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불의의 싸움" 對 "탄핵될 이유 없어"
정치계 인사들 대거 참여, 찬성과 비판의 목소리 엇갈려
탄핵 심판이 3월 초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 11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를 중심으로 대규모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각각 개최되었다.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최종 입장 제출 요구로 탄핵 인용 결정여부가 가시권에 접근함에 따라, 양측의 시위 열기 역시 여느 때보다 과열되었다.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은 이날 오후 2시를 시작으로 서울시청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제12차 탄핵 무효 태극기 애국 집회'를 가졌다. 본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210만 명, 경찰 측 추산 약 4~5만 명(비공식 추정치)의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김태헌 기자]
탄핵 반대 시위대는 '탄핵 기각', '탄핵 무효', '특검 해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숭례문 방향으로 행진한 뒤, 대략 오후 7시반경 해산하였다. 주최 측은 전세버스를 동원하여 대전, 대구, 부산 지역 회원들의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등 보수단체 결집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탄기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촛불집회는 정치집회, 더민주 당원집회"라며 촛불집회를 맹렬히 비판하였으며, 집회 참여자인 허모 씨(63)는 "탄핵을 할 만한 사안이 없다"면서 "수많은 전직 대통령들이 잘못을 저질렀는데 왜 박 대통령만 탄핵 심판대에 세우느냐"고 하며 탄핵안 기각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고영태! 인간 말종', '계엄령이 답' 등의 각종 플래카드 및 현수막 역시 곳곳에 배치되었다.
이에 맞서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1일 오후 4시 반의 사전 집회 후, 오후 6시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주최 측 추산 80만 명의 시민들과 함께 '박근혜·황교안 즉각퇴진, 신속탄핵을 위한 15차 촛불집회'를 개최하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위치한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삼성전자 사옥, 헌재 앞을 행진하며 1박 2일의 '밤샘집회'를 한 시위대 역시 본집회에 합류하였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김태헌 기자]
본집회에는 '뜨거운감자', '레게 스카 올스타즈' 등 다양한 뮤지션들이 공연에 참여하였다. 11차 촛불집회 이후 한 달여 만에 소등 퍼포먼스 역시 행하였다.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여 '퇴진'이라고 쓰인 보름달 모양의 등불도 하늘에 띄우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헌재의 빠른 탄핵안 인용을 요구하였다.
시위대는 광화문에서의 행사 후, 오후 7시반경 '단 하루도 못 살겠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특검 연장하라', '토요일엔 잠 좀 자자'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였다. 청운동·삼청동·총리공관의 세 갈래 방향으로 나눠 행진한 뒤, 율곡로로 돌아와 재집결한 후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다시 행진을 하였다. 정의당의 깃발과, 대원외고·고려대·서강대와 같은 교육기관 및 전국탈모인연대 등 이색 단체의 깃발들이 곳곳에서 펄럭였다. 세월호 추모곡 중 하나인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와 '아리랑', '강강술래' 등의 민요를 부르며 집회를 이어갔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김태헌 기자] 행진하는 촛불 시위대
촛불집회 참가가 처음이라던 김모 씨(18)는 인터뷰를 통해 "이제야 참석하게 된 것에 큰 죄책감이 든다"며 "박근혜 탄핵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간절함을 느꼈기에, 앞으로라도 계속 집회에 참여하고자 한다"고 말하였다. 참가자 성모 씨(49)는 "양측의 상반되는 시위를 놓고 언론에서 종종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라고 하는데, 나는 정의(촛불 시위)와 불의(태극기 시위)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하였다.
경찰 측이 서울시내에 196개 중대를 투입하는 등 양측 시위대의 간격이 불과 500여 미터를 거리에 두고 있어 마찰 발생이 우려되었으나, 양 집회 모두 특별한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시위에서는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한 점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청 앞의 탄핵 반대 시위에서는 김진태, 윤상현, 이인제 등 과거 참여한 내력이 있는 친박계 인사들을 비롯해 박대출, 이우현 의원도 처음으로 집회에 참석하였다. 대선에서의 보수층 결집을 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아울러 이번 광화문 집회에 대하여 더불어민주당이 '총동원령'을 내림에 따라 차기 대선후보로 논해지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의원 등과 함께 추미애, 우상호, 박주민 등의 의원들이 촛불 집회에 참석하였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김태헌 기자]
버스킹 중인 심상정 의원, 이재명 시장 (세종문화회관 앞)
이러한 정치권 인사들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등 비박계 의원 24명은 10일 정치인들이 집회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였고,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 역시 11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하였다. 이에 대해 촛불시위 참가자인 이모 씨(54)는 "정치인 및 대선주자들의 집회 참여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집회가 하나의 정치적 수단 또는 도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4기 김태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