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 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들을 저지르며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첫 번째 사고는 바로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의 쪽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배달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배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수상했어야 맞았다. 하지만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 수상한 여우주연상의 봉투를 작품상으로 착각한 관계자가 작품상 쪽지로 여우주연상 봉투를 건넸고, 그 결과 <라라랜드>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처럼 발표되었다. 이후 기쁨에 젖은 <라라랜드>의 제작진들은 저마다 감동의 소감 발표를 진행했지만, 이내 수상이 잘못되었다는 발표가 나자 바로 전까지도 그들이 거머쥐고 있던 트로피를 <문라이트>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사진은 최근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것으로 잘못 호명된 <라라랜드>의 팜플렛)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박우빈 기자]
이런 대형의 방송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15년에 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 당시 우승자를 가리는 최종 발표 자리에서 진행자였던 스티브 하비가 잘못된 호명을 한 것이다. 그때의 우승자는 필리핀 출신 피아 알론소였지만, 1등과 2등을 착각한 사회자가 2등이었던 미스 콜롬비아를 우승자로 발표한 것이다.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조롱과 비난을 받게 되었다. 이 방송사고는 이번에 일어난 오스카의 실수와 매우 유사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고의 현장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의 사회자였던 지미 키멜이 스티브 하비의 이름을 거론했는지도 모른다. 키멜은 무대 위에서 “스티브 하비를 비난한다”며 비슷한 사건을 일으킨 그의 이름을 꺼내 농담 같지 않은 농담을 던졌다.
(사진은 최근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문라이트>의 팜플렛)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박우빈 기자]
아카데미가 올해 저지른 두 번째 사고는 바로 ‘고인을 추모하며’ 코너에서 벌어졌다. 아카데미에서는 이번 시상식에서 최근에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고인을 추모하며’라는 이름의 코너를 진행했다. 하지만, 그들은 지난 10월에 세상을 떠난 호주의 의상 디자이너인 재닛 패터슨을 추모하면서 엉뚱하게도 멀쩡히 살아있는 얀 채프먼이라는 이름의 호주 영화 프로듀서의 사진을 사용했다. 엉겁결에 살아있는 사람이 고인으로 변해버린 민망한 순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실수는 아니지만, 작년 9월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배우 알렉시스 아퀘트의 이름이 빠져 논란이 되기도 하다. 이 사건을 두고 그녀의 언니인 패트리샤 아퀘트는 아퀘트가 성전환자였다는 이유를 들어 아카데미가 의도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제외했을 것이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아카데미 시상식은 몇 차례의 치명적 실수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가 어려워졌다. 계속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던 할리우드답게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배우들 및 사회자가 계속해서 트럼프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쏟아져 내며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막판에 벌어진 이 불의의 사고 때문에 아카데미는 트럼프의 역습을 맞게 되었다. 트럼프는 이 사고가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본업보다는 정치에 신경을 쓰다 벌어진 실수이며, 오스카의 이름에 먹칠한 사고라며 계속해서 돌직구를 날렸다.
이번 아카데미의 실수들로 많은 비난들이 쏟아져 나왔다. 트럼프와 할리우드의 오래된 갈등은 이번 일로 더욱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말처럼 서로의 본업에 충실한 것이다. 이것은 비단 아카데미의 상황만이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과 아카데미 모두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카데미가 더욱더 시상식 준비에 힘을 쏟고 이번 사고와 같은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국제부=4기 박우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