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지은 건 내 잘못. 모두 말하죠. 당신들이 원하는 모든 걸.
난 그를 뒤따른 것뿐. 그것뿐이죠. 34년전 감옥에 온 이유."
(뮤지컬 쓰릴미 넘버 Why 중 일부 발췌)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유괴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2003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하고, 2007년 한국 초연을 이후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객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뮤지컬 '쓰릴미'는 올해 10주년을 맞아 초연배우인 강필석, 최재웅, 김무열, 이율과 함께 그 이후의 시즌에서 공연한 김재범, 에녹, 송원근, 정동화, 이창용, 정욱진 등 다수의 배우들이 출연했다.
화려한 조명, 무대 등을 바탕으로 공연하는 다른 뮤지컬들과는 달리, 쓰릴미는 피아노 한대, 의자 2개, 타자기 등을 비롯한 간단한 소품들로 이루어져 오직 출연하는 2명의 배우만으로 텅 빈 무대를 채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전석이 매진되는 신화를 세우는지에 대한 이유는 간단하게 2가지로 들 수 있다.
1. 한국 관객에 맞춘 극 편집.
만약 한국 공연에서 브로드웨이 공연 때 사용되었던 극중 인물들의 이름을 사용하고, 배경을 알 수 없는 설명이 부족한 무대에서 '이곳은 시카고이다' 라는 식의 실제 지명을 사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매우 어색하고 거리감이 들며, 텅 빈 느낌이 다가오면서 극에 몰입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 공연에서는 극중 인물의 이름을 빼고, '나'와 '그'로 대체하고, 실제 지명을 언급하지 않는 등 현재 대한민국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을듯한 느낌을 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극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했다.
2. 각 배우의 디테일을 부각시킨 페어 선정.
보통 하나의 공연을 완성시키고자 할 때, 연출가들은 배우가 배역에 맞추어져서 배역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배우들의 애드리브도 자제하는 편이다. 하지만 '쓰릴미'에서는 배우들의 '케미'를 부각시켜서 더욱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배우 각각의 특성을 돋보이게 해서 각 페어별로 다른 느낌을 주었고, 같은 페어라도 날마다 다른 노선을 타, 관객들로 하여금 하나의 페어만이 아닌 여러 페어를 돌고, 하나의 페어만을 돌더라도 다른 날에 대해 궁금함을 느끼게 해서 같은 극을 여러 번 도는 일명 '회전문 관람'을 이끌어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고다연기자]
과연 누가 누구를 조종하는가 포스터에 쓰여있는 문장이다. 이 문장 하나가 '쓰릴미'라는 극 전체를 설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 90분동안 쉬지 않고 피아노 한대와 배우 2명만이 이끌어나는 뮤지컬 '쓰릴미'는 오는 5월 28일까지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4기 고다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