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촬영=대한민국 청소년 기자단 사회부 4기 이지윤 기자]
수원을 통하여 남하하는 까마귀떼의 움직임이 더디다. 매해 겨울 시베리아에서 우리나라로 무리 지어 이동하는 철새인 떼까마귀는 보통 중부지방에서 며칠간 머문 뒤, 남부지방으로 이동하여 겨울을 난다. 해마다 12월 초에 수원을 거치며 잠시 머물던 까마귀떼가 올해는 두 달이 넘어가는 현재까지 이동하지 않는 것이다. 수원시청 주변의 큰 도로와 인계동 일대의 번화가는 까마귀 배설물에 뒤덮인 지 오래다. 수원시 내 전깃줄 위를 차지한 까마귀들은 그 밑을 하얀 배설물로 수놓는 것을 일상으로 삼고 있다. 거리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 역시 종종 배설물로 뒤덮여 차주의 당황을 끌어내기도 한다.
수원시청 홈페이지 내 민원 게시판은 12월 초부터 입춘이 지난 현재까지 까마귀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까마귀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요청하기 위해 민원 게시판에 글을 작성한 한 시민은 ‘이제 까마귀 배설물 때문에 악취까지 난다’며 1월 13일경 실시한 방역 작업과 배설물 처리를 위한 청소인력 투입이 전부였던 까마귀 사태에 대한 수원시의 미적지근한 대응방안을 ‘청소 이외엔 다른 대책은 고민 안 하고 계시나 봐요? 책상 앞에서만 건의사항에 대해 생각하시는 건 아닌가요.’ 라고 질타했다.
까마귀가 이토록 오랫동안 도심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몹시 이례적인 상황이며, 최근 김포, 평택 등 도시개발로 인하여 휴식지가 줄어들어 전깃줄 등 쉴 곳이 있는 도심지역에서 휴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농경지가 적어 다른 서식지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정확한 이동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탓에 수원시는 난항을 겪고 있다 까마귀가 이동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까마귀를 쫓아내는 등의 인위적인 조치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이유로 시 자체에서는 AI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예방을 위해 실시한 한 차례의 방역작업과 지속한 청소작업 이외에 이 자연적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다른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떼까마귀는 한번 정한 월동지를 다음 해에도 다시 찾을 가능성이 높다. 단편적으로 보았을 때, 올해 수원시의 대처방안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사상 최초의 자연현상과 AI 조류인플루엔자가 맞물린 상황에서 수원시는 AI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지기 이전에 까마귀 배설물이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 ‘음성’ 반응을 나타내었다는 검사 결과를 발표하였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방역작업까지 마쳐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웠다. 또한, 도로를 덮은 배설물 청소를 게을리하지 않아 시민들은 적어도 저녁 즈음 까마귀떼가 새로이 배설하기 이전에는 쾌적하게 거리를 누빌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현상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까마귀로 인한 시민의 불안과 불편을 동반한 우려된 목소리가 매해 반복되는 것은 분명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짧게 그치는 해결방안으로는 만족스러운 시민복지를 이룩할 수 없다. 따라서 수원시는 이번 사태를 통하여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까마귀의 도심지 점령 사태에 대한 대비 및 지속적인 해결방안을 전문가의 의견, 또는 자체적인 해결책 논의를 통하여 고안해 내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청소년 기자단 사회부_4기 이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