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섬은 어디일까? 언급 양의 정확한 순위는 알 수 없지만 ‘여의도’는 순위권 안에 있다.
2020년 국내 언론의 '여의도 면적' 사용 사례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16기 박지훈기자]
국회의사당이 자리 잡고 있고, 각종 방송국, 기업 본사 등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는 한국 정치, 경제, 언론계의 중심지이다. 그러나 여의도의 언급 양이 그토록 많은 것은 여의도 자체의 가치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여의도를 면적의 비교 대상으로 삼는 언론계의 오랜 관습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장소이기에 기사에서 ‘몇 제곱킬로미터’ 대신 ‘여의도의 몇 배’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독자가 면적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 언론계의 설명이다.그러나 여의도를 면적의 기준으로 삼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여의도의 정확한 면적>
여의도는 얼마나 넓습니까?라는 질문의 답은 3개이다. 첫 번째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면적이다. 이는 여의도 섬 자체의 면적과 한강 일부, 밤섬 등의 면적을 모두 더한 것으로, 약 8.4㎢이다.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서 ‘여의도’를 검색하면 이 여의도동의 면적이 가장 상단에 보인다. 두 번째는 여의도 자체의 면적이다. 육지와 한강 둔치까지 포함한 면적으로, 지도에서 파란색 안쪽에 해당한다. 일반인들이 가장 흔히 떠올리는 여의도의 면적으로, 약 4.5㎢이다. 세 번째는 여의 방죽 안쪽 넓이로 순수한 육지의 면적이다. 약 2.9㎢이다.
80년대 후반부터 쓰이기 시작했다고 알려진 여의도 면적은 2011년까지 언론에서 이 세 가지가 혼용되어 쓰였다. 결국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2011년 지적통계 연보에서 여의도의 면적을 2.9㎢로 지정했다. 이후 대다수 언론에서 이를 준수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언론에서는 여의도 면적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표기하지 않은 채 ‘여의도의 몇 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여의도를 잘 모르는 독자는 그 면적을 과장 또는 축소해서 받아들이거나, 기사를 읽는 도중에 여의도의 면적이 얼마인지 검색한 후 복잡한 곱셈을 거쳐야만 그 면적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여의도 면적의 162배, 7.7배와 같은 큰 수, 또는 정수배가 아닌 표현으로는 그 면적을 가늠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여의도 면적에서 나아가 ‘여의도 공원 면적(약 23,000㎡)의 몇 배’라는 표현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여의도 면적’보다도 독자에게 번거로운 검색과 계산을 요구하는 표현이다.
<여의도 모르는 지방민>
여의도의 상징성이 크다고 할지라도 지방민들의 눈에는 여의도도 결국 서울에 있는 한 섬일 뿐이다. 이곳에 가본 경험이 없거나 잠시 관광차 여의도에 방문한 지방민들은 이 섬이 얼마나 큰지 직관적으로 알 수가 없다. 새만금 간척지(전라북도), 한탄강 일대(강원도),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경상남도), 도심공원(인천광역시), 바다숲(부산광역시) 등 지역 이슈를 다루는 기사에 여의도 면적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지방민들의 지역 이해도를 떨어뜨린다.
또한, 서울에 거주하더라도 여의도 주변으로 통근, 통학하는 사람들 또는 여의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아닌 이들에게는 '여의도의 몇 배'는 와 닿는 표현이 될 수 없다.
한편 2007년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지방민들을 고려하지 않은 ’여의도 면적의 몇 배‘ 표현이 서울 중심적 사고를 드러낸다고 지적하며 사용 지양을 권고한 바 있으나 최근까지도 여의도 면적은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보다 객관적인 비교 대상 사용해야>
여의도는 대한민국 정치, 경제, 방송의 중심지로서 상징성이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여의도의 면적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이 많은바, 이를 기사에서 면적의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적합하다. 따라서 보다 객관적인 면적 비교 대상의 사용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알고, 규격이 정해진 축구장(길이 105m, 폭 68m, 면적 7,140㎡)이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언론에서 축구장을 이용해 각종 면적을 나타내고 있기도 한다. 이 밖에도 남한 면적, 한반도 면적 등은 대다수 국민이 그 크기를 인지하고 있어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사에서 그래픽 또는 하이퍼링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기사 길이에 큰 제약이 없는 인터넷 기사의 경우 그래픽과 하이퍼링크로써 면적을 나타내는 것이 효율적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16기 박지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