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공=푸른숲주니어]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소문의 주인공이 된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드는 ‘소문’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우리의 요즘을 이야기하다
‘너, 그 얘기 들었어?’, ‘이거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XX가 그러던데 말이야.’……. 누구든 한 번쯤은, 아니 어쩌면 꽤나 자주 이 말들을 들어 보거나 직접 해 봤을 것이다. 사전적으로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전하여 들리는 말.’로 정의하고 있는 ‘소문’, 그 말뜻대로 소문은 위와 같은 대사들과 함께 은밀하고 빠르게 퍼져 나간다.
물론 모든 소문에도 시작점은 있다.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뉴스들, 거기서 파생되어 가지를 치며 무작위로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 SNS를 통해 통제할 수 없이 번져 나가는 게시글까지, 요즘 세상은 그야말로 ‘이야깃거리’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나 수많은 이야깃감 중에서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진짜’ 정보는 얼마나 될까? 어쩌면 누군가가 조작한 ‘가짜’ 소문이 더 많지는 않을까?
《소문의 주인공》은 학교 신문사의 기자인 주인공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 소문의 희생양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소문을 만들어 낸 사람, 동조하고 방관한 사람, 진실에 상관없이 자극만을 좇는 사람……. 누구 하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통해, 소문과 가짜 뉴스에 무감각해진 우리의 일상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노르웨이 아동․청소년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다양하고 섬세한 감정 묘사에 꼭 다시 그 나이로 돌아간 기분’,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하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인생을 보여 주는 이야기’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내가 있지도 않은 남자친구와 양다리를 걸쳤다고?”
모두가 주목하는 거짓과 그 뒤에 가려진 진실에 대한 이야기
재미있는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 학생들의 관심이 사라진 학교 신문사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나날이 떨어지는 구독자와 절망적인 조회 수……. 어떻게든 자신이 졸업하기 전에 예전의 신문사로 되돌려놓고 싶은 편집장은 부원들을 불러 모아, 조금 더 흥미로운 소재를 찾고, 한결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쓸 것을 지시한다.
아무 불평도,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앉아서 편집장의 말을 듣고 있던 마리에에게도 불벼락 같은 미션이 떨어진다. 바로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타리예이를 인터뷰하라는 것! 3학년의 타리예이라면, 누구든 돌아볼 만큼 잘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무뚝뚝하고 냉기 풀풀 날리는 성격으로도 더욱 소문이 난 선배. 모두의 부러운 시선에도 마리에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서로의 고민과 공통점을 공유하면서 인터뷰는 의외의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마리에는 자극성을 바라는 편집장의 의견에 따라 추측성 과장 기사를 완성한다. 업로드된 기사는 예상대로 좋은 호응을 얻고, 의외로 타리예이 선배에게도 크게 원망을 듣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마리에가 쓴 기사 덕분에 부모님이 체육고등학교 진학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마리에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속에 가졌던 찝찝함을 모두 털어내게 된다.
그 이후로도 조회 수 높은 기사를 연달아 쓰며 기자로서 승승장구하고, 인터뷰를 계기로 타리예이 선배와도 가까워진 마리에. 말랑말랑한 썸을 타며 꿈같은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학교 게시판에 익명의 글이 올라옴과 동시에 신문사로 가십 제보가 하나 도착한다. 자신과 소꿉친구 에스펜이 키스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교묘한 각도로 찍힌 사진 한 장과 함께…….
‘어느 날, 어떤 소문이 들려 왔다.’
그 순간, 우리는 저마다 그 소문과 어떻게 엮여 있을까?
2017년, 영미권의 주요 사전들이 ‘가짜 뉴스’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면서, 가짜 뉴스는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의 가장 큰 화두였다. 사실 가짜 뉴스는 사전적으로 ‘언론 보도의 형식을 띠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포되는 거짓 뉴스’를 뜻하지만, 지금은 미디어뿐만 아니라 메신저, SNS 등 각종 소셜 매체로 퍼져 나가는 근거 없는 뜬소문을 모두 일컫는 단어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가짜 뉴스는 가족, 친구, 선후배 등 우리 주변의 너무나 평범한 인간관계와 가정, 학교, 직장 등 일상적인 장소 속에도 존재한다. 대개는 ‘소문’이나 ‘뒷담화’라고 불리는 형태로 말이다.
《소문의 주인공》은 우리가 맞닥뜨리는 소문의 순간을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과 ‘또래’라는 한정된 인간관계로 풀어낸다.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든 소문과 뒷담화는 가짜 뉴스와는 그 영향력이 사뭇 다르다. 누구든 쉽게 거짓을 만들어 내는 가해자와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 또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언제라도 한순간에 역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마리에가 그랬던 것처럼, 자극적이고 은밀한 ‘소문’은 대개 공감대가 비슷한 연령일수록, 좁고 한정적인 집단일수록 더욱 큰 영향을 발휘하는 법이니 말이다.
타인을 비방하려는 악의적인 마음으로 거짓 제보를 한 예스페르, 개인적인 이익과 목표를 위해 거짓에 동조하는 마가, 재미 때문에 혹은 자신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방관하는 학생들, 한때는 거짓 기사의 동조자였지만 한순간에 피해자로 전락해 버린 마리에……. 쌓여가는 오해와 얽히는 감정들, 그 누구도 피해자의 진실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 막막한 상황을 보며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게 만약 내 이야기였다면 나는 어떤 입장에 놓여 있을까? 그리고 이 중에서 가장 무겁게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것은 누구일까?
소문의 주인공이 되고 나서야 “때로는 방관하고 때로는 동참한 우리에게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143쪽)”라며 반성하는 마리에의 모습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 같은 것이 아닐까? 누구라도 소문의 무게에서 쉽게 벗어날 수는 없다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소문 이면의 진실에 더더욱 민감해야 한다고 말이다.
지은이 : 미나 뤼스타
노르웨이에서 태어났으며, 십여 년간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해 왔다. 지금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문학 작품을 쓰고 있다. 특히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을 주로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데, 급격하게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느끼는 두려움이나 불안, 고독, 외로움과 같은 섬세한 내면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으로 《#좋아요의 맛》 《발표하기 무서워요!》가 있다.
옮긴이 : 손화수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를 공부한 후, 노르웨이로 건너가 크빈헤라드 코뮤네 예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때부터 노르웨이의 백야와 극야를 벗 삼아 책을 읽으며 다양한 도서를 우리말로 옮겨 왔다. 2012년에는 노르웨이국제문학협회(NORLA)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번역가 상’을 받았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 《#좋아요의 맛》 《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 《나는 그때 왜 비겁했을까?》 《초록을 품은 환경 교과서》 《나는 거부한다》 《나의 투쟁》 외 여러 권이 있다.
디지털이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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