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7조 1항이다. 위 조항이 시사하듯, 공직자의 책임 범위는 국민 주권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국민 전체에 대한 책임을 지는 대리인이 바로 공직자이기에, 이들은 엄격한 공익 추구 의무를 지닌다. 일반인의 경우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더라도 불법이 아닌 이상 크게 문제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직자의 경우 이는 다르다. 공직자가 공익에 앞서 사익을 추구할 경우 공직자는 자신의 권리를 위임한 국민들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게 되며, 국민에 대한 책임 의무를 위배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직자의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활발히 논의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해관계충돌방지법’이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21대 국회에 해당 법안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해관계충돌방지법’의 핵심은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을 사전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 이해관계 충돌은 부패 혐의와는 다르다. 뇌물 수령, 공금 횡령, 위장 전입처럼 명백히 불법성을 가지는 부패 혐의와 달리, 이해관계 충돌은 공직자로 하여금 불공정한 행위를 손쉽게 할 수 있게 하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그 문제점을 지닌다. 건설사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으면서 국토교통위원회의 간사로 부임하고 있거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활동을 하며 방송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관련 기관에 근무하면서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한 가지 예시이다. 혹은 공직자 본인이나 친인척의 사적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업무를 수행하여 특혜를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경우도 이해관계 충돌의 사례이다. 즉 이처럼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하여 공직을 이용할 기회를 갖게 되는 잠재적인 갈등 상황을 방지하고 청렴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 ‘이해관계충돌방지법’ 인 것이다.
이미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다양한 해외 국가들에서는 이해관계 충돌 상황을 법으로 통제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2006년에 독립적인 법률안을 제정하여 시행해오고 있다. 이는 ‘이해충돌 방지법(Conflicts of Interest Act)’이다. 이해 충돌을 ‘공무원이 자신의 공식적 직무 및 책임성의 성과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적 이해를 가지는 상황. 또는 공무원이 자신의 사무실을 개인적 이득을 위해 상황’이라 정의하고 있는 이 법안은 2006년 제정되어 2007년 7월 이후로 시행되고 있다. 위 법은 1~3조의 제목 및 목적 규정과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조문 수는 78개이다. 이해 충돌에 관한 규정, 준수 사항, 퇴직 후 공직 보유자에게 적용되는 규정, 행정 및 집행 등이 그 내용이다. 법의 제정과 함께 의회 소속의 이해충돌 및 윤리위원(Conflict of Interest and Ethics Commissioner) 을 도입하여 이해관계 충돌에 관한 법과 하원 의원의 이해 충돌에 관한 강령을 관장하게 했다.
법을 도입한다고 해서 모든 이해관계의 충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기본적인 책무를 가진 공직자가 사익을 위해 부적절하게 권한을 남용하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를 최대한 방지하고 부정부패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초가 되는 것이 바로 ‘이해관계충돌방지법’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부정부패에 맞서 해왔던 것은 주로 사건이 일어난 후에 처벌을 내리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어난 후에 뉘우치고 처벌하기보다는, 소가 도망갈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부패가 성행하는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조치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IT·과학부=14기 임효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