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공= 원광여자고등학교 홈페이지]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매년 7월과 12월, 학기 말이 되면 교사들과 학생들은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느라 바쁘다. 학교생활기록부 (이하 학생부 또는 생기부)란 학생의 학적을 기록한 장부로, 학교 성적뿐만 아니라 학교에서의 특별 활동, 행동 특성, 신체적 발달 사항 등이 기록된다. 주로 해당 학생이 소속된 학급의 담임 교사에 의해 작성되며, 고등학교 혹은 대학 신입생 선발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현재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을 통하여 작성, 관리된다.
그러나 대다수 학교에서, 담임교사 혹은 교과 담당 교사가 마감 기한을 정하여 학생들에게 생활기록부를 교사의 관점에서, 형식에 맞춰 써서 가져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셀프 생기부'라고 불리며, 생활기록부의 신뢰도 측면에서 논란이 되는 문제이다. 교육부는 지난 2월 '2017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개선 및 유의사항'을 발표하여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도를 저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학생에게 학교생활기록부 서술식 항목에 기재될 내용을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사례를 절대 금지 [셀프 학생부 금지]'라는 내용을 언급할 정도로 강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실제 지켜지는 학교는 드물다.
'셀프 생기부'가 고등학교 내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또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원광여자고등학교 A 학생은 "기말고사가 끝나면 과목 선생님들이 전부 방학 전까지 날짜를 정해서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과목별 독서활동을 써오라고 하신다. 생활기록부 예시문을 주면서 메모장에 형식에 맞게 입력해서 제출하고, 12월에는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진로활동, 자율활동,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까지 전부 써서 내야 하니까 진짜 힘들다. 심지어 학생에게 받은 걸 그대로 입력하시는 선생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학생이 쓰는 항목도 학교별로 다르다. 위 예시와 같이 모든 항목을 학생에게 기재해오라는 경우,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만 써오라는 경우,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을 제외한 모든 항목을 기재해오라는 경우 등 다양하다.
이에 대해 원광여자고등학교 B 교사는 "원칙상으로는 당연히 교사가 써야 한다. 그렇지만 상식적으로 교사가 1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전부 작성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그 학생이 수업시간에 뭘 했는지 전부 알 수도 없다. 정말 원칙대로 써야 한다면 오히려 학생들이 쓰고 싶은 내용을 넣지 못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많은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써주려면 이 방법이 제일 빠를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서은유기자]
이처럼 생활기록부에 들어갈 내용을 학생이 직접 써서 내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 측에서 생활기록부에 들어갈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노트를 만들어 배부하고 교사가 생활기록부를 작성할 때 참고하는 방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생활기록부의 신뢰도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셀프 생기부'의 대안 없는 강력한 제재보다는 많은 학생들의 신뢰도 있는 생활기록부 작성을 위한 효율적인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