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주에서 강도 5.8의 지진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선 역대 최고의 강진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대처는 미흡하기만 했다. 컨트롤타워는 없었고, 시민들은 위험에 노출됐다.
재난, 컨트롤타워의 부재, 인명피해, “앞으로 잘 하겠다”, 어디선가 많이 본 레퍼토리다. 기억을 되살려보자. 세월호, 메르스, 그리고 지진. 가슴 아픈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우리는 그때 얼마나 정부의 무능함을 보았던가? 정부는 같은 실수를 또 되풀이했다. 지진이 일어나고, 국민 안전처는 대피방법을 알려주기는 커녕 사이트가 먹통이었다. 지진의 브리핑은 96분후에야 시작됐고,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다. 운이 좋게도, 이번 지진은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3일, 기상청장의 발표에 따르면 ‘규모 6.0 초반까지의 지진은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불행 중 다행인지 ‘6.5이상의 지진은 희박하다’.
가만히 있어라 - 또
이번 지진은, 재난에 대한 우리의 대처가 아직도 정체되어 있음을 알려주었다. 12일 지진당시 3학년 고등학생들을 방문한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여진으로 인해 진동이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연설을 하며 학생들을 잡아 놨다. 교육감 뿐만이 아니었다. 몇몇학교들은 강제로 학생들을 야자에 남겨두기도 했다. 우리는 세월호사건에서 충분히 많은 교훈을 받지 않았던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로 교육기술부가 만든 <학교현장 재난유형별 교육 훈련 매뉴얼>에 따르면, 재난 발생시 학생들은 책상아래로 숨거나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러한 매뉴얼이 번듯하게 있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은 장휘국 교육감의 행동은, 다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끔찍한 데자뷰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이 재앙을 반복시킬까? 정부는 매번 새로운 대비책을 만들어 낸다. 새로운 부서를 창설하고,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내고, 항상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꾼다. 그렇다면 기존의 매뉴얼이 잘못일까? 새로운 매뉴얼로 대처하고 노력한다면 이 악순환은 끝이 날까? 정부는 재난이 일어나면 부랴부랴 대비책을 만들지만, 이미 피해는 입을 대로 입고 나서다. 또한 그것이 실전에서 사용가능한지는 아직 미지수다. 결국, 우리는 앞으로의 재난에 대해선 아무런 대비도 없다.
따라서 우리의 문제는 대처다.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대비는 소용이 없다. 아무리 앞에서의 전개가 같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우리의 대처가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제 지진의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더 이상 우리가 알고있는 상식선에서의 예방훈련은 무의미하다. 이제는 제대로 된 교육과 정확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제도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 측면의 문제이기도 하다. ‘안전불감증’에 관한 대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이 데자뷰의 끝을 알고있다. 이번엔 운이 좋아 건물들의 피해도 적었고, 심각한 인명피해도 없었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다음 번 지진의 피해를 막지 못한다. 지금 재난들에 노출된 건 ‘도룡뇽이 아니라 사람’이다. 어느새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이 결말을, 절실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3기 조민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