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 -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최다인기자]
영화 <핵소 고지>는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전쟁 중에서도 가장 참혹하고 또 치열했던 오키나와 전투를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이다. 전쟁영화라 스토리보다는 액션과 전쟁씬이 주가 될 것이라는 많은 편견들이 생기기 쉽지만, 멜 깁슨 감독은 보란 듯이 그런 편견을 부숴버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는 '비폭력주의자'이자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데스몬드.T.도스 병사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다룬다.
종교나 신념의 이유로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데스몬드 도스(앤드류 가필드 역)는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있는 가정환경에서 자란다. 아버지의 폭력이 날이 갈수록 도를 넘고, 결국 어머니에게 총까지 겨누자 도스는 결국 그 총을 뺏어 아버지의 머리에 겨눈다.
-"그래도 넌 죽이지 않았잖아."
-"마음속으로는 이미 그를 죽였어."
어머니의 만류 때문이었을까, 그는 결국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총을 겨눴던 자신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도스는 그날을 계기로 비폭력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진다.
'다시는 총을 손에 대지도 않겠다.'라고 다짐하던 그는 소중한 사람들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총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의무병으로 군에 자원입대한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군에 입대한 도스. 여러 훈련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던 그였지만, 그의 신념에 따라 필수 수행과정 중 하나인 집총훈련만은 거부한다. 기강과 단체생활, 그리고 '총'을 기반으로 하는 군대에서 데스몬드 도스는 그저 성가신 이단아일 뿐이었다.
-"이 중대에서 내 지휘를 받는 한 내 명령에 복종한다."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도스는 한 손에 총 대신, 신념과 의지를 꼭 쥐고 전쟁터에 뛰어든다. 그들이 투입되었던 핵소 고지는 오키나와 전투 중에서도 미국과 일본의 접전이 가장 치열하게 이루어졌던 전쟁터였다. 여기서 많은 관객들이 너무도 참혹하고 잔인하게 묘사된 전쟁장면에 눈살을 찌푸렸으나, 그만큼 전쟁의 참혹함을 사실성 있게 묘사한 감독의 기술에 감탄을 자아냈다.
-"하나님, 대체 제게 무엇을 바라시는겁니까...?"
-'의무병, 의무병! 도와줘! 살려줘!'
폭탄으로 자욱해진 시야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총성과 동료들의 비명소리, 그 참혹한 전쟁 현장에서 도스는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기적 같은 일을 해낸다. 비무장 상태로 총기 하나 소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하면 죽어버렸을 부상자 75명을 맨손으로 구출해낸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실제 인터뷰 장면에서 데스몬드.T.도스 병사는 이렇게 말한다.
-하늘에게 기도했습니다. "please help me get one more(제발 한 명만 더 구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한 명을 구하고 또 기도했지요. "please help me get one more."
[ 이미지 촬영 -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최다인기자]
작중 또한 눈에 띄는 것은 데스몬드 도스 역할을 맡은 앤드류 가필드의 뛰어난 표현력이었다. 전쟁영화의 주연으로는 너무 유약한 이미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감독이 왜 그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는지 몸소 느끼게 될 것이다.
버지니아 출신의 주인공을 연기하기 위해 지역 특유의 억양까지 구사하며 순박한 연기를 펼치는 앤드류 가필드는, 정말 그가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에서 스파이더 맨 역할을 맡았었나, 하고 의심하게 될 정도이다.
영화 <핵소 고지>는 단순히 전쟁의 참혹함을 환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좀 더 나아가 신념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개인의 시각으로 판단하고, 편견을 가지고 한 사람을 좀 더 '일반적'이도록 강요하는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한다.
이제 우리는 또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과연 다른 이에게 우리의 신념을 강요할 자격이 있을까? 정녕 우리가 믿어왔던 신념은 옳은 것일까? 영화 <핵소 고지>는 우리에게 이러한 의문점을 제시하면서 막을 내린다.
[대한민국 청소년기자단 문화부 = 4기 최다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