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은 오목조목 붙어있는 꽃들과 달리 하나하나 묵직한 중량감을 가지고 있다. 그 존재감을 과시하며 하얀 봉우리를 피워 하늘을 쳐다보기도 잠시, 바닥에 떨어져 사람들의 바쁜 발에 밟혀 지저분해지고 추해 보이기까지 하다. 짧아서 아름다운 계절, 봄의 끝을 마주하면서 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11기 김서연기자] ▲책 '시를 잊은 그대에게'
모든 사람은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지만 사랑의 이별조차 아름답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과한 욕심이라고 화자는 이야기한다. 지는 동백꽃은 남기는 것 없이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져 버리며 자기 자신을 툭 떨궈버린다. 6행의 ‘동백꽃’처럼 사람들이 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작별은 연인을 뒤로하고 쿨하게 떠나거나 자신의 마지막 모습조차 연인에게는 좋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별보다는 헤어진 연인을 더 추억하고 아파하는 것이 그를 진정히 사랑했다는 증거이다. 9행에서 떠나는 이를 돌아보라고 간청하는 화자는 구름에 달처럼 유유자적하게 가듯이 청춘을 보내지 말고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헤어진 연인을 가는 데까지 붙잡아 보려고 하는 것 같다.
이별하면 연인과 함께한 순간들이 계속 생각나고 좋은 기억마저 부정적으로 비춰지며 사랑하지 않았으면 하고 후회하지만 꽃이 지는 것도 목련의 생의 일부인 것처럼 이별의 쓰라린 고통과 귀에 쟁쟁하고 눈에 삼삼한 기억들도 사랑의 흔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억의 비늘들과 미친 사랑의 증거’는 사랑하고 남은 잔해로 이를 통해 아낌없이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라고 복효근 시인은 전한다. 마음껏 앓기 원하는 것이다. 이별이 피딱지처럼 남아 상처가 되어도 그 상처를 조금만 더 오랫동안 간직하며 연인을 추억하고 싶은 화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목련은 뒤끝이 지저분한 사랑이 아니라 그 끝마저 사랑하는 순수함이다. 목련처럼 중량감 있는 묵직한 사랑을 하고 이별이 마주하는 모든 고통을 겪고 연인과 헤어지는 것이 바로 바람직한 청춘의 사랑이고 <목련 후기>의 주제가 아닐까.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11기 김서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