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팬택의 본사 건물에 붙어있던 간판을 내리는 모습, 이미지 제공=http://blog.naver.com/ultrayoung,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파산 직전에서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이하 쏠리드)에 극적으로 인수되며, 부활하나 싶었던 팬택이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기업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이치이지만 전성기 시절 벤처기업의 신화라 불리며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달성했던 기업인 만큼 다시는 만나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팬택은 현재 특허 3,000여 건을 해외로 팔아넘기고 있고, 본사 건물은 (주)한샘에게, 김포 공장은 경매에 넘어간 상태이다. 예고되었던 OS 업데이트도 물거품이 되었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IoT 사업조차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치달았다. 또한, 쏠리드에 인수되어 `뉴팬택`이 출범하며, 소비자들에게 약속되었던 해외 사업 진출은 물론, 신제품은커녕 기업 운영도 영위하지 못하게 되었다.
뉴팬택의 출범, 그리고 IM-100의 실패
[팬택이 야심 차게 출시한 IM-100의 실물 사진, 이미지 제공=http://blog.naver.com/ultrayoung,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1년 7개월의 2차 워크아웃을 딛고, 화려하진 않지만 특별한 부활을 한 팬택은 이후 해외에서 V950이라는 이름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며 재기의 신호탄을 쏘았다.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도하고 있고, 저가 시장은 중국 제조사들의 돌풍이 도드라지므로, 2016년 6월, 중저가 시장에 IM-100이라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팬택 스마트폰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오던 IM이라는 모델명을 이용해 신제품을 IM-100으로 명명, `내가 돌아왔다`라는 언어유희를 이용하여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출시된 지 10일 만에 초기 물량인 3만 대가 동날 만큼 인기가 많았다. 이후 젊은 층들을 겨냥한 SNS 광고와 과거 맷돌 춤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박기웅을 광고 모델로 선정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을 뿐 연말까지 3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했으나, 결과적으로 그에 절반도 못 미치는 13만여 대로 완벽한 실패가 되었다.
사실 IM-100의 실패는 출시 때부터 예상된 절차였다. 팬택의 사정을 고려해 출시 시기를 앞당기다 보니, 초기 물량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해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 물이 들어오던 시기에 노를 젓지 못했다. 또한, 중저가 스마트폰임에도 40만 원이 넘어가는 모호한 가격에 스냅드래곤 430을 탑재하며 보급형이라고 보기에는 가격면에서 무리가 있어 보였다. 또한, 번들로 제공되었던 `스톤`이라는 이름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무리하게 끼워 팔며 출고가 상승을 조장했고, 카메라의 성능 또한 기대 이하였다.
본디, 높은 사양의 스마트폰을 의도하고 출시한 것이 아니기에 성능은 부족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쉬운 성능에 모호한 가격이 공존했던 IM-100을 소비자 관점에서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었다. 불투명한 기업의 미래는 A/S의 불투명함과 같으므로 오랜 기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취를 감춰온 팬택은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IM-100은 그렇지 못했고 결국?실패작으로 남고 말았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2014년 10월부터 시행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은 스마트폰 보조금을 규제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아주 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법안 중 하나이다.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주어지는 불법적인 보조금을 방지해 모든 소비자가 공평하고 평등한 가격에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게 한 법안인데, 이로 인해 전반적인 스마트폰 구매 보조금이 줄어듦에 따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축소되었고 결국, 소비자들의 소비 위축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팬택이 이 단통법에 찬성했었다는 것인데, 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 스마트폰 기업인 LG전자와 팬택은 단통법에 찬성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의도했던 것과 달리 단통법이 시행됨에 따라 소비가 축소되는 분위기가 커졌고, 그에 따른 영업부진이 결국 자본 잠식으로 이어져 기업의 전반적인 운영에 큰 타격이 갔다. 나중에는 법원에 탄원서까지 제출하여, 스스로 무덤을 판 행태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소비자들에게 불법적인 보조금을 제공한 SKT, KT, LGU+(이하 이통사 3사)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총 두 달여를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앞서 2차 워크아웃이 확정되며, 위기가 닥친 팬택은 후속작인 베가아이언2를 서둘러 출시해 적자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었으나, 이통사 3사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며, 물량을 더는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수 판매가 90% 이상인 팬택은 다른 기업에 비해 이통사 3사의 영업정지로 인한 영향이 컸고, 결국 팬택의 재정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부족한 성능과 무모한 가격 책정
소비자들은 대기업의 제품 일명 `메이커`라 불리는 유명 기업의 제품을 사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명 기업보다 비교적 이름값이 떨어지는 팬택은 동 시기에 나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인 출고가를 책정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이는 곧장 판매 저하로 연결되었고, 더 나아가 재정 악화와 그로 인한 구조조정까지 이어졌다.?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무리하게 뛰어든 결과였다.
팬택은 `베가`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인 스마트폰 출시를 이어왔는데, 부족한 하드웨어적 성능과 소프트웨어적인 최적화의 문제가 있었다. 일부 제품은 버그가 자주 발견되었고, A/S도 부족했다. 이로 인해 `베레기`라는 오명을 안았다. 고질적인 하드웨어적, 소프트웨어적 특성을 극복하지 못하며, 성능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되어, 이도 저도 아닌 겉도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삼성의 독주, 애플의 추격
[2008년부터 2015년까지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이미지 제공=http://cafe.naver.com/worldrank,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팬택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물러나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로 굳어져 가는 추세이다. LG전자는 2017년 3월 출시한 G6가 부진하면서 2017년 2분기, 1,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게 되었다. 전작인 G4, G5를 연이어 실패하며 반등을 노리던 LG전자는 G6의 실패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며, 경쟁작인 갤럭시 S8의 성공과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곳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독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독주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제에도 영향이 있겠으나,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질 낮은 제품을 비싼 값에 사게 되는 등 시장 권력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점유율은 상향곡선을, LG전자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던 팬택의 몰락은 아쉽기만 하다.
쏠리드의 팬택 매각
2017년 5월 팬택을 인수한 쏠리드는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IoT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특허와 연구자료를 팔아치우며 `특허 먹튀`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어서 2달 후에는 IoT 사업 매각을 공식화하며 `특허 먹튀`는 현실화되었다. 매각된 주요 특허 중에는 애플에 11건, 골드피크 이노베이션즈에 230건을 넘기며, IT 사업에 제일 중요한 특허와 기술이 해외로 팔려나갔다. 해외로 주요 기술들이 유출되며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어쩌면 쏠리드는 처음부터 팬택을 살릴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재기작이었던 IM-100의 실패, 운영의 미숙 등 무조건 쏠리드의 탓을 할 수는 없다. 정말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팔아넘겼을 수도 있다. 씁쓸하지만 시장의 이치에 따라 팬택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 3년이 넘었던 `희망 고문`의 대장정은 끝이 나고 말았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IT?과학부=5기 정용환기자]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