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국가금연지원센터의 ‘노담’(청소년 흡연 예방 캠페인) 광고 가운데 하나가 그 내용이 금연 관련 공익 광고와는 적절치 않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노담’이란 ‘아니’와 ‘안 돼’ 등 부정적 진술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 ‘NO’와 ‘담배’의 합성어이다. 이 신조어는 보건복지부가 2020년 6월경부터 금연 캠페인을 벌이며 널리 알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와 부처 산하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는 작년(2020년) 6월부터 유튜브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계정과 ‘금사빠(금연 사랑에 빠지다) TV’ 계정, 페이스북 ‘보건복지부 금연캠페인’ 계정 등을 통해 노담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문제가 된 광고는 1월 4일과 5일에 걸쳐 각 계정에 게재되었다. 해당 광고는 약 2분 길이의 동영상 광고로, 청소년으로 설정된 배우들이 담배를 사용하는 4가지 일상적 상황과 전자담배를 피우지 말자는 내용이 담긴 마지막 1가지 상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상황은 고등학생 역으로 추정되는 2명(이하 A와 B)이 학교 강당에서의 체육 수업에서 교사에게 들키지 않고 전자담배를 흡입하려는 상황이다. A는 B에게 전자담배를 건네며 교사 몰래 전자담배를 피울 것을 미션(임무)으로 제안한다. B는 망설이지만, 곧 전자담배를 흡입하고 연기를 내뿜는다. 담배 소지가 교사에게 발각되는 듯했으나 걸리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전자담배를 알아보기 어려워하는 것에 A가 즐거워하는 것으로 첫 번째 상황은 마무리된다.
두 번째 상황은 B가 귀가 전 전자담배를 흡입하는 상황이다. A는 B에게 담배 냄새가 배어 가족들에게 흡연 사실이 알려지면 어떡하냐고 묻는데, 이에 B는 일반 담배를 피웠을 때는 아버지가 혼을 내지만 전자담배를 피웠을 때는 반려견도 알아채지 못한다고 답한다. 흡연 중인 B의 옆에는 한 마리 개가 있다. A는 머리를 내미는 이 개를 향해 전자담배의 딸기 향이 좋으냐고 물어본다.
세 번째 상황은 교실에서 A와 B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다. A, B는 책상에 여러 필기구와 전자담배를 내려놓으며 친구들에게 전자담배를 찾아보라고 말한다. 한 명이 전자담배로 생각되는 것을 골라 보지만, 필기구와 전자담배의 겉모습이 비슷해 맞히지 못한다. 곧이어 A는 전자담배를 들며 “봐도 모른다니까.” 하고 말하며, 주변에서는 “아, 이거 펜이랑 똑같이 생겼어.”라고 말한다.
네 번째 상황은 A와 B가 B의 집에서 식탁에 앉아 식사하려는 상황이다. A와 B는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여기서 진 A는 냄비 받침에 게임기 모양의 전자담배를 내려놓는다. 찌개가 담긴 냄비를 받침에 놓으려는 B의 어머니는 위에 놓인 것을 전자담배가 아닌 게임기로 보고, 게임기를 치우라고 말한다. B의 어머니가 뒤돌아서자 A와 B는 아무도 전자담배인 줄 모른다며 기뻐한다.
식사 후 A와 B는 B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B는 첫 번째에서 네 번째 상황까지 전자담배를 거리낌 없이 피우던 것과는 다른 태도를 취하며, 전자담배 또한 담배의 일종임을 재인식한다. 이어서 전자담배를 들고 있는 B의 손으로 화면이 확대되며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의 모습이 겹쳐 비치고, “아무도 몰라도 우린 안다. 전자담배도 담배라는 걸.”이라는 내레이션이 더해진다. 갑자기 B의 동생으로 추정되는 여아가 방에 들어와 전자담배를 가로채고 이게 무어냐고 물어보자 A와 B는 깜짝 놀라며 B는 전자담배를 뺏어 든다. “가장 솔직한 노담: 전담도 안 피움”이라는 자막, 내레이션과 함께, 전자담배를 버리는 B와 이런 B를 향해 잘했다는 A의 모습으로 광고는 끝이 난다.
광고와 관련해 여론의 입장은 싸늘하다. 대체로 담배인지 알아보기 어렵고, 냄새가 나지 않는 전자담배의 특성을 부각하는 것이 금연 캠페인과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전자담배 사용 상황과 금연 권장 상황 간 개연성이 떨어지며, 금연 권장 내용이 영상 뒤쪽에 제시되어 광고를 넘겨버리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16기 박지훈기자]
유튜브 ‘금사빠TV’의 게시물 댓글 창에는 ‘어떤 종류의 전담이 있는지 홍보하는 금연 광고 같네요’, ‘이렇게 전담 배우면 되는 건가요... 이게 청소년 흡연 권장 광고인지 금연 권장 광고인지...;;’, ‘ㅋㅋㅋㅋ실컷 담배 권유하는 영상처럼 만들고 마지막에만 쓰레기통에 버리면 끝임..??? 이거 누가 기획한 건데...’ 등의 광고 내용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코로나 방역 지침 미준수에 관한 지적도 제기되었다. 첫 번째 강당에서의 상황과 세 번째 교실에서의 상황에서 A와 B를 비롯해 5인 이상의 배우들이 출연하였는데,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이와 관련해서도 유튜브 ‘대한민국 보건복지부’의 게시물 댓글 창에는 ‘마스크 안 씌우냐 또 보건복지부 ㄹㅇ 해체해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와 비슷하게 약 보름여 전 SNS 계정을 통해 ‘집콕 댄스’ 영상을 게재하여 여론의 뭇매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예방으로 오랜 기간 집에 머무르는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층간 소음 문제와 촬영 과정에서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위험 문제가 제기되었다. 결국 정부는 문제 제기된 점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16기 박지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