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대한민국을 휩쓴 후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관심이 ’변두리‘로 집중되는 것이 문제이다. 즉, 일부 대중들이 사건 당사자나 현재 정치 상황보다 당사자들, 특히 사회 고위층의 패션이나 소지품 등의 부속적인 것들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2016 올해의 단어‘에는 ’post-truth‘라는 단어가 있다. 여기서 post라는 접두사는 특정 개념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거나 무관계해진 시간에 속하는 것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쉽게 말해서 진실이나 진리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거나 영향력이 없게 된 시기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옥스퍼드 사전은 세간이 집중되었던 유럽 연합의 브렉시트 국민 투표와 미국 대선 당시 이 단어의 사용 빈도가 크게 증가했다고 기술했다. 이것은 비단 다른 국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상황에도 꼭 들어맞는다.
이를 테면, 국정 농단 사건이 벌어진 이후 사람들의 관심이 최순실 일가에게 집중되면서 최순실 구두와 정유라 패딩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던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것을 블레임(blame; 비난)과 룩(look; 외모, 주목)의 합성어인 ’블레임 룩‘이라고도 하는데, 즉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 언론 등을 통해 대중 앞에 등장했을 때 해당 인물의 의상 등 외관에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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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가십성 기사 덕에 국민들은 고가 패딩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정유라 패딩에 관해 최초로 보도한 기자는 정유라의 패딩이 캐나다산 고급 브랜드 '노비스' 제품으로 1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이라 주장했다. 정씨가 입고 있는 패딩과 티셔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강조하면서 성급히 블레임 룩 현상을 점친 기사내용은 식상하기 짝이 없다.
블레임 룩이라는 근본 없는 신조어가 사회현상처럼 자리 잡은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20여 년 전인 1997년, 탈옥수 신창원이 검거 됐을 당시 입었던 무지개색 티셔츠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소니사의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의 시장에 미소니 모조품이 자리를 차지하였다. 욕하면서 따라한다는 블레임 룩의 탄생배경이다.
더 한심한 것은 기사내용의 왜곡이다. 기자가 노비스 패딩이라 지적한 정유라 패딩은 해당 회사의 제품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기사가 뜨고 난 뒤 해당 브랜드를 수입,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는 "호기심에서 제품 확인을 문의하는 고객이 많아 이전 모델까지 모두 찾아봤지만 우리 제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손사래를 쳤다. 패딩의 디테일이 노비스와 많이 다르다며 해당 제품이 자사 제품이 전혀 아니라는 업체의 발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보를 낸 기사는 내려지지 않고 있다. 무책임하게 검증 되지 않은 원본기사를 복사해 올린 수많은 기사들 역시 버젓이 살아있는 상태다.
옷차림 뿐 아니라 최근에는 화장품, 액세서리, 신발, 심지어 립밤까지도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2016년 12월 6일에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삼성전자 부회장인 이재용이 바른 립밤의 브랜드와 가격 등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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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최순실이 검찰 출석 당시 신었던 구두가 아니라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한 사실 자체이며, 정유라가 덴마크에서 체포될 때 입었던 패딩이 아니라 그의 죄를 낱낱이 파헤치는 것이고, 이재용이 청문회에서 사용한 립밤이 아니라 청문회에서의 그의 발언과 정경유착의 부정부패 행태이다.
이러한 주객전도 현상을 방지하고 대중들이 ’변두리‘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려면 시민들 스스로가 질 높은 정치의식을 가지고 비판적 대중으로서의 태도를 보여야 하고 절대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또 다시 정치가들에게 미개한, 개·돼지 같은 대중으로 인식될 것이다. 자극적이고 쓸모없는 내용을 보도하는 언론에 힘없이 휩쓸리지 않는 똑똑하고 굳건한 시민으로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치부=4기 조나은기자]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진상 규명과 책임을 묻는 과정이 본래 의미에서 퇴색되어지고 있는 모습에 안타깝습니다. 발전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국민임을 인식한 만큼, 보다 성숙한 시민의 자세를 가져야할 것 같습니다. 이번?사태를 통해?상업적인 부분에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해 분별적인 태도를 가져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