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삼일절을 기념해 전국 각지에서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 집회가 열렸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계광장에서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진보성향 시민단체 등이 주최한 집회가 진행되었다. 지난 해 12월 28일 일본 정부와의 위안부 합의는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사를 헤아리지 못한 합의라는 논란이 불거지며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어서 24일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를 담은 영화 <귀향>이 개봉하고 흥행이 계속되며 합의 논란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삼일절을 맞이하여 청계광장에서는 시민들이 강추위 속에서도 ‘한일합의 전면무효‘를 외쳤다.
▲대형 소녀상 풍선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3기 박채원기자,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이날 본 집회는 3시부터 6시 20분경까지 진행되었지만 그보다 이른 1시부터 5시까지 한일합의 무효화 서명운동, 각종 물품 판매, 그리고 나비피켓을 나누어주는 부스가 운영되었다.
▲본 기자가 구입하거나 받은 각종 물품과 유인물
(왼쪽 상단부터 나비피켓, 국정교과서 반대 및 위안부 합의 무효화를 촉구하는 유인물, 본 기자가 직접 만든 배지와 구입한 배지, 일본군‘위안부’ 손잡기 캠페인 홍보지, 평화비(평화의 소녀상) 건립현황을 나타낸 유인물)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3기 박채원기자,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1억 명을 목표로 한 한일합의 무효화 서명운동은 수원평화나비가 실시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한번만 서명해주세요”를 외쳤던 망포고등학교 이민주(18) 양은 “수요 집회에 참여하고 있고, 모금도 하고, 할머니들이 계시는 나눔의 집에서 혼자 사시는 할머니 분들이 적적하시니까 같이 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는 파티도 하며 많은 도움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3시부터 5시 20분경까지는 “함께 손잡고 정의를 되찾자” 문화제가 열렸다. 각계 단체 대표들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규탄 발언이 이어졌다. 이만열 숙명여대 사회학과 교수, 권오광 천주교전국행동 공동대표, 김샘 평화나비네트워크,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가 졸속적인 합의를 무효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 채인석 화성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 전국 50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참여한 ‘평화의 소녀상 해외 자매·우호도시 건립 추진을 위한 공동성명’도 발표됐다. 발언 기회를 가진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아버지가 와도 합의는 무효”라고 말했다. 이날에는 가수 이한철 씨의 공연과 극단 고래의 연극 <빨간 시>, 그리고 대학생들의 율동공연이 이어졌다. 희망나비에 참여하고 있는 송윤(21) 양은 한일 위안부 합의가 “할머니들이 요구한 7대 원칙이 무시된 합의이고, 배상금 형태가 아닌 재단 후원 형태로 받은 10억 엔이기 때문에 더욱 말도 안 되는 합의”라고 말했다. 설에도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왔던 송 양은 “할머니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자신들이 아직 진정한 해방을 맞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일절을 맞은 사람들이 아직 일제의 잔재는 모두 청산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행동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5시 20분경부터 6시 20분경까지는 참가자들이 청계광장을 출발해 인사동을 거쳐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행진에는 나비피켓과 현수막, 할머니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죽은 자의 넋을 받는 종이인형인 ‘넋전’ 140개를 시민들이 들고 함께했다. ‘한일합의 전면무효’를 외치던 거리행진은 소녀상 앞에서 소녀상 지킴이 대학생들의 Award BeginAgain (대학생 농성단 정리집회)로 바로 이어졌다.
삼일절을 맞아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집회에 참여한 인파는 무려 1000여 명(경찰 추산 800명)이다. 그러나 이 또한 <귀향>의 인기로 인한 ‘반짝’ 관심일지 우려가 일고 있다. 실제로 매주 수요일마다 소녀상 앞에서 열리는 수요 집회에 합의가 체결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월에는 무려 1500여 명이 참여했지만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2월에는 1000여 명이 빠져나가고 2~300여명만이 소녀상을 지켰다. 정경숙(43) 씨는 “할머니들께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드려야 할지 잘 몰라서 영화 제작에 조금이지만 후원했고, 지인들에게 <귀향>을 꼭 보라고 권유하고, 이런 집회가 열리면 머릿수를 보태는 식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할머니 분들이 겪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잘 모르지만 커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 우리들이 집회에 나갔었구나‘하고 알아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정 씨처럼 예전부터 후원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행동할 줄 아는‘ 시민들이 많아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는 더 이상 ’반짝‘ 떠올랐다가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청계광장의 주소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14입니다. 주소를 검색할 수 없어 유사한 주소로 대체했습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3기 박채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