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은 창작자가 자신의 감정과 삶을 표현하는 수단인 동시에 한 문화를 구체화하는 문화재다. 예술가는 새로운 세계관을 건설한다는 관점에서 자유를 가지고 있지만 사회 구성원이 창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도덕적 의무에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올해 8월에 싱가포르 부자들의 역동적인 삶을 시사하는 ‘Crazy Rich Asians’라는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개봉했다. 출연진 모두 동양인이라는 점에서 선풍적인 영화였다. 점차 할리우드라는 세계적 무대에 동양인들의 자리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은 인종 평등에 한 걸음 나아가는 발전을 보여주며, 영화는 이와 같은 역사적 의의를 지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미디어, 특히 영화는 전 세계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인 만큼 그들의 생각에 영향을 끼치며 사상을 형성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동양 문화를 더 알릴 수 있는 반면에 동양에 대한 편견을 형성시킬 수 있는 위험 또한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중은 영화에 미디어의 도덕적 의무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하였고, 그러한 기대와 실망에 대한 대가로 영화는 비평을 피할 수 없었다. 현재 영화에 대해 지속되고 있는 논란을 살펴보자.
▲'Crazy Rich Asians'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8기 이혜림기자]
먼저, 'Crazy Rich Asians’은 중국, 일본, 한국 민족의 배우들 중심으로 싱가포르 부자 계층의 삶을 담은 영화다. 그러나 실제 싱가포르 인구 중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동양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싱가포르 인구의 대부분은 부유하기보다는, 경제적으로 빈약한 계층의 사람들이다. 영화는 소시민의 삶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 사이에서는 싱가포르의 사회적 상황과 문화를 존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적 의견이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배우들이 한국인, 중국인, 또는 일본인이지만 실제로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은 남아시아 민족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영화는 동양인들 중에서도 ‘올바른 종류’의 동양인을 분류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영화에 대한 또 다른 인종차별적인 논란이 발발하였다. 즉, 아시아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인지, 특정 아시아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더 나아가, 영화는 서양화를 강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며 논란이 한 층 악화되었다. 영화 전체적으로 동양 문화를 표현하고 있지만, 서양 특유의 내러티브가 사용된다는 점에서 과연 동양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려는 것인지 의문점이 남는다. 특히, 배우들은 'Singlish'이라고 하는 싱가포르 특유의 영어 사투리를 사용하는 대신 전형적인 미국 발음으로 연기하였다. 감정과 생각을 나누어 문화를 형성하는 수단인 언어를 정밀하게 표현하지 않고 미국 발음으로 대체한 것은 싱가포르인들의 삶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였고, 온전히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감독은 철저히 인종 평등을 향한 인류의 노력에 기여하기 위해 영화를 제작했다는 입장이다. 기존 영화 산업에서는 동양인 배우가 캐스팅되면 그 이유를 설명하여야 되었고, 특별히 작품에 ‘동양적' 요소가 있어야 했었다. 감독은 이 영화를 제작하였을 때, 과거의 영화산업과 반대되게 굳이 ‘정당화’할 필요 없이 아시아인 배우들을 캐스팅하였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었다고 했다. 인종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감독의 정신도 인종차별주의에 반하지만 서양 문화가 묻어나는 서사에 동양인 얼굴을 대체하는듯한 현상이 발생하면서 소수민족은 서양 문화에 맞춰나가야 한다는 해석이 발생하여 오해의 여지가 생긴다.
물론 작품에 대한 논란에 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영화는 그냥 영화로 보자는 것이다. 영화의 서사는 ‘Crazy Rich Asians’, 즉 상위 계층 동양인들의 삶을 나타내는 것에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내러티브의 흐름상 빈곤에 처해있는 소시민의 현실까지 담기는 어렵다. 덧붙여, 동아시아 배우들만을 캐스팅한 것에 대해 반하는 의견으로는 영화와 현실은 현저히 다른 세계관을 가져, 배우들은 작품 감상과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정확히 서사 상 인물들과 일치하지 않는 국적을 갖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표현되었다. 출연진을 모두 동양인으로 설정한 것 자체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다.
이 영화에 과도한 도덕적 의무를 강요하는 현상에도 문제가 보인다. 대중은 마치 이 영화가 동양인들이 주가 되는 할리우드 영화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관념에 갇혀있듯 하다. 그러나 이것은 평등에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발걸음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Crazy Rich Asians’에 대한 이슈는 예술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점을 남긴다. 창작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문화의 세밀한 표현이 다른 세계관을 구성하는 창작자의 입장에서 그리 중요한 일인가? 창작과 현실 사이, 그 모호한 간격을 이해하며 예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국제부=8기 이혜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