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시작된 예멘 내전은 국경을 넘어 국제 사회의 질서까지 흩트리고 있다. 전쟁 이후 예멘의 국정은 불안정해졌고 국토는 더 이상 국민들이 살기에는 황폐한 곳이 되어버렸다. 이로 인해 수많은 예멘인은 화평의 소망을 품고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서고 있다. 각종 테러리즘 사건으로 인해 이민을 점점 제한하고 있는 유럽과 세계 각종 나라 사이에서 탄탄한 경제력을 자랑하는 한국은 예맨 사람들에게 이민 선택지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한국의 다른 지역과 달리 관광산업의 촉진을 위해 30일 동안 비자 없이 외국인이 체류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된다. 그렇기에 예멘 국민들은 제주도에 지속해서 입국 신청을 해왔고 지난 6월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입국하여 한국 사회는 또다시 갈등 상황을 맞이하였다.
현재 난민 수용 찬성과 반대 입장으로 사회는 나누어져 두 집단은 활발히, 그러나 적대적으로 서로를 반박하는 중이다. 40만 명이 동의한 난민 법과 난민 신청 허가증 폐지청원과 밤의 평온함을 깨는 난민 반대 시위는 현재 사회의 분열을 극명히 그린다. 이러한 반(反)난민 광풍은 유독 인터넷 기사나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찾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시로는 올여름 ‘제주 반사 사건 6건’에 난민들이 연루되었다는 가짜 뉴스로 인해 유발된 반(反)난민 운동이다.
[이미지 촬영=트위터 스크린 캡처]
피해자들의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500여 명의 난민 수용 이후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화살은 그들에게 돌려지고 있다. 자극적인 가짜 뉴스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무비판적 자세로 믿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이러한 반(反)난민 감정은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가 위험하다. 가만히 있으면 제주도뿐만 아니라 한국 전체가 난민으로 위장한 사람들에게 먹힐 것”이라는 댓글부터 해시태그와 함께한 “제주도 여성 안전권 보장하라” 등 난민을 수용하는 정부 제도와 예멘 난민들에 대한 적의적인 의견이 표현되면서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경찰에서 현재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난민 연루 사건은 소문에 불가하며 사인에 대해 성실히 조사하고 있으니 혐오 발언을 자제해달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였을 때도 난민에 대한 반감이 진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찰들이라는 게 저따위로 수사하니까 이런 괴담이 나오지”라고 하는 댓글처럼 논란의 중점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언론 또한 난민 수용 찬성 입장에 치중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경향이 보여 지극히 사실인 내용을 전달할 때도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다. 예멘 난민에 대한 편견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차라리 다른 대상을 탓하려는 군중 심리로 보인다. 그러나 난민 혐오에 눈이 먼, 무조건적인 미디어 수용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물론 난민, 특히 무슬림 난민을 경계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자연스러운 심리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외집단에 배타적인 감정을 품게 된다고 한다. 덧붙여, 언론은 끊임없이 무슬림 테러리스트로 인해 발생한 인명 피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국민들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몇몇 무슬림 사람으로 인해 생긴 편견으로 모든 무슬림 사람들을 일반화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도덕적인 책임을 지니고 있는 인간이라면 감정적인 사유 때문에 무고한 생명을 죽게 놔둘 수는 없다. 특히,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한국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의무를 지고 있어서 국제적 이슈에 눈을 감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위협적으로 퍼지고 있는 ‘이슬람포비아’가 한국인들의 사고와 문화에 굳게 자리 잡지 않도록 방책을 세워야 한다.
▲ 특목고 난민 포럼
[이미지 촬영= 대한민국 청소년 기자단 8기 이혜림기자]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좋은 방법의 하나는 일종의 ‘나눔의 장’을 마련하여 다양한 사회적 집단과 계층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다른 배경에서 온 사람들, 그리고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 경기외고는 북일고와 대원외고와 함께 난민 포럼을 주최하였다. 포럼 시 학생들은 난민에 대한 정책과 사회적 의식 등과 연관된 국가별 사례를 살펴보아 한국에서 난민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의했다. 제시된 의견 중에서 인상 깊은 것은 먼저, 언론의 역할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주의적으로 테러리즘의 피해에 대해 보도하는 언론 기구는 많지만, 예멘인 또는 무슬림 개인의 삶을 보여주는 매체는 적다. 우리와 별다를 것이 없는 무슬림 개인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프로젝트가 실시되면 이슬람포비아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국가 기관은 난민 입국 절차에서의 철저한 조사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정확히 구하여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이 필수적인 관건이라고 하기도 하였다. 국가 기관, 즉 정부나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얻어 떳떳한 국민의 목소리, 그리고 팔과 다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집단 속 난민에 대한 활발한 나눔이 이루어져 국민이, 그리고 ‘국가’가 방안 결정에 참여하면 분열이 덜 일어나고, 국가의 도덕적 책임 또한 직면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전부터 한국은 난민 문제와 거리가 먼, 그저 진행되는 경황을 지켜보는 태도를 유지하는 나라였다. 제주 난민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도 이제 국제무대로 초청되었다. 한국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역량이 국제적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하며 이 사태를 맞이해야 할까? 감정적인 태도보다는 논리적, 이성적 생각으로 최선의 방안을 재빨리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국제부=8기 이혜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