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집권한 아이슬란드 제1당 독립당의 뱌르드니 베네딕트손 신임 총리가 '파나마 페이퍼스'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해 4월에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상 최대 규모의 탈세 폭로 문서 '파나마 페이퍼스'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소영기자]
파나마 페이퍼스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The 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이하 ICIJ)가 2016년 4월에 폭로한 파나마의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기밀 자료로,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인사들이 실린 명단이다. ICIJ 간부 제럴드 라일에 따르면, 이 사건엔 약 21만 5,000개에 이르는 *페이퍼 컴퍼니가 연루되어 있으며, 약 1,150만 건 상당 규모의 문서가 포함된, 그야말로 사상 최대 규모의 언론 폭로 사건이라고 한다.
*페이퍼 컴퍼니: 물리적 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 주로 파나마, 라이베리아 등 대표적인 조세 회피지역에 집중적으로 설립된다는 특징이 있다.
-단 한 명의 익명 취재원으로부터 시작된 전례 없는 규모의 언론 협동
[John Doe]
"Hello, this is John Doe. Interested in data?"
"자료에 관심 있으신가요?"
[S ddeutche Zeitung]
"We're very interested."
"그렇습니다."
[John Doe]
"There are a couple of conditions. My life is in danger. We will only chat over encrypted files. No meeting, ever."
"몇 가지의 조건이 있습니다. 제 목숨이 위험합니다. 우린 오직 암호화된 문건을 통해 연락을 취해야 하고, 직접 만나는 경우는 없어야 합니다."
[S ddeutche Zeitung]
"Why are you doing this?"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겁니까?"
[John Doe]
"I want to make these crimes public."
"저는 이 사건들을 대중에 공개하고 싶습니다."
[S ddeutche Zeitung]
"How much data are we talking about?"
"자료의 양은 얼마나 되죠?"
[John Doe]
"More than anything you have ever seen."
"당신이 지금껏 봐 왔던 것보다 많을 겁니다."
위 대화 내용은 독일 최대의 일간지?'S ddeutche Zeitung(이하 '슈드도이체 자이퉁')'이 지난 4월 파나마 페이퍼스를 대서특필하며 함께 공개한 내용이다. 이 신문사에 따르면 한 익명 취재원이 John Doe라는 가명으로 그들에게 접촉을 해왔으며, 이 취재원은 모색 폰세카의 1977년부터 2016년 당시까지의 내부 극비 문건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문건에는 전·현직 정치계 인사들과 유명인들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약 2.6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1,150만 건의 문서'라는 전례 없는 규모와 사건의 복잡성을 고려해 슈드도이체는 국제 언론인 협회 ICIJ에 이 문건을 알렸으며, 이후 ICIJ와 슈드도이체는 76개국에 걸친 언론인 협력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언론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언론사 협동 프로젝트
ICIJ의 고위 간부 제럴드 라일에 따르면 1년 이상이 걸린 이 장기 프로젝트엔 76개의 국가의 100개 이상의 신문사, 그리고 25개의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350명 이상의 리포터가 동원되었다고 한다. 영국의 BBC부터 프랑스의 Le Monde 까지 걸친 대규모 프로젝트의 목표는 파나마 페이퍼스를 공동으로 분석하여 같은 시간에 각국에서 보도하는 것이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350명의 취재진이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협력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다고 한다. 약속을 어기고 사건을 먼저 보도하려는 리포터들이 있었는가 하면, 사건 보도 1주일 전, 조사의 일환으로 ICIJ 측에서 문서에 연루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측근에 몇 가지 질문을 보낸 뒤에 관계자 측에서 곧바로 해명을 위한 기자 회견을 여는 등, 사건의 조기 보도에 대한 위험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위험을 거쳐, 역사상 최대 규모의 탈세 사건,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은 2016년 4월 3일, 정확히 독일 시각 오후 8시, 76개국에 걸친 100개 이상의 신문사에서 대서특필된다.
-보도 그 이후: 작년부터 현재까지
파나마 페이퍼 보도 직후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영국 BREXIT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에서부터 유명 스포츠 스타 리오넬 메시까지, 수백 조 규모의 탈세 범죄에 대중은 격분했다. 2016년 4월 3일 보도 3일 후 아이슬란드의 시그뮌 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전) 총리가 사임하였으며, 멕시코에선 돈세탁을 위해 자신들의 주소를 모색 폰세카에게 공개했던 마약 카르텔 일당이 붙잡히는 등 이 사건이 전 세계 각 분야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대표적인 조세 회피 지역으로 꼽혔던 파나마는 사건 이후 조세 회피 방지 협정에 가입하였고, 일본 당국은 지난 11월 470명의 일본인을 추가로 확인하여 조사에 착수하였고, 프랑스 당국은 560명에 대한 추가 세무조사를 진행하였으며(5조 규모의 돈세탁, 1조 5천억 원 규모의 탈세), 덴마크와 아일랜드는 각각 600명, 180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언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꾼 사건: 역사에 한 획을 긋다
'신속함이 생명이다'를 외치는 언론인들이 모여 1년이 넘도록 장기적인 협동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는 점, '각자의 이익을 철저히 챙기려 한다'는 인식이 있는 언론인 350명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했다는 점, 그리고 이들이 단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각국에서 동시간대에 사건을 보도했다는 점에서 이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은 언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할만 하다.
ICIJ는 프로젝트의 취지에 걸맞게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실명과 그들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의 이름 등의 기본적인 정보를 오픈 데이터베이스화 하여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국제부=4기 이소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