 연기하신 드라마 배역과 연극 배역 중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서사가 있는 인물은 작품을 오래 촬영하고 나면 전부 결국 애정하게 되더라고요. 조희선은 저랑 닮은 부분이 많았어요. 가장 고마운 캐릭터라면 양미옥입니다. 연극 중에서는 고르기 참 어렵네요. 어떤 역할로는 내가 인정받았고, 어떤 역할은 나랑 너무 닮아서 좋았고, 어떤 역할은 나랑 너무 달라서 더 노력했고... 애정의 색깔이 다른 것 같아요.
Q. 각각의 인물을 연기할 때 영감을 얻거나 도움을 받는 게 있나요?
다행히도 저는 단편적인 인물이 아니라 내면에 다양한 부분이 있어요. 조희선처럼 남자 같은 부분도 있고, 양미옥처럼 집요한 부분도 있고, 전민경처럼 똑 부러지는 부분도 있고. 그런 면을 연기할 때마다 하나씩 끄집어내는 편이에요.
Q. 감정의 폭이 넓은 건 배우로서의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어요. 연기 활동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 있나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발음 연습을 꼭 해요. 저는 주로 연극을 해왔기 때문에 연기할 때 얼굴을 많이 썼어요. 드라마 촬영 때는 얼굴을 비교적 덜 쓰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발음이 부정확해지거든요. ‘치조음 훈련’이라고, 그렇게 해서 대사를 쭉 쳐봐요. 그런 다음엔 인물에 맞게 호흡 상태를 갖춰요. 제가 워낙 남들보다 흥도 많고 잘 흥분하는 성격이라, 양미옥 같은 경우엔 호흡 상태를 내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또 분장, 의상은 일찍 가서 제일 먼저 세팅하고... 그래야 마음이 편해요.
Q. 말씀처럼 무대 연기와 매체 연기가 다르잖아요. 매체를 처음 시작했을 때 힘드셨을 것 같아요.
저희 때는 사실 같다고 배웠거든요. ‘연기는 다 똑같은 거지.’라고요. 차이점이 있다면 연극 연기는 크게 하는 것, 매체 연기는 편하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둘 다 해보니까 완전 다르더라고요. 단역으로 활동했을 때, 화면으로 나오는 내 모습을 보는데 혼자 너무 과하고... 못 봐주겠는 거예요. ‘3차원 안에서 연기하는 것과 평면으로 보여지는 게 다르구나.’ 느꼈어요. 그래서 공부를 많이 했죠. 혼자 다양한 구도로 촬영하면서 연습하고 책으로도 많이 배웠어요. 지금도 직접 연기하며 배워가는 중이에요.
Q. ‘사람 김로사’에 대해 몇 가지 여쭤볼게요. 살아가며 꼭 지키는 신조가 있을까요?
저희 때 선생님들은 대부분 강압적이고, 윤리적이지 못한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전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싫어했거든요. 근데 어쩌다 보니 저도 지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네요. 가르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가르치는 말투가 생기더라고요. ‘알았지, 내 말?’ 확인하려고 한다던가, ‘아니지. A가 아니라 B지.’ 다그치는 듯 묘하게 불쾌한 말투요. 저는 불쾌하게 느껴지는 선생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같아요. 소위 말하는 선생질, 꼰대질하지 않기. 그게 저의 신조예요.
Q. 누구나 살아가며 슬럼프 같은 힘든 시기를 겪잖아요. 그럴 때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저는 감정 기복이 크다 보니 아무래도 주기적으로 힘든 시기가 와요. 연기 했는데 마음 같지 않아서 힘들 때도 있고... 돌이켜보면 그럴 때 저를 건져줬던 건 다 친구들이었어요. ‘나 혼자 극복해야지.’ 하면서도 손 잡아주는 선배, 후배, 친구들이 없었다면 혼자는 죽어도 못 이겨냈을 거예요. 살아가며 계속 함께 하는 방법을 배워요.
Q.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할 거고, 죽는 순간까지 배우를 할 거다.’라고 말씀하신 인터뷰를 봤어요. 여전히 같은 마음이신가요?
네. 전 정말 현실적인 사람이라 늘 고민하고, 불안하고, 더 많이 흔들리고 방황하지만... 너무 좋아요. 즐거워요.
Q.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인터뷰를 마치며, 기사를 읽게 될 꿈을 키워가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제 조카가 올해 딱 대학교에 입학했어요. 조카가 그동안 ‘이걸 할까, 저걸 할까.’ 방황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뭐 하나 시도하기도 전에 선택에 따른 단점들부터 생각하느라 정하질 못했나 봐요. 근데 저는 그런 조카를 보면서 ‘하다가 포기하는 게 왜 나빠?’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러분에게도 이 말을 하고 싶어요. 부모님의 투자가 무가치하게 될까 봐 걱정도 되고, 언젠간 나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하겠죠. 그렇지만 포기할지언정 뭐든 도전해보세요. 뒤를 생각하지 말고, 일단 뭐든지 해봤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22기 송한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