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잊지 않기 위함일 뿐만 아니라 또다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역사는 길고 방대하지만, 교과서의 내용은 한정적이기에 학생들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다. 김해외국어고등학교에는 이러한 역사를 알리거나 잘못된 역사의식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돕는 역사동아리, 반크(VANK)가 있다. 반크의 9기 부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미지 제공=김해외국어고등학교 방송부]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김해외국어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허예진 이라고 합니다! 현재 3기 때부터 운영 중인 역사외교 동아리 VANK@GIMFL의 9기 부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VANK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먼저 VANK@GIMFL에 대한 설명을 하기 전에 간략하게 VANK라는 단체에 대해 먼저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VANK란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의 약자로서 전 세계 외국인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해 설립된 사이버 외교사절단입니다.
VANK@GIMFL은 VANK의 활동 중 일제강점기로 인해 세계에 심어진 약소국 한국이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것에 중점으로 두고 건립된 본교 역사외교 동아리입니다.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는 역사적 이슈를 조사하여 교내뿐만 아니라 교외 지역 시민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려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 이외의 지식함양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지속해서 역사에 대한 지식을 접함으로써 역사에 관한 벽을 허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Q. 어떤 활동을 주로 하나요? 최근에 했던 활동이나 앞으로 해 나아갈 활동에 대해 알려주세요.
주 활동은 교내외 캠페인과 인권 자주 평화 청소년 탐방 참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교내외캠페인은 부원들과 지도교사 선생님의 의견을 반영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이나 알려졌지만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주제를 선정하려고 노력해요. 작년에는 주로 일본군 성노예제(일본군 ‘위안부’)와 쟁점이 되었던 국정화 교과서, 군함 도에 관하여 패널을 제작하여 전시했고요. 교외 캠페인은 재작년까지는 창원 이마트 홀 앞에서, 작년에는 율하천에서 진행했는데요. 본교가 유네스코 학교에 등재되어서 유네스코 유산인 아리랑을 가야금으로 연주하여 시민들의 이목을 끌고 교내캠페인에 했던 주제와 더불어 반출 문화재, 유네스코 유산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인권 자주 평화 청소년 탐방은 마산·창원·진해 시민모임에서 주관하는데 수요집회와 나눔의 집을 방문하는 것에서 큰 의의를 두고 있어요. 특히 재작년에는 선배님들이 본교의 특성을 살려 4개국어 자유발언을 했다고 기사도 났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OT에 참석하여 4개국어 자유발언에 대해 말씀드린 후 실행하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시대별 역사적 사건&역사이슈브리핑 발표, 창원 상남중 상담제, 평화교실 등 이어져 오던 특색있는 활동들이 많습니다. 2017학년도 VANK에 많은 활동이 추가되었는데 매달 발생했던 역사적 사건에 관해 정리한 월간지 제작, 세계 위안부의 날(8.16)을 맞이하여 '희움 팔찌' 공동구매, 박물관 전시 유물 주석 번역이 있어요. 이번 VANK 활동이 풍부한 만큼 최대한 많은 기록을 하여 교내에 게시함으로써 본교 학생들의 역사지식 함양에 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Q.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부끄러움과 죄송함인 것 같아요. 며칠 전 중학교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친구가 너는 뿌듯하겠다는 말을 저에게 건넸는데, 그보다 부끄러움과 죄송함이 더 컸다고 말했답니다. 죄송함을 느꼈을 때는 크게 3번이었어요. 역사적 사건과 이슈를 조사하면서 제가 모르는 것이 정말 많다고 느꼈을 때와 수요집회를 방문했을 때였어요. 작년 7월 27일, 땡볕이 내리쬐는 오후 2시 수요집회에 참석했는데 너무나도 많은 분이 평화로를 지켜주셨어요. 그리고 앉아있으면서 덥다고 느낀 제 옆을 모금 통을 들고 계셨던 할머니가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모습을 봤을 때 이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던 제가 부끄럽더라고요. 그런 감정을 느낄 때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조사하면서 도움이 되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최근 VANK@GIMFL에서 주관하여 ‘우리 학교 작은 소녀상 건립’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희가 학생회와 같은 정식적인 절차를 따른 것이 아니었고, 본교 특성상 일본과의 교류가 잦아 본교에 방문하는 일이 있는데 혹시나 모를 갈등에 대해 미리 생각하지 못해서 실패하게 되었어요. 만약 더 알아보고 건립을 추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에 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었어요. 선생님들께서 건립을 추진하며 학생들에게 저조한 역사 인식에 대해 상기시킨 것만 해도 큰일을 해주었다고 칭찬해주셨지만, 할머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되게 컸던 것 같아요.
Q.동아리 활동 중 자신에게 가장 크게 다가왔던 역사나 외교 문제가 있나요?
본교 학생들이 제게 자주 말하는 부분 중 하나가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해 많은 비중을 두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에요. 사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에요. 동아리 활동 중 5분의 1은 아마 그와 관련된 것일 거니까요. 하지만 제가 활동을 전개하면서 많은 비중을 두는 이유는 빨리 해결되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공식적으로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239분 중 생존자는 39분이고 평균 연세가 90세 이상이며 대부분의 피해자 할머님들은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하십니다. 그런데도 할머님들은 사과를 촉구하고 있지요. 길원옥 할머니의 말씀 중 “사과한다고 그 상처가 없어집니까? 아니죠, 마음은 조금 풀어지니까 그 날을 기다리고 있죠.”라는 말씀을 하신 부분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새겨졌던 끔찍한 상처들이 사과한다고 아물진 않겠지만, 지금과 같이 피해자들의 의견이 무시된 채 체결된 12.28 합의로 진정한 사과를 하고 있지 않은 모습은 보여서는 안 될 모습인 것 같아요. 또한, 일제 강제동원자들의 공양탑이 이번에 완전히 폐쇄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과거에 있었던 일이라고 덮어두자는 말은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요?
크게 통틀어서 말하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와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에게 사과도 교과서에 기재도 없는 모습에 대해, 아무런 사과도 요구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정부와 일본의 정부의 외교 문제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Q.VANK의 향후 목표가 있다면?
VANK@GIMFL을 생각하면 본교 학생들이 대부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란 없다!”라는 말을 하곤 해요. 그럴 때면 저는 앞에서 말했던 수요집회에서 만난 모금 통을 들고 계셨던 할머니를 떠올리곤 한답니다. 한 부원이 할머님께 5,000원을 드렸을 때 할머니께서 “학생들은 1,000원만 주면 돼. 다음에 한 번 더 와주고 기억해주면 돼.”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 부원의 말을 인용하자면 저흰 그 4,000원어치 일을 하는 거라고 해요. 그리고 그 4,000원어치 일은 역사를 잊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왜곡되지 않은 역사를 알려주고 더 나아가서 개개인이 역사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찾아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배운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동아리, 세계를 무대로 한국을 알리는 VANK@GIMFL의 성장을 지켜봐 주세요!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4기 정유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