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부모를 직접 뽑고 점수를 매기기 시작한다.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페인트』(저자 이희영, 창비)이다. 어느 미래의 대한민국, 부모 없는 아이들을 모아 국가기관 소속의 NC 센터에서 태어난 연도와 번호가 붙은 이름으로 관리하기 시작한다. 미취학 아동을 관리하는 퍼스트 센터, 초등학교 입학 후 열두 살까지 교육하는 세컨드 센터, 그리고 열세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 부모 면접을 진행할 수 있는 라스트 센터. 센터에는 아이들을 언제나 보살피는 ‘가디’들이 있다. 라스트 센터의 가디들은 NC 센터의 아이들과 좋은 부모를 잇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한다. 아이들은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을 ‘페인트’라는 은어로 부른다.
주인공 제누 301은 대부분 페인트를 헛수고로 날린다. 성사되는 페인트가 없어 가디들은 제누를 걱정한다. 부모가 생기면 평범한 이름도 갖고 센터를 벗어날 수 있겠지만 자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각종 혜택과 보장 제도에만 침 흘리는 부모들이 가식적으로 느껴진다. 15점짜리 부모 밑에서 사는 것보다는 사회에 나가서 NC 출신이라고 낙인찍히는 게 더 나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NC 센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준비조차 덜 된 한 부부가 제누에게 찾아온다. 가식 떨던 부모에 지친 제누는 드디어 100점짜리 부모를 찾을 수 있을까?
청소년들에게는 직접 마음에 드는 부모를 뽑고 점수 매기는 것이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갑과 을의 관계가 뒤바뀐다는 상상만으로도 통쾌하고 짜릿하다. 부모 면접, 페인트는 우리가 이 책에 손을 못 떼게 하는 신선한 요소이자 매력이다. 더 나아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라는 틀이 무엇인지, 부모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과연 좋은 부모와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지 청소년의 시선에서 풀어나간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12기 송이림기자]
“우리는 더 좋은 부모, 더 능력 있는 부모를 기다리는 게 아닐지도 몰랐다. 그저 나와 인연이 닿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뿐일지도. 탯줄처럼, 신비한 끈처럼 이어진 누군가를 말이야.”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12기 송이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