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김수영 시인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중 일부이다.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시이다. 작고 사소한 일에는 화를 내면서 크고 본질적인 일에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은 화자가 기자 본인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뉴스를 보며 ‘최순실 게이트’에는 분노하면서 광화문 거리에 나가 촛불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모습이 비슷하다고 느껴 김수영 문학관에 방문하게 되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 청소년 기자단 4기 김주연 기자]
김수영 문학관은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해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40분 까지 이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문학관은 1층과 2층에 전시실이 있으며 내부에는 김수영 시인의 시와 평론, 산문과 일상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문학관에서 본 시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시는 '거대한 뿌리'였다. 보통 시를 생각하면 아름다운 언어와 글들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시에는 시인의 감정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다. 시인의 화와 분노는 욕설로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다.
김수영 시인은 매우 강하고 굳건한 사람이었다. 시인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러하였다. 후배들과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한 후배가 기사까지 달린 자신의 외제차로 모셔다주겠다며 권한다. 김수영 시인은 자신이 그 차를 왜 타야하며 화를 내고 술에 취한 채 시내 버스를 타러 간다. 종점에 내려 길을 가던 김수영 시인을 졸음 운전하던 버스가 들이받아 김수영 시인은 두개골 파열로 사망하게 된다.
김수영 시인이 죽기 전에 쓴 마지막 시가 바로 ‘풀’ 이다. 풀이 바람에 의해 누웠다가도 스스로 일어나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인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집회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풀은 바람만 불어도 눕혀지는 약한 존재이다. 촛불 또한 그렇다. 촛불은 작은 바람이 불면 꺼지지만 수천의, 수만의 촛불이 모여 불가능하다고 하던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김수영 시인은 죽기 전 이런 민중의 힘을 알았던 것이 아닐까.
김수영 문학관에 방문해 다양한 김수영 시인의 다양한 산문과 시를 읽는다면, 자신이 몰랐던 문학의 세계에 좀 더 깊이 알아가고 현대 사회는 어떠한지, 또 자신은 그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 = 4기 김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