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가 개최한 미래세대토론회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 아띠홀에서 약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김해온기자]
미래세대토론회는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토론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한 운명을 결정짓기 위해 마련된 시민 참여단에 청소년들이 배제되어 있다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 개최됐다.
실제로 시민 참여단은 전화로 진행된 설문조사에 참여한 2만여 명 중, 숙의 과정에 참여 의사를 표명한 500명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구성했으며, 총인원 중 50대 이상이 45%를 차지한다.
이날 미래세대토론회에는 서울지역 17개 고등학교 학생 106명이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양측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건설 중단 측은 윤순진 서울 대학원 교수(이하 ‘윤 교수’)가, 재개 측은 김명현 경희대 교수(이하 ‘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
건설 중단 측의 입장을 설명한 윤 교수는 60여 개의 지진 활성단층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부산항과 조선, 자동차, 석유 화학 공장 등의 경제 핵심시설이 위치한 고리에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를 추가 설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8기가 가동 중인 고리에 5·6기를 추가 설치하면 총 10기가 한곳에 있게 되는데, 이 밀집된 원전으로 인해 사고 발생 위험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만일 신고리 5·6호기 건설로 인한 원전사고가 일어난다면 고리 지역에 거주하는 382만 명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어 윤 교수는 핵폐기물의 증가에 따른 환경오염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총 고준위 핵폐기물 1만 5천 톤으로 상당하며 신고리 5·6호기를 건설하면 핵폐기물이 3,600톤이 증가한다. 이러한 핵폐기물은 치명적인 방사선을 내뿜기에 최소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어떤 국가에서도 처분장소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덧붙여, 윤 교수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생기는 7조 원의 비용을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재생에너지를 발전시켰을 때 일자리가 효과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를 통해 더 큰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건설 재개 측의 입장을 설명한 김 교수는 신고리 5·6호기의 안전을 강조했다. 실제로 김 교수는 안전성이 약 99.9999%에 이른다고 확언했다. 신고리 5·6호기는 기존 원전보다 더 튼튼하며 경주지진의 63배 큰 에너지인 규모 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고리 인근에 내진 설계 시 고려해야 할 활동성 단층은 없으며, 한국에서 규모 6.5 이상은 발생하기 어렵다는 기상청(한국지질연구원)의 견해로 신빙성을 확보했다. 이어 사고 발생 시 고리 인근 거주민 382만 명의 임시 대피 처 또한 생각해놓았음을 밝혔다.
●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
다음으로 김 교수는 원전으로 인한 방사선 영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언하며 원전 주변 방사선량의 목표치는 0.05 mSv인데 반해 1인당 연간 자연 방사선량은 2.4 mSv, 암 치료를 할 때 방출되는 방사선량은 6,000mSv임을 나타내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자료를 제시했다.
또한, 사용 후 핵연료는 각 발전소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조 수조와 월성의 건식 저장 시설에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기에 방사능 유출 위험성이 낮다고 발언했다. 덧붙여, 땅속 자연 암반에 보관하는 심층처분방식의 안전성이 검증되어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 신고리 5·6호기의 예상 온실가스 감축량이 매년 756만 톤임을 주장하며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이 중단되면 LNG 발전이 대체하여 전기를 생산하게 될 것이고 이때의 발전비용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증가할 것임을 밝혔다. 실제로 신고리 5·6호기가 60년간 생산할 1조 2,509억 kWh의 전기를 LNG 발전으로 대체하게 되면 총 122조 원의 비용이 추가되고, 연료 수입 비용은 99조 원이 증가하여 막대한 외화가 해외로 유출된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4억 5,420톤의 이를 것임을 밝혔다.
윤 교수와 김 교수의 양측 설명이 끝나자, 고교생들에게 의문점을 직접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질문과 답은 양측 교수의 순서와 횟수를 지켜 차례대로 진행됐다.
이어서 서로의 입장을 설명한 내용에 대해 반론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다. 김 교수가 “비행기와 선박도 위험하지만 탈 수밖에 없다. 사고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라고 발언하자 윤 교수는 “그런 사고와 원전 사고를 동일 선상에 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간적, 범위 적으로만 봐도 차이가 확연할 뿐만 아니라 비행기, 선박 사고는 피해자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인 데 반해 원전 사고는 세계적인 피해를 초래한다”며 반박했다.
또한, 김 교수가 “천연연료는 개발해도 최대 20%이기 때문에, 나머지 80%는 가스에서 확충해야 한다. 덧붙여, 천연연료를 사용할 때 1위가 태양광자원인데 태양이 뜨지 않는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며 의견을 묻자 윤 교수는 “천연연료엔 태양광뿐만 아니라 바이오매스, 풍력, 조력, 풍력과 같이 다양한 자원이 존재한다”고 반론했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이미 많은 방사능에 노출되어 있으니 큰 영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김 교수의 입장 설명 때의 발언에는 “그래서 더 추가적인 방사능에 노출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발제와 질문·답변, 반론 시간이 종료되자 학생들이 조를 이루어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 테이블에 있는 종이들에 새롭게 알게 된 점과 자신의 의견을 적은 후 각 조의 모더레이터의 진행 아래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그 후 각 조의 의견을 발표하며 각자의 지견을 넓혔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김해온기자]
이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건설 중단 측의 핵심내용으로 ▲앞으로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할 필요가 없다 ▲원전은 위험성이 너무 커 신고리 5·6호기를 건설하는 것보다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 ▲원전은 사고 위험성이 높으며 신재생에너지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원전 사고 위험에 대한 국민부담이 크다 등으로 추렸다.
반면 건설재개 측의 핵심내용은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원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 ▲원전은 설계·시공·관리만 잘하면 안전하다 ▲신재생에너지를 지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하기에는 경제성 부족하다 ▲공정률 29%인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2조9000억 원이 증발하고 경제적 손실이 크다 ▲위험성이 확실하게 아는 전문가의 의견을 중시해야 한다 등으로 정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이 나왔다. 11개 조별로 의견을 모은 결과 건설 중단은 5개 조, 건설재개는 1개 조, 기타 의견은 5개 조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미래세대토론회의 토의결과는 동영상으로 제작되어 시민 참여단에게 전달되며 신고리 5·6호기 건설지역인 울산 울주군 주민들의 동영상 인터뷰 또한 시민 참여단에 제공된다. 이에 따라 시민 참여단은 전문가 의견과 함께 미래세대, 지역주민들의 의견도 수렴할 수 있게 됐다.
오는 10월 13일, 공론화위원회(8인)와 시민참여단(500명)은 2박 3일간 진행되는 종합토론회를 통해 토론하고 각 의견을 반영하며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결정지을 예정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4기 김해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