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深圳), 우리 말로 ‘심천’이라고 불리는 이 도시는, 홍콩(香港)과 광저우(广州)를 경계로 둔 중국의 경제특구(经济特区, Special Economic Zone) 도시이다. 중국 경제의 핵심. 이 칭호만으로는 별문제 없어 보이는 이 도시에, 최근 대두되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미세 먼지’이다.
현재 한국은 미세먼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많은 인터넷 신문 기사들을 보면, “중국에 미세먼지 다 한국으로 보내네”라는 댓글들이 많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으로 미세먼지를 전부 다 보낸 중국’의 하늘은 마냥 푸르기만 한 것일까?
한국에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졌었던 2015년엔, 이곳 선전의 하늘은 항상 푸르고, 맑았고, 미세먼지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그러던 심천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1년 남짓이다.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하늘과는 다르게 늘 푸르고 깨끗했던 선전 하늘은, 매일같이 ‘나쁨’ 수치인 100을 넘어선다. 시원하게 보이던 홍콩의 바다와 산은 뿌연 먼지에 가려져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늘 푸르던 선전 하늘은, 왜 그 푸르름을 잃어버린 것일까?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6기 김명진기자]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6기 김명진기자]
선전은 늘 바쁘다. 바삐 오가는 사람들을 일컬어 부르는 것이 아니다. 선전은 늘, ‘공사(工事)’로 바쁘다. 2018년 4월을 기준으로, 선전에는 10개의 지하철 노선이 있다. 10개의 노선이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선전시 정부는 다시금 새로운 노선을 개통하기 위해 선전시 이곳저곳을 파헤치고 있다. 밤낮으로 땅을 파는 ‘쿵쿵쿵’ 소리가 끊이질 않고, 차도와 인도 이곳저곳을 막아 위험할 뿐만 아니라, 교통 혼잡도 끊이질 않는다. 선전시 정부가 오래전 발표한 지하철 개통 계획을 참고하자면, 선전시는 2018년, 이미 개통된 10개의 노선을 제외하고 17개의 노선을 추가로 개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선전시 전체에 만연한 공사 현장은, 지하철 공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선전은 덩샤오핑(邓少平)에 의해 경제특구 도시로 지정된 이후, 수많은 고층빌딩을 지어왔다. 비가 많이 오는 우기면 항상 선전의 하수도 시설이 없으니만 못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들에 의하면, 선전시는 주어진 예산을 고층 건물을 짓는 데만 쓰고, 정작 필요한 배수 시설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가 많이 왔다고 생각되는 날엔, 선전을 대표하는 대학교, 선전대학교 앞은 늘 물바다다. 건물 안으로 물이 들어와 홍수가 되는 것은 다반사지만, 배수 시설은 도시 겉치레를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전시는 고층 건물을 짓는데 대부분의 예산을 소비하고 있다. 그저 선전시의 고위 간부들의 위신을 세워주는 고층 건물들은 결국 선전시의 환경 오염, 특히 공기 오염으로 이어졌다.
선전 하늘을 뒤덮은 회색 하늘에 대하여, 선전의 사람들은 주위 도시들에게 그 책임을 돌린다. 선전과 맞닿아 있는 도시, 동관, 광저우, 홍콩, 주하이 등에 가동되고 있는 공장들의 매연이 그저 선전으로 넘어온 것뿐이라고 말이다.
선전시가 발전해온 지난 10년간, 선전시의 인구는 급속히 늘어났고, 시 정부에 등록된 차량의 수도 마찬가지로 급증했다. 그러한 변화는 곧 더욱 심각한 환경 변화를 초래하였고, 선전시민들은,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을 양손에 꼽을 수 있게 되었다.
선전시는, ‘경제특구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갑작스러운 변화처럼 느껴졌던 잿빛 하늘은 어쩌면 훨씬 이전부터 예견되어 온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한국에서도 미세먼지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고, 다음과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미세먼지와 공기에 대한 기사가 빠지지 않고 올라와 있다. 한국과 선전은 모두 짧은 시간에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나라와 시의 발전을 위해 투자한다는 것. 경제 발전과 파란 하늘은 과연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주변국, 주변 도시들에게서 환경 오염의 원인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내 나라, 내 도시에서는 과연 ‘파란 하늘’을 되찾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에 더욱더 초점을 맞춰야 할 때는 아닌가? 앞으로 전 세계가 이끌어 갈 더욱 눈부신 경제 성장에, 더 이상은 잿빛 하늘이 아니라 파란 하늘만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국제부=6기 김명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