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피, 땀, 눈물'은 어디로 갔을까.
청소년이라면 가벼이만은 여길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그리고 시간제 일자리, 소위 말하는 '아르바이트' 문제는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을 논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대두되었던 문제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적잖은 친구들이 아르바이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현장에서 얼마나 노동법이 지켜지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무작정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소에, 신입 '알바생'으로 찾아가 보았다.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의 주방.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채은기자]
?지난주 주말인 4월 8일부터 9일까지, 나는 한 고속도로 휴게실의 주방에서 하루 12시간씩 24시간 동안 근무했다. 휴게시간 1시간과 하루 세 번 주어지는 30분의 식사시간을 빼고서라고 하루 9시간 30분을 일한 셈. 이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었다. 근로기준법 제69조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하루 7시간 이상의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예외적인 경우에 연장하여도 하루 1시간 이상 연장할 수 없는 것이 법. 그마저도 첫날은 휴게시간의 절반도 채 쉬지 못한 채, 바쁘다는 이유로 근무지로 다시 불려 나와 근무해야만 했다. 연장근무에 대한 추가 수당은 당연히 없었다. 몸이 지쳐가는 만큼 마음도 지쳐갔고, 하루의 일을 마무리할 무렵에는 어느새 기계처럼 그릇을 닦는 일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직접 겪어본 노동의 강도는 꽤나 셌다. 발에는 물집이 잡혔고, 첫날 일을 마치고 보니 손가락에 피가 잘 통하지 않아 손이 퉁퉁 부어있었다. 입술에 혈관이 터져 부을 정도였으니 손목과 발목, 허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일을 소개해준 친구의 말에 따르면, 벚꽃이 만개할 즈음이라 관광객이 많았으리라는 것. 일당 76,000원. 하루 8,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시급을 받고 일했지만, 결코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일임엔 틀림없었다. 으레 '알바생'들이 그렇듯 배정받은 일보다 더 많은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그만큼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알바생'들의 심정이 백번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흔히들 무엇이든지 남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을 받기는 힘들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대상이 청소년이라는 점은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아르바이트 자체의 문제도 큰 문제임엔 틀림없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그 문제를 겪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사실 노동의 강도보다도 더 문제 되는 부분은 청소년들이 청소년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한 채 일한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문제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근로계약서'라는 것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는 청소년들을 비롯한 '알바생' 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서류이자 임금체불이나 추가적인 업무 요구 등에 대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다. 말하자면 '알바생' 의 방어막인 셈.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16 청소년 매체 이용·유해환경 실태조사' 중 '근로보호' 영역의 설문조사 결과. [이미지 출처=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8일에 발표한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청소년 15,6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 청소년 매체 이용·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아르바이트 청소년의 59.3%(10명 중 6명)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25.8%(4명 중 1명)은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업무 내용, 급여, 근로 시간등이 포함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응답자는 4명 중 1명인 24.9%에 불과했다. 아르바이트 청소년의 16.9%는 '일하기로 약속한 시간 또는 약속한 날이 아닌데도 초과근무를 요구받았다'고 응답했고, 8.8%의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이 '임금을 못 받거나, 약속된 금액보다 적게 받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부당 처우를 받아도 65.8%의 청소년들이 '참고 계속 일했다'고 답했다. 그마저도 나이가 어릴수록 더 많은 학생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근로계약서는 고용주의 양심에 맡겨지는, 유명무실한 신세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근무했던 곳 또한 정상적으로 임금은 지불하였으나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그나마 나의 경우가 다른 많은 '청소년 알바생'들과 비교했을 때 정상적인 임금을 받는, 양호한 경우였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 우리 주위에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에 참여하는 친구도, 부모님께 부담을 지워드리지 않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참여하는 친구도, 자신의 꿈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참여하는 친구도 있다. 이 많은 친구들의 '피, 땀, 눈물'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여기에는 귀를 기울여 볼 만한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 경남 창원시와 창원교육지원청, 고용노동부 창원고용지청의 대표자들이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 권익 증진' 협약식에서 만난 것. 창원에서 시작된 이 작은 물결이 확대된다면 우리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희망해본다.
사장님의 양심,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것은 그보다도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더 이상 강경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피해가 생겼다면 신고해라'와 같은 실효성 없는 방법으로만 청소년 아르바이트 문제를 대하는 정부는 바뀌어야 한다. 보복이 두려워서, 해고될까봐 신고를 하지 못하는 청소년들. 이러한 청소년들을 '부려'먹는 수많은 '유바바'들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이제, 정부와 우리 사회가 나서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4기 이채은기자]
청소년들의 권익 보호와 향상을 더욱더 알아보고 관심을 가지는 학생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