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일어났다. 지난 16일 충청북도 제천에서 열렸던 2018 제천·KAL컵 남자프로배구대회에서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배구단(이하 삼성화재)이 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이하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0(25-18, 25-16, 25-20)으로 승리를 거두며 2009년 KOVO컵 후 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였다.
결코 쉽게 얻은 우승은 아니었다. 삼성화재의 주 공격수인 외국인 선수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가 자국(네덜란드)의 국가대표로 선출되어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승권에 가깝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토종 거포 박철우와 FA로 이적한 이적생 송희채의 활약이 돋보였다. 어려운 하이볼의 반격 상황에서 타이스 대신 박철우가 해결해주었고, 지난 시즌까지 주로 리시브를 담당하고 군입대한 류윤식을 대신하여 공격력이 추가된 송희채가 삼성화재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또한 군 제대 후 복귀전을 가진 지태환, FA 송희채의 보상선수로 생긴 부용찬의 부재를 채운 김강녕, 이번 시즌부터 주전 세터 자리를 꿰찬 2년 차 김형진 등 경기를 뛴 모든 선수들이 자기 몫을 톡톡히 해내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8기 김하은기자]
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송희채가 서브 에이스 2개 포함 17득점을 올리며 대회 MVP를 차지하였고, 준결승전 승리의 1등 공신이었던 박철우도 체력 관리를 하며 10득점을 올렸다. 이번 대회 삼성화재의 주전 세터로써 과감하면서도 안정된 플레이를 보여준 김형진이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하였다. 준우승 KB손해보험은 마무리가 아쉬웠다. 주 공격수 알렉스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와 이강원의 득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강서브가 강점이었던 KB손해보험은 서브 범실을 속출하며 오히려 이것이 약점이 되었다. 조별리그부터 꾸준히 경기에 출전한 3년 차 주전 세터 황택의가 MIP로 선정되었다.
3위는 초반 우승 후보로 꼽히던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이하 현대캐피탈)이 차지하였다. FA로 이적한 전광인과 토종 거포 문성민, 검증된 외국인 선수 파다르가 함께 뛰면서 막강한 공격력을 보일 거라 예상했지만 FA 전광인의 보상선수로 주전 세터 노재욱을 잃으며 현대캐피탈 특유의 스피드 배구를 보이지 못하였다. 또한 문성민-전광인의 리시브가 계속 흔들리면서 준결승전에서 삼성화재에게 무릎을 꿇었다.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 배구단(이하 대한항공)은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김학민의 부활 가능성을 볼 수 있었고, 서울 우리카드 위비 배구단은 2013-2014시즌 후 오랜만에 V-리그를 밟는 아가메즈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 스타 전광인을 잃은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 배구단은 예상외로 노재욱과 꾸준히 제 몫을 해주던 서재덕 등 선수들 간의 호흡이 잘 맞았고 외국인 선수 사이먼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2년 연속 최하위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배구단은 조별리그 내내 자체 범실에 발목을 잡혔다. 초청팀 JT 선더스는 일본 특유의 끈끈한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배구대표팀이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VNL 동안 잃었던 팬들의 신뢰를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달 뒤 개막할 2018-2019시즌 V-리그의 주인공은 '타이스가 함께하는' 삼성화재일지, '막강한 공격력'의 현대캐피탈일지,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일지, 혹은 '하위권 팀들의 반란'이 있을지 겨울을 기다려본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8기 김하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