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6기 이원준기자]
최근 생명과학계에서 텔로미어 연구가 활발하다. 텔로미어는 세포 속에 있는 염색체의 양 끝단에 붙어있는 반복 염기서열로 세포 분열 시 유전정보를 담은 DNA가 손상되지 않도록 완충하는 역할을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노화로 인해 짧아진다.
텔로미어 연구로 잘 알려진 빌 앤드루스 학자는 완벽한 생활방식을 유지한다면 텔로미어가 줄어드는 속도를 최저의 속도로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몸에 맞는 음식을 선별하고 조금씩 자주 먹고 있으며, 담배를 피우지 말고 비만해지지 않도록 하며 운동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초기에 신체의 노화에만 관련된 줄 알았던 텔로미어는 최근에는 정신적 분야로 그 영역이 넓어졌다.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엘리자베스 블랙번 박사의 2004년 연구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20세에서 50세 사이의 60여 명을 대상으로 아이가 건강한 그룹과 만성 질병에 시달리는 그룹으로 나누어 수년간 그들의 스트레스 지수와 세포의 노화 속도를 검사하였다. 두 그룹 모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세포의 노화 속도와 텔로미어의 짧아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엄마의 경우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속도가 매우 높았으며 그 결과 만성 스트레스가 텔로미어를 짧게 만든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텔로미어를 길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4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는 meditation과 relaxation을 서로 비교했는데, 명상을 하면 텔로미어를 유지하게 해주는 텔로머라아제를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자살자의 텔로미어 길이와 정상인의 텔로미어 길이를 비교하여 자살자의 텔로미어 길이가 짧은 것을 확인했는데 자살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현저하게 짧았다. 이처럼 텔로미어의 길이는 신체의 노화의 지표를 넘어서 정신적 지표라고도 볼 수 있다.
텔로머라아제는 텔로미어에 붙어서 염기성을 재생하고 길이를 늘어나게 해주어 노화를 늦출 수 있는데, 그렇다면 텔로머라아제의 수치가 높을수록 좋은 것일까. 그러나 이 텔로머라아제의 수치가 너무 높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바로 높은 암 발병률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암세포에도 텔로미어가 있으며 아무리 많이 분열해도 텔로미어는 짧아지지 않아 노화하지 않는다.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정인권 교수는 텔로머라아제가 텔로미어와 만나는 과정에 필요한 SRS F11 단백질을 발견했는데, 이것을 없애면 암세포의 세포 분열을 정지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로 발견하기도 하였다. 암세포에서 텔로머라아제의 활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면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게 만들어 암세포의 세포 분열을 멈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대부분 암에서는 텔로머라아제에 의해 텔로미어가 유지되지만 약 15%의 암에서는 텔로머라아제가 없는데도 텔로미어가 유지되고 있다. 이 암들이 어떻게 텔로미어를 유지하는지 알아내면 이런 암들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는 노화와 관련된 가장 심각한 질환인 치매에도 텔로미어가 중요한 단서가 되지 않을까 해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늙고 병들며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암과 치매를 넘어 건강하게 장수하고자 하는 생명 연장을 향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진시황제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불로초는 바로 우리 몸 안에 있다.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텔로미어를 길게 유지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IT·과학부=6기 이원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