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9기 홍도현기자]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7년 5월 집권을 시작하면서 9년의 보수 정권 동안 이어졌던 일촉즉발의 남북관계가 완화되기 시작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남과 북은 3번의 정상회담을 했고,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을 통해서 군사적 긴장 관계를 완화하고, 그 일환으로 최근 군사분계선 내 경계초소들을 철거하고 경제, 군사, 문화와 같은 다방면의 분야에서 회담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유화 정책을 국제 사회는 환영하고 있다. 최근 UN에서는 남북 간의 철도연결을 위해 이 문제에 한해서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면제해주었다. 하지만, 이런 화해적 분위기를 일각에서 경계하는 것도 당연하다. 평화와 비핵화는 좋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합의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국제사회를 속였고, 시간을 벌어 핵을 만든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는 실제 북한 외무성에서 수십 년 동안 요직을 맡아온 내부자로서 자신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제기한다.
이 책은 태영호 전 공사가 외무성에 처음 들어간 시점부터 시작한다. 자신이 어떻게 해서 유럽 쪽 인사들과 친분을 맺게 되었고 특히 당시 북한의 최고지도자였던 김정일이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상세히 묘사한다. 극도로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특수성 상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외무성 유럽국의 부장으로서, 그리고 덴마크, 스웨덴, 영국 대사관에서 근무한 외교관으로서 태영호 개인의 경험담을 얘기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그의 단순한 경험담이라고 해서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엘리트 계층 출신인 그는 항상 외무성에서 요직을 겸했었고, 특히 그 임무가 유럽과 관련되었을 경우, 상무조(태스크포스)에 빈번히 참여했었다.
또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아무도 알 수 없는 북한의 정부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고 특히, 어느 특정한 이슈들에 대해서 당시 서방이 예상하던 것과는 달리 외무성, 그리고 북한 대중들이 여론이 어떻게 달랐는지 상세히 알 수 있다. 한 사람을 숙청하는 것이 북한 체재에서 얼마나 쉽고, 이를 피하기 위해선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 내부자의 입장에서 외부자라면 알 수 없는 깊은 수준으로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외교관으로서 공식 석상에선 항상 김씨 일가를 찬양했어야 했었던 것과 달리, 자신과 동료 외교관들이 가졌던 체제에 대한 의문을 이 책에서 직접 언급했다는 점이었다. 항상 모든 상황에서 '공화국'을 찬양했어야 했던 그들도 결국 인간이었고, 자식이 있는 아버지였고, 그 누구보다 자식의 안녕을 기원했고 이를 위해 설령 상부의 지시를 어기는 일이 있어도 위험을 무릅썼다. 이 점은 북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의견을 지금까지 대한민국 대중들이 듣기 거의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흥미로웠고,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울 부분일 것이다.
필자는 이 책을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북한 체재에 대해서 이만큼 깊은 이해도를 가지고 책을 쓴 적이 없고, 그만큼 북한 체재와 북한의 진심을 상세히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북한이 국제사회에 저지른 일들과 저자가 내부자로서 파악한 북한의 진심을 보면 다시 한번 북한에 대한 비핵화 정책이 무조건 북한에 대한 신뢰만을 기반으로 진행되기보다 북한을 검증할 수 있는 수단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치부=9기 홍도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