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소미 대학생기자]
지난 4월 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모교이자 프랑스의 고위 관료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국립행정학교(ENA)의 폐지와 동시에 해당 학교가 공공서비스 연구소(Institut du service public)로 대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 발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 아래 화상 회의로 이루어졌으며, 마크롱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한 600여 명의 고위 관리들을 향하여 '고위 공직의 본질적인 혁명'을 이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정치 그랑제콜 중 하나인 국립행정학교는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인 1945년 10월 9일 프랑스 공화국 임시 정부의 주석이었던 샤를 드 골의 지휘 아래 설립되었다. 창설 당시 파리에 위치했으나 1991년 프랑스 동북부 알자스의 중심도시인 스트라스부르로 이전했다. 국립행정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최소 자격으로는 학사 학위를 소지했거나, 4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공무원이거나, 8년 이상 공직이 아닌 노조나 민간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응시 자격에 해당하는 학사 학위 소지자의 경우 합격자의 대다수가 사회과학 분야의 그랑제콜이자 엘리트 학교인 파리정치대학 출신이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ENA는 이미 신입생 선발에서부터 균등한 기회와는 거리가 먼 '엘리트주의'를 지향하는 학교로 비판받아왔다. 오늘날 프랑스의 정계 및 관계에서는 ENA를 거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그들만의 이너 서클을 칭하는 '에나르크 (enarques)'라는 단어가 존재할 정도로 국립행정학교 출신들은 프랑스의 고위 공직을 꽉 잡고 있다.
ENA의 폐교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2009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존재했으나 반대 여론이 우세하여 무산되었다. 그러나 2021년 마크롱 대통령은 양극화와 엘리트주의의 타파를 위해 "2022년 ENA를 폐교할 예정"이라고 공표했다. 이는 본인 스스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마크롱 대통령이 다른 학교도 아닌 자신의 모교를 폐지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조치를 두고 프랑스 사회 곳곳에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엘리트주의와 불평등을 해소하는 실질적인 개혁이 아닌, 엘리트주의의 상징인 관료 양성 학교를 폐지함으로써 내세울 수 있는 자신의 업적을 남기려는 눈가림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ENA 폐교 추진 발표 이후, 프랑스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교육기관 체계인 그랑제콜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랑제콜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그랑제콜 준비반을 거쳐서 진학할 수 있으며, 학업 능력이 우수한 상류층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진학하는 엘리트 교육 기관이다. 그랑제콜을 졸업한 우수한 두뇌들은 프랑스의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 이바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랑제콜 졸업생들이 정치, 경제, 공학, 법조계 등 사회의 주요한 분야의 높은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대학 졸업장을 가진 유능한 사람들에게도 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내년에 추진될 국립행정학교의 폐교가 더 이상 학교 이름이나 순위가 아닌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국제부=3기 대학생기자 김소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