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부상길의 전체 코스는 경상북도 분천에서 춘양까지 18.5km로 숙소로 향하는 길까지 합하면 약 20km 가까이 되는 거리를 직접 걸어서 이동했다. 학생들은 보부상길을 떠나기 전 보부상에 대한 사전조사가 완료되어있는 상태였는데 그 때문인지 학생들에게 18.5km란 절대 의미 없는 트래킹이 아니었다.
보부상이란 조선 시장을 중심으로 봇짐이나 등짐을 지고 행상을 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교환경제가 이루어지도록 했던 상인을 말하는데 그들은 천한 신분이었지만 뭉치면 강했다. 상단끼리의 의리가 있었고 서로의 규칙을 중요시했다.
상명 고등학교 학생들은 모두 자신의 상단이 적힌 채장(보부상의 신분증)을 부여받고 항상 착용한 채 여행하였는데 그 뒤에 적힌 보부상의 4대 강령은 허망한 말을 하지 말라는 '물망언' 과 불손하게 굴지 말라는 '물패행', 음란한 행위를 하지 말라는 '물음란', 그리고 훔치는 것을 금지하는 '물도적' 이 있었다. 이 네 가지 강령은 당시 조선 보부상들의 채장 뒤에 적힌 것과 같았고 이로써 학생들은 보부상의 삶과 규칙에 대하여 여행하는 내내 더 잘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지현정기자]
여름이었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물든 분천역. 그곳에서는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동화 같은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연둣빛 잔디들과 빨강, 초록, 하양 등의 색이 잘 어우러져 절로 사진을 찍게 되는 풍경이었다. 보부상 길에 들어서 공정여행단의 행렬은 상단별로 이어졌다. 외씨버선 길 의 여덟 번째 길을 걸으며 학생들은 서로 의지하며 지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갔다. 계속 산길을 걸으며 학생들은 오로지 걷는 데에만 집중하고 나아갈 수 있었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외진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와 산과 산 사이 지나가는 안개는 두 눈 가득 담아도 모자랄 만큼 맑고 푸른 전경이었다.
학생들의 첫 번째 숙소는 무진 랜드였다. 이곳은 큰 계곡을 앞에 둔 현지 숙소로 학생들이 하루를 보내기에도 적절했다. 이곳으로 계곡 물놀이를 즐기러 온 다른 사람들도 많았으며 캠핑 카들을 위한 자리도 있었다. 계곡에서 다 같이 물놀이를 즐기며 신나게 논 뒤 학생들은 유네스코 동아리의 공정여행 기획단을 비롯한 선생님들께서 여행 초기에 나눠주신 엽전 4개로 직접 자신이 가져온 물건을 사고파는 장을 열었다. 장의 이름은 무진 랜드의 '무진' 을 따서 '무진장'으로 열리게 되었다. 활동으로 학생들은 진짜 보부상의 장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고 이에 모두 참여함으로써 이 여행의 취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지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지현정기자]
다음 날도 비가 왔지만 외씨버선 길을 따라 줄곧 걸었다. 그러나 아무도 비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길을 걸어갔다. 긴 시간 끝에 도착한 두 번째 숙소는 국가 민속문화재 제279호인 '만산고택' 이었다. 이곳은 춘양에 위치한 조선시대의 가옥으로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으며 현재 전통한옥 숙박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사랑채와 안채, 서당, 담장 등으로 보아 사대부 집 특유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었고 사랑채 안에 들어와 있으니 정말 조선시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학생들은 마지막 장을 열고 촛불을 켜 한 명씩 소감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며 공감과 위로, 우정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제 6회 공정여행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이번 공정여행에 참여한 상명 고등학교 1학년 박유진 학생은 보부상 길 여행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얻어 가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잘 이끌어주신 선배들 덕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같이 간 모두가 서로 의지하고 도왔기 때문에 산을 잘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혼자 길을 걸었으면 절대 해내지 못할 18.5km. 학생들은 서로가 있어 이 길에서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고 보부상의 삶과 공정여행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이해하며 즐길 수 있었다. 위 사람을 섬기고 무리를 사랑하라. 병들면 구해주고 죽으면 장사를 치러준다. 충성을 다하여 나라를 지킨다. 보부상의 세 가지 윤리강령을 통해 직접 실천하며 상명 고등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식 수준과 단합력을 한 층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상명 고등학교만의 이 특별한 여행은 교내 7명의 선생님들께서 추진, 참여하시어 항상 옆에서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을 위해 애써주셨으며 그분들이 없으셨다면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종류의 여행이 더 확산되기를 바란다. 그 지역을 온몸으로 느끼며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착한 여행. 그런 여행이야말로 '진짜' 여행이 아닐까?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5기 지현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