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암수가 있는 생물을 교배하면 태어나는 개체들의 성별이 1:1의 비를 이룬다. 그런데 초파리의 경우, 유전자를 교차하면 무조건 암컷 개체만이 태어나는 특이한 현상이 있다. 이는 1950년대부터 유전학자들이 연구했지만 최근까지 밝혀내지 못했던 미스터리인데, 이것이 드디어 올해 5월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린 한 연구에서 자세히 다뤄졌다.
▲ 일반적인 생물의 성비(좌)와 실험에서 나타나는 초파리의 성비(우)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7기 이재협기자]
로잔연방공과대학(EPFL)의 토시유키 & 브루노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초파리의 교배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성비가 나타났던 것은 다름 아닌 '스피로플라스마 폴소니(Spiroplasma poulsonii)'라는 세균 때문이었다. 교수팀은 이 연구를 통해 폴소니균이 만들어내는 단백질이 수컷 초파리를 죽이는 독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폴소니균은 초파리의 혈액 속에 공생하며 '스페이드(Spaid)'라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데, 특히 이것이 수컷 X염색체에 결합하면 말 그대로 살상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노랑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 유전자를 교차하면 이 원리에 따라, 폴소니균에 의해 분비된 이 스페이드 단백질이 수컷 초파리의 발현을 억제하여 암컷 개체만이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학술 내용에 의하면 이 원리는 폴소니균의 스페이드 유전자 돌연변이와 초파리 성비의 상관관계에 의해서 판단되었다. 스페이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폴소니균의 경우 스페이드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발현되지 않는데, 이때 수컷 초파리에 대한 살상력이 줄어든 것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 스피로플라스마의 돌연변이에 따른 실험 결과의 변화 양상 예시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7기 이재협기자]
한편 이 연구의 참고문헌인 제니퍼 & 트리샤 & 패드릭 교수팀의 관련 선행연구에서는, 스피로플라스마 폴소니가 초파리 태아에 대해 수컷의 살상을 유도한다는 점을 앞선 2013년 11월에 이미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공개된 내용에서 스피로플라스마가 수컷의 발생을 막는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수컷 개체의 발현을 억제하는 구체적인 수단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성비 결정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발견은 이번이 최초에 가깝다. 앞으로 유전학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 분야의 연구에 적잖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IT·과학부=7기 이재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