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와 관련 없는데 ‘국회’ 명칭 도용해 청소년 국회 운영하는 한 시민단체
- 국회 사무처 “청소년국회 사이트 운영하고 있지 않아”, “해당 단체 국회와 관련 없다”
- 특허청, 해당 단체 상표신청 거부하며 “대한민국과 의회 결합돼 국회와 연관된 것처럼 혼동..수요자 기만 우려”
한 시민단체가 국회 명칭을 도용해 청소년 국회를 운영해온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자신들의 단체 명칭과 로고에 국회와 의회라는 표현을 모두 사용하고, 단체의 영문 명칭에도 국립이라는 표시를 해왔던 대한민국청소년의회(이하 ‘대한민국청소년국회’)라는 명칭의 사이트가 국회의 명의를 도용한 유사 사이트로 밝혀졌다.
<청소년기자단>의 취재 결과, 이 시민단체는 국회사무처의 등록상표인 ‘국회’, ‘NATIONAL ASSEMBLY OF REPUBLIC OF KOREA’라는 표장을 허락 없이 무단으로 도용해 자신들의 로고와 단체명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시민단체는 사이트 곳곳은 물론 청소년 캠프 참가자 모집 글에 ‘국회, ‘청소년 국회’, ‘청소년 국회의원’, ‘정기국회’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다, 영문 명칭에 ‘National(국립의)’라는 단어까지 넣어 마치 국가가 설립·운영하는 공공기관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어 네티즌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이 단체는 국회의 영문 명칭까지 유사하게 도용했다. 국회의 정식 영문 명칭은 ‘THE NATIONAL ASSEMBLY OF REPUBLIC OF KOREA’인데, 이 문제 단체는 ‘THE’와 ‘NATIONAL’ 사이에 ‘YOUTH’라는 단어 하나만 넣어 ‘THE YOUTH NATIONAL ASSEMBLY OF REPUBLIC OF KOREA’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 단체는 국회 등 우리나라의 실제 입법 기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명 ‘청소년 국회의원’을 모집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이들 단체에서 운영하는 이른바 ‘청소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려면 캠프 참가 1회당 약 26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매체의 인터뷰에 응한 이 문제단체 소속의 이 모 학생은 “1년에 정기회의 한 번 참가하고 임시회의 참가하면 50만 원이 조금 넘는데, 월회비 내고 발대식비 내면 80만 원이 넘어간다”며 “부담이 꽤나 커서 부모님께 말씀드리기도 죄송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국회는 어린이 국회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청소년 국회나 청소년 의회 사이트는 운영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청소년의회(대한민국청소년국회)는 국회와 어떤 관련도 없는 곳”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시민단체는 실제 입법기능을 할 수 있는 법적 지위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사이트에 ‘최근제안 법안’, ‘입법청원’, ‘입법광장’, ‘처리법안’, ‘의회소개’, ‘의정 홍보관‘ 등의 메뉴를 만들고 이를 포털사이트에 노출시켜 실제 입법기능을 가진 단체인 것처럼 표기하고 있다.
이들은 또 법률에 의해 설립된 청소년 참여기구처럼 전국 청소년들을 대표하기 위한 법적 지위가 없음에도 스스로 ‘청소년 의회’라고 자칭하고 있는데, 이 역시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 ‘의회’란 민선 의원으로 구성되고 입법 및 기타 중요한 국가 작용에 참여하는 권능을 가진 합의체를 뜻하는데, 이들은 민간에 의해 선출된 민선도 아니고 국가 작용에 참여하는 권능을 가지기 위한 어떠한 법적 지위도 없다.
특히 이들은 겨우 150여 명 정도의 청소년 체험캠프 유료 참가자들을 가지고 1천만 명에 이르는 전국 청소년들을 대표하는 기구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제 법정 청소년 참여기구는 이 시민단체가 아니라 여성가족부와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참여위원회’와 ‘청소년특별회의’이다.
- 특허청, 문제 단체의 상표등록 신청 ‘거절’..“일반 수요자들 기만할 우려 있다”
특허청은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이 문제단체 운영자들의 상표등록 신청에 대해 해당 명칭이 일반 수요자들을 기만할 우려가 있어 상표로 사용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왔다.
이 문제단체 운영자들은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특허청에 ‘대한민국청소년의회 The Youth Assembly of the Republic of Korea’ 그리고 ‘대한민국청소년국회 The Youth National Assembly of the Republic of Korea’에 대해 상표등록을 요구했지만, 4번 모두 거절당했다.
특허청은 해당 단체에게 보내는 통지문에서 “대한민국과 의회, 국회가 결합되어 이를 지정서비스업 전부에 사용할 경우 일반수요자로 하여금 ‘대한민국 국회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 하는 것’으로 서비스 제공주체 및 품질 등을 오인·혼동케 하거나 수요자를 기만할 우려가 있어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 단체는 국회 등 우리나라의 실제 입법 기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명 ‘청소년 국회의원’이라는 실존하지 않는 직위를 부여하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금품을 받고 ‘청소년 국회’ 체험캠프 참가자를 모집해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본지의 취재가 시작되자 이들은 자신들의 사이트명을 ‘대한민국청소년국회’에서 ‘대한민국청소년의회’로 급하게 변경했다. 국회 등 공공기관의 명칭을 도용한 이러한 유사 사이트들에 대해 네티즌들의 주의는 물론 관계당국 차원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해 보인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디지털이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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