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울산과학고등학교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에 새 생명이 태어났다. 학교 주변을 떠돌던 어느 떠돌이 개 한 마리가 학교와 산의 경계를 구분 짓는 펜스 안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다섯 마리의 강아지를 출산한 것이다. 이들의 보금자리는 다소 이색적인 장소라 교내 많은 교사들과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강아지들의 보금자리
[이미지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박서영기자]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점심시간, 저녁시간마다 학교 둘레를 산책하고 있던 두 학생에게 어디선가 강아지 울음소리가 들렸고 다섯 마리의 강아지 중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섯 마리의 강아지는 모두 다른 색을 갖고 태어났다. 검은색부터 하얀색까지 모든 강아지가 개성만점이다. 학생들은 이들의 생김새를 토대로 강아지들마다 예쁜 이름을 지어주었다. 검은색 강아지는 처음 발견했을 당시 두더지를 닮았다 하여 ‘더지’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약간 갈색빛을 보이는 강아지는 ‘고구마’, ‘웰시코기’라는 견종의 무늬를 닮은 강아지는 ‘코기’, 살짝 베이지색을 보이는 강아지는 ‘인절미’, 새하얀 색의 강아지는 ‘흰둥이’다.
이들 중 더지라는 이름의 강아지는 조금 특별하다. 더지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학교 주변을 산책하던 학생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당시 더지는 혼자 낑낑거리며 울고 있었고 학생은 이 강아지가 버려졌다고 오해하여 잠시 임시보호를 하다 주변 동물병원에 데려다주었다. 하지만 며칠 뒤 강아지의 나머지 형제들이 발견되었고 더지를 다시 데려오려 했지만 동물병원에서는 이럴 경우 강아지 호텔을 사용한 경우로 취급되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했다. 이에 울산과학고등학교의 몇몇 학생들과 교사들이 모금을 하여 더지를 다시 데려올 수 있었다.
사람 냄새와 동물병원 냄새가 더지의 몸에 배어 혹시나 어미 개가 더지를 공격할까봐 전전긍긍하던 학생들은 어미 개가 없는 틈을 타 수시로 다른 형제들의 분비물을 더지에게 묻히는 등 더지의 안전한 복귀를 위해 노력하였고 더지는 무사히 가족들 품에 돌아갔다.
울산과학고등학교의 몇몇 학생들은 비썩 마른 어미 개와 어미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강아지들을 걱정하여 분유를 구해 직접 먹여주거나 수시로 급식실의 남은 잔반 중 적당한 것을 골라 매 끼를 챙겨주었고 어미 개와 강아지들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매 점심시간, 저녁시간마다 강아지 가족의 보금자리를 살펴보기 위하여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강아지 가족은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 속 큰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강아지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은 많은 이를 미소 짓게 했다.
하지만 강아지들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활동반경이 넓어졌고 보금자리에만 머물러있던 강아지들이 점차 교내 조회대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되어 불가피하게 강아지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한편, 다섯 마리 강아지 중 인절미란 이름의 강아지는 당일 행방불명되어 함께 옮겨지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일어난 일이라 많은 학생들은 이 장면을 목격했고 어미 개와 강아지의 울음소리는 전교로 울려 퍼졌다. 어미 개는 경계심이 심한 탓에 미처 구조되지 못했지만 사람들에 의해 강아지들이 뜰채로 포획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본 어미 개는 강아지들이 떠난 뒤로도 며칠 동안 학교 머물며 사람들의 곁을 맴돌았다. 평소 경계심이 심해 사람의 근처에는 오지도 않던 녀석이 새끼를 찾아 사람들을 따라오는 모습은 많은 학생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그렇게 어미 개는 새끼들이 마지막으로 포획된 장소에서 며칠간 머물다 종적을 감추었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강아지 '더지'
[이미지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박서영기자]
강아지들에게 이름을 지어준 것은 물론, 더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직접 더지를 돌보며 강아지들에게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가졌고 강아지들이 포획되는 마지막 모습까지 지켜본 박서영 학생(18)은 “강아지들을 학교에서 끝까지 키우고 싶은데 곧 졸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책임을 지지 못해 누구보다 마음이 아프다”라며 “많은 학생들이 지켜보는 점심시간에 어미 개가 보는 앞에서 가족들은 생이별시킨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의견을 보였으며 이번 사건에 대해 가슴 아픈 입장을 전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IT·과학부=4기 박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