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외국어고등학교(이하 경남외고)의 야심찬 전자기기 사용제한 규정이 시행된 지 두 번째 달을 맞이했다. 학생들은 규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고건우(18, 이하 고), 김정은(18, 이하 김), 최진주(18, 이하 최), 윤성국(18, 이하 윤) 이상 4명의 학생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박상민기자]
- 경남외고의 전자기기 사용제한 규정이란 10시 40분 이후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노트북 및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규정의 시행 목적은 학생들이 전자기기 사용시간을 줄임으로서 늘어난 자습시간을 통해 학업 성적을 향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규정이 학업에 있어서 본인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나?
고: 일단 전자기기규정 때문에 나는 공부를 좀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김: 규정시행 전에는 평소 주어진 시간이 많으면 오히려 공부 이외의 목적으로 전자기기를 사용하여 전자기기가 공부에 방해가 되는 요인이었는데 규정시행 후에는 집중력 향상으로 성적의 향상을 볼 수 있었다.
최: 아무래도 인터넷이 있으면 다양한 광고라든지 뉴스, 연예 이런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쪽에 빠지기가 쉽고 나도 종종 빠지긴 하는데, 그런 걸 애초에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서 스스로 줄이려고 애쓰기 보다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윤: 딱히 변화된 점은 없다.
- 전자기기 사용제한 규정이 목적에 부합해서 잘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나?
고: 공부를 하다 보면 모르거나 막히는 것이 있는데 그런 경우에 인터넷을 써서 찾아 봐야한다. 찾아보려면 (남자기숙사는) 여자기숙사랑 다르게 전자기기를 사용하기 위해 앞에 배치되어있는 테이블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사용을 하려다보면 (앞에 나가서 사용하는 동안) 집중한 정신이 흐트러지고 다시 처음부터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시간이 늘어나긴 하더라도 비효율적인 것 같다. 방금 내가 말한 것처럼 학습량은 늘어난다. 규제를 하니까. 하지만 자습시간에 전자기기를 사용하려면 앞으로 나가야 되고 또 시간제재가 있다는 압박감 때문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아 학습량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학습을 좀 더 잘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
김: 전자기기 사용제한 규정 덕에 성적이 향상되었으므로 규정이 목적에 부합해서 잘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 규정을 통해 학생들이 제한된 시간동안 자신이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딴 짓 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고 좀 더 체계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짤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학습이라든지 과제에 대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스스로가 시험기간에는 불필요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다른 학생들이 불필요한 전자기기사용을 하지 않도록 해준다는 점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윤: 원래 목적이라고 하면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노는 애들은 조금 놀이를 줄이고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텐데, (목적과 다르게) 놀 애들은 잘 놀고 있고 공부할 애들은 오히려 (규정 때문에 공부를) 못하고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 전자기기 사용제한 규정 때문에 본인이 겪었던 불편함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
고: 우리학교는 기숙사형 학교이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학교보다 과제를 많이 내주는 학교이기 때문에 과제를 하려면 자습시간을 쪼개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자습시간동안 전자기기 사용을) 규제를 해버리니까 정작 내일까지 (과제가) 제출인데 오늘 못했다 그러면 전자기기 사용시간이 지났음에도 몰래 사용하다가 걸리고 아니면 야간자율학습시간이 끝나고 기숙사에 올라가서 사용을 해야 하는 그런 불상사가 발생을 하는데 기숙사에 올라가서 사용을 하다보면 자는 시간이 한 두 세시 정도로 많이 늦춰진다. 그러다 보면 그 다음날 수업에 또 집중을 못하고... 이런 악순환이 발생되기 때문에 불편함이 있는 것 같다.
김: 나는 전자기기규정으로 성적향상을 볼 수 있었지만 수행평가 시즌 동안 전자기기 사용이 급할 시기에는 오히려 시간규정으로 인해서 불편함을 겪게 되었다.
최: 토론식이나 발표식 수업을 지향하는 학교 체제상 발표나 토론을 준비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못쓰게 한다는 것과 규정 자체에 집착을 해서 융통성 있게 규정이 적용되지 못 한다는 게 아쉽다. 또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 같이 협력해야 하는 과제들이 많은데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
윤: 시간이 아무래도 제한되다 보니까 빨리 마쳐야 하는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선생님 눈을 피해 밤에 기숙사에 올라가서 하게 되는 불편함이 있는 것 같다.
- 전자기기 사용제한 규정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말해 달라.
고: 나는 그냥 아예 통제를 안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가서 배치된 테이블에서 하다보면 집중력도 끊기고 되게 마음이 급해져서 내가 원했던 과제를 원하는 대로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서 (규정이)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
김: 수행평가 시즌에는 전자기기 사용 시간을 좀 더 늘려주면 불편한 점이 개선 될 것 같다.
최: 스스로의 역량을 너무 제한시켜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선생님의 눈을 피해서 다른데서 딴 짓을 하는 편법이 늘어나는 것 같다. 좀 더 체계적이되 융통성 있는 방법이 시행되었으면 좋겠다.
윤: 와이파이 속도개선과 (전자기기사용) 시간을 자유롭게 하되 (자습실) 앞에서만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60여 일 동안 전자기기 규정을 겪어온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니 전자기기 사용규정이 목적에 맞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개선되어야 할 점도 분명히 있었다. 앞으로 경남외고가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좀 더 규정을 발전시켜 학생들이 전자기기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4기 박상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