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김서희기자]
▲오후 1시 30분경 운영진과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는 모습이다.
2016년 8월 6일 낮 12시 강남역 10번 출구서 여성 혐오 살인 공론화 시위가 열렸다. 낮 12시부터 시작된 시위는 21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시위 장소엔 이날 서울에 비가 올 수 있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운영진 측에서 준비한 흰 천막이 세워졌다. 이 외에도 천막 한쪽엔 반가면, 쿨팩, 드라이아이스. 오랜 시위에 허기질 참가자들을 위한 간식 및 음료 등이 갖춰졌다. 시위 참가자들 앞엔 '또! 여자라서 살해당했다' '여성 혐오 범죄를 멈춰라'는 선간판이 섰다. 이번 시위는 여성 혐오 살인을 공론화하고 한국 사회의 만연한 여성 혐오에 항거하는 시위로, 오직 여성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시위엔 정치적 세력의 연대 없이 '여성 혐오 살인 공론화 시위'라는 다음 카페를 중심으로 각종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여러 SNS서 뜻을 같이하는 익명의 여성들이 100명 이상 모였다. 시위는 자유발언 없이 배포된 유인물에 기재된 구호와 '원더걸스-아이러니' '반짝반짝 작은 별' 등 가요와 동요를 개사한 시위 노래들로 진행됐다. 구호와 시위 노래는 시위 전 카페를 통해 공모한 것으로 구성됐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김서희기자]
▲'또! 여자라서 살해당했다'는 문구가 담긴 선간판이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김서희기자]
▲운영진 측에서 시위 참가자들에게 나눠준 유인물 속 구호이다
"여성 혐오 범죄 저지르지 마/목놓아 외쳤으나/침묵과 방관으로 가해하는/남자들도 가해자다!"
" 2015년 강력범죄(흉악) 피해자의 88.9%는 여성이다."
시위 참석자들은 "한국여성 조여 매는 아픈 코르셋" "어딜가나 성 상품화" "화장실 길거리 심지어 집까지/어딜 가나 남성들이 설치한 몰래카메라"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 구호는 몰래카메라, 도촬, 여성에게 씌우는 코르셋과 프레임, 성적 대상화와 시선 강간, 성 상품화와 여성 혐오 콘텐츠를 소비하고 행동하는 남성들과 소비하지 않더라도 이를 방관하고 침묵하는 남성들을 비판하는 구호들로 이루어졌다. 구호는 운영진의 선창에 따라 수십번, 수백번 반복됐다. 참석자들은 이외에도 "여성 1인 가구는 사회의 가장 주된 불안요인으로 범죄 발생, 남성 1인 가구는 국가 안보를 꼽았다." "강력범죄의 가해자는 남성이 98%로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피해자는 여성이 84%로 나타났다."과 같은 손팻말을 들어 대한민국의 여성 혐오의 실태를 드러내어 비판했다. 천막 한쪽에선 '여성 혐오 범죄 가중처벌 특별법'입법청원 서명을 받았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여성들도 이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한편 이러한 시위 현장에서 몇몇 남성들의 태도가 눈에 띄었다. 20~30대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허락 없이 시위 현장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내려 했고, 운영진들이 여러 번 이를 제지했다. 시위 참가자들 주변에서 "정신 나간 것들..."라며 비하적 발언을 하는 남성도 있었다. 오프라인뿐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 모 사이트에선 '사진 2장 찍고 튀튀할려했는데…'와 같은 남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시위와 관련된 네이버 기사 댓글엔 시위를 조롱하고 시위 참가 여성을 비하하는 댓글들이 달렸으며, 이에 분노한 여러 여초카페와 SNS엔 기사문 댓글 캡처본이 퍼지기도 했다. 이러한 일부 남성들의 행동 탓에 시위 참가자들은 더위에도 불구하고 신상보호 및 인터넷에 얼굴 사진이 올라가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가면과 마스크, 선글라스 및 선캡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야만 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김서희기자]
오늘 진행된 여성 혐오 살인 공론화 시위는 지난달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왁싱샵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서울 강남에서 1인 왁싱샵을 운영하는 여성이 손님으로 온 남성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었다. 가해자 남성은 유튜브에 올라온 한 남성 BJ의 인터넷 방송을 보고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온라인에선 이를 성적 의도를 담아 편집한 여성 혐오 콘텐츠가 여성 살인을 부른 것이라 비판했다. 이에 시위 주최측은 '아프리카TV 여혐 살인 공론화 시위'라는 카페를 개설했으나 이후 자신을 피해자의 유가족이라 주장한 한 누리꾼의 시위 반대 입장 표명으로, 시위 명칭과 내용 전체에서 왁싱샵 언급이 빠지게 됐으며 카페의 명칭 또한 '여성 혐오 살인 공론화 시위'로 바뀌었다. 시위의 방향은 모든 여성 혐오와 여성 혐오 살인에 반대하는 것으로 흐르게 됐다.
시위의 장소인 강남역 10번 출구는 지난해 5월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피해자를 추모하는 수천 장의 쪽지들이 붙어졌던 곳이다. 여성들이 여성 혐오에 대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의미있는 장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계속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시위가를 불렀다. "men stop killing woman" "난 난 꿈이 있어요/포기할 수 없는/간절한 꿈/여자란 이유로/죽지 않아도/되는 세상을..."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5기 김서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