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연구학회인 외솔회에 따르면, 김진희 한남대 교양융복합대학 강사가 2015년 성균관대학교 경기도 수원캠퍼스 일대의 간판 608개의 표기 실태를 분석한 결과 고유어를 사용한 간판은 72개(11.8%), 외래어를 사용한 간판은 204개(33.6%)로 각각 가장 낮은 비율과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혼용어(31.6%) 한자어(23.0%) 또한 외래어의 뒤를 이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처럼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외래어, 영어 표기 간판은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80년대 초중반을 시작으로 해서 88년 서울 올림픽과 여행 자율화를 맞이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부에 의해 통제됐던 외국과의 자유로운 인적교류가 갑자기 급증하면서 외국문화에 대한 막연했던 동경이 외국어로 된 상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져 이런 결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이미지출처-대한민국 청소년기자단4기 사회부기자 장나은 촬영]
외국어 간판으로 뒤덮인 거리 모습이 안타까웠던 필자는 직접 순우리말을 사용한 간판을 찾아보았다. 가장 먼저 발길을 향한 곳은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홍대 앞 번화한 거리였다. 간판이 많은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순우리말 간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글 간판은 많지만 영어나 한자어를 한글로 표기했을 뿐 순우리말로 된 간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소년이 든 가위>라는 미용실 간판을 발견하고 들어가 사장님과 얘기를 나눴다.
영어 간판이 많은 요즘, 특별히 순우리말이 들어간 상호를 지으신 이유가 있냐고 묻자 사장님께서는 “00헤어. ##커트 등의 흔한 간판보다는 좀 더 사람들 눈에 띄기에도 좋고, 전하고자 하는 뜻과 의도를 명확하게 담은, 매장콘셉트와 맞는 상호를 지었다”라는 대답을 해주셨다. 손님들의 반응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에는 “간판이 독특하고 예뻐서 들어오셨다는 분들도 꽤 많다”라고 답해주셨다.
[이미지출처-대한민국 청소년기자단4기 사회부기자 장나은 촬영]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홍대의 <와줘서 고마워>라는 카페였다. 휴무임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다행히 질문을 드릴 수 있었다. 앞에서와 같은 첫 질문을 건네자 “한글 자체가 예쁘다. 영어 간판들이 참 많지만 한글이 독특하기도 하고, 6~7글자의 문장은 한번 보면 뇌리에서 잘 지워질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순우리말 문장으로 상호를 만들었다 ”라고, 주변 반응에 대한 질문에는 “독특한 우리말 상호이다 보니 기억을 많이 해주신다, 문장이다 보니 의미 전달도 더 쉽다, 택배기사분들처럼 우리 가게를 처음 보시는 분들도 많이 기억해주신다”라고 대답해주셨다.
취재를 마치며 돌아가는 길에서도 역시 우리말 간판보다 외래어나 영어 간판이 더 많이 보인다. 하지만 전보다는 우리말 간판이 점점 각광을 받고 있다. 유행을 이끄는 청소년이나 청년들의 sns 속에도 한글 간판 관련된 게시물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2016년 서울시에서 주최한 ‘좋은 간판’ 공모전 수상작 6개 중 3개가 순우리말이 쓰인 간판이기도 하다.
세계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우리말 간판 사이에서 외국어 간판이 더 돋보였다면 이젠 외래어, 외국어 간판 사이에서 순우리말 간판이 더 돋보이는 시대가 왔다. 아름다운 우리말과 단어들을 거리에서 더 많이 만나보게 되기를 바라본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4기 장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