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방법의 대규모 돌고래 사냥으로 악명 높은 일본의 다이지 마을. 이 마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전 세계에서 빗발치지만, 돌고래 판매는 다이지의 가장 큰 수입원이기에 다이지는 사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돌고래 전시를 금하는 법을 제정하는 여러 나라들이 있는 반면, 울산의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그 흐름을 벗어나 지난 9일 다이지에서 돌고래 2마리를 들여왔다. 다이지에서 장생포까지 35시간이라는 긴 여정을 겪은 이 돌고래들은 본래 전시용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두 마리 중 한 마리의 돌고래는 수족관에 들어 간지 5일 만에 폐사했다. 돌고래라는 한 생명체의 생사에 인간은 이토록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있는 전시용 돌고래 2마리. 오른쪽 돌고래가 지난 9일 다이지에서 도착한 돌고래이다.[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박설빈기자]
필자가 돌고래를 처음 만난 것은 호주 시드니에서였다. 질풍노도의 시기 중학교 2학년의 여름 방학, 생각이 복잡하고 삶의 고단함을 깨닫고 있던 시기, 부모님이 보내주신 나라 호주. 대자연의 모습을 거리의 벤치에 앉아서도 느낄 수 있는 나라, 호주. 그런 호주의 바다, 넬슨 베이에서 필자는 수십 마리의 돌고래가 배 주변을 맴돌며 점프, 점프, 또 점프 수차례 점프하는 것을 보았다. 야생의 정령들과 대면하는 그 순간, 저절로 겸손해 졌다. 바다에선 돌고래들이 주인이었고 우리는 그저 불쑥 나타난 손님이었다. 순간의 감동은 가슴 깊이 각인되었다. 다시 돌고래를 만난 것은 그로부터 1년 뒤. 울산 장생포의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수조에서 훌라후프를 넘고 공 던지기를 하는 돌고래들을 보았다. 가슴이 속 깊은 곳이 쓰라렸다.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하고, 무리 지어 생활하는 사회적 존재이며, 인간 못지않은 발달된 의사소통 체계와 자의식과 감정을 갖고 있는 고등동물이 비좁은 수조에서 인간이 시킨 동작을 강제로 해야 할 때, 그들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돌고래 조련사였다가 돌고래 보호운동가로 거듭난 릭 오베르의 명언 “인간은 수조에 갇힌 돌고래를 보며 돌고래의 생태에 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것은?미키마우스를?보고 쥐의 생태를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와 같이 살아있는 생명체를 단순히 인간의?눈요기와?흥미를?돋우기?위한?전시용으로 쓰는 것은 굉장히 무례하고 비윤리적인 행위이다. 발달된 지능으로 지구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음에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착각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한다.
관람객을 위해 좁은 수족관에서 준비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돌고래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박설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