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주변에서 외국인을 만나게 되는 것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의 수는 174만 명을 넘어섰다(행정자치부 자료). 이제는 원하든 원치 않든 외국인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할 때인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외국인은 무려 85만 2천여 명이며, 그중 45%는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까지 전국의 모든 초·중학교에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1인을 배치하였고, 2012년부터는 고등학교에도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를 100% 배치하는 확대 정책을 지방자치 단체들이 채택하고 있다. 이에 더해서, 최근에는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중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 원어민 교사를 고용하는 추세이다.
원어민 교사의 배치는 단순히 학생들에게 현지인의 발음을 가르쳐주는 것 이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수연 양(대구 덕원중 3학년)은 “아무래도 (원어민 선생님은) 현지인이니까 한국인 선생님보다는 영어를 훨씬 잘하실 뿐 아니라 부담 없이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기 때문에 원어민 선생님과 편하게 대화를 하는 가운데 즐기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다”라고 말하며 계속해서 원어민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싶다고 하였다. 서민지 양(대구 덕원중 3학년)은 원어민 선생님을 고용하는 것은 외국에 나가지 않고 한국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에서 오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경우, 현재 외국의 실제 사용실태에 맞지 않는 것을 배울 수도 있고 또 실생활에 적용할 기회가 많지 않아 숙달하기 힘들다는 등의 한계점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원어민 선생님 수업은 학생들에게 실생활과 관련된, 유용하고 효율성 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라는 의견이다. 이에 더해서, 서민지 양은 "실제 외국에서의 그 나라 언어 사용 실태, 문화와 관련된 내용, 그리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연습을 할 기회가 되므로 시험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교육의 병폐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서민지 양은 마지막으로 "시험 위주의 공부에서 벗어나 실질적 교육의 기회가 되고 외국어를 배우면서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까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므로 일석이조의 공부가 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실제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므로 어색하지 않은, 친숙한 언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원어민 선생님을 고용하면 영어 실력이 느는 것뿐만 아니라 외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고 외국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구 덕원중 중국어 원어민 교사인 왕잉잉 선생님은 한국에 오기 전에는 한국인들에 대해 보고 들은 것만을 토대로 판단을 해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다. 또 학생들이 너무 귀엽고 학생들과 동료 선생님들이 자신을 잘 도와주고, 이해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앞으로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수업을 하려면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김예린 양(대구 덕원중 3학년)은 “원어민 선생님이 하는 역할이 너무 적은 것 같다. 보통 한국인 선생님이 전반적으로 수업을 이끌어가고 (원어민 선생님은) 잠깐씩 도와주는 것만 해서 그것이 많이 아쉽다. 원어민 선생님이 수업을 이끌어가야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하며 현재 원어민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는 대신 단순히 발음 중심의 수업으로 보조만 하는 방식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러한 수업 진행 방식은 한국의 많은 학교들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인 만큼 많은 학생들이 비슷한 불만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교사와 강사들에 대한 인터뷰로 알게 된 보다 중요한 문제점은 교사나 강사라는 직업인으로서뿐 아니라 한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이들이 공유하는 어려움들이다. 언어가 달라 적응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로 기분이 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외국인들은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외국인 교사들이 한국을 떠난다. 대구 덕원중 영어 원어민 교사인 로렌 터너(Lauren Turner) 선생님은 "이번 방학 때 미국에 있는 본가에 다녀왔는데 모든 가족들이 다 걱정을 하며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했다"라고 하면서 한국에서 계속 일을 하겠다는 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어 학원 강사인 아마리 미호 씨는 한국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한 말이나 행동이 아님에도 문화가 달라 그런 말이나 행동 때문에 부담이 되거나 힘들어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한다. “결혼은 했냐? 왜 한국에 왔냐? 어디에 사냐?" 등과 같이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질문을 스스럼없이 던지는 것은 일본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아마리 미호 씨를 힘들게 하는 한 요인이 된다. 또 일본인이라고 하면 불쑥 과거사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도 무척 곤란을 느끼는 점이라고 한다. 버스를 너무 거칠게 운전하는 것도 적응하기 힘은 한 요인이다.
그러나 이 어려움들은 한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점차 약해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왕잉잉 선생님은 “가끔 중국인이라서 다르게 대우를 받아서 기분이 나쁠 때가 있지만 문화가 달라서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려고 한다. 그 사람들도 중국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멀리서 바라보고 좋게 생각하면 한국인들도 중국인들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하셨다. 아마리 미호 씨도 "가끔 힘든 점도 있지만, 외국인이라서 특별히 차별을 한다든가 하는 느낌은 크게 느끼지는 못했다"고 말하면서 "대부분의 어려움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것들이기 때문에 차차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외국인과 한국인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편견을 극복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선입견과 편견을 없애고 문화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외국인 선생님들과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고 있다. 대구 덕원중학교에서는 “Global Bridge"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외국 문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원어민 선생님과 소통을 하고 학생들은 외국 문화를, 선생님은 한국 문화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모임은 매주 목요일 방과 후에 1시간 동안 이루어지며, 원어민 선생님과 미국의 문화, 미국의 학교, 미국의 음식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더불어, 교외 스피치 대회 등 다양한 교외 활동에도 참여한다. 담당교사인 안명숙 선생님(대구 덕원중 영어 교사)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외국인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생각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윤혜원 양(대구 덕원중 3학년)은 "외국 경험이 없어 외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을 하고 소통을 하면서 영미권 문화에 대해 더 알게 되고 진로에도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의 학생들은 지난 8월 12일에 대구의 옻골마을에 방문하여 한복 등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원어민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Global Bridge의 참여자 중 한 명인 손보경 양(대구 덕원중 3학년)은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우리나라 전통을 체험한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하루 종일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한 것 같다"라고 했다.
세계가 하나가 되어 감에 따라 모두가 글로벌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요즈음, 외국인과의 소통은 다른 언어를 습득하는 일뿐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세계 속의 우리'를 만들어 나가는 데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정부와 학교가 원어민 교사들에게 보다 많은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학생들이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해 더욱 넓게 이해하게 된다면 한국의 학생들은 글로벌 인재로서의 실력을 더욱 잘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대구 덕원중 Global Bridge 프로그램의 종갓집 체험 후 단체 사진 (왼쪽부터 담당 교사, 원어민 교사, 참여 학생들, 그리고 종갓집 어르신)
[이미지 제공=대구 덕원중학교 영어 교사 안명숙,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국제부=5기 김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