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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수비, 주루 모두 수준 미달이었다. 쿠바와의 평가전 2연전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최근 고척돔에서 열린 한국의 1라운드 두 경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때까지는 2라운드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대만과 네덜란드의 경기에서 네덜란드가 6-5로 승리하며 그 희망조차 지워버렸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개최국 한국이 홈에서 한 번 제대로 굴욕을 맛봤다. 6일 오후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1라운드 1차전 이스라엘과의 개막전에서 한국은 상대 마운드 공략에 실패하며 1-1로 맞선 연장 10회 혈투 끝에 결승점을 내줘 패했다. 김태균(3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과 이대호(5타수 무안타 2삼진) 등 중심타선의 침묵이 패배로 이어졌다.
마운드 역시 2점밖에 내주지 않았지만, 볼넷을 9개나 내주며 WBC에서 가장 중요한 투구 수 관리 부문에서 불합격 점을 받았다. 한국은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베테랑과 마이너리그에서 빅리그 진입을 노리는 선수들 위주로 팀을 짠 이스라엘보다 객관적 전력상 한 수 위로 여겨졌지만 역시 야구공은 둥글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우선 제어가 안 돼 볼로 가다 보니 기회를 주게 됐고, 우리 역시 결정적인 기회에서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기의 결과는 뉴욕 타임스가 ‘WBC 최대의 하극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한국 야구 팬들은 물론 세계 야구 팬들에게까지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스라엘이 개막 전부터 이번 대회의 복병으로 여겨지긴 했지만, 야구랭킹 세계 3위(2017년 3월 8일 현재 세계소프트볼연맹 기준) 한국이 20위 아래인 이스라엘에 패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날인 7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무기력한 모습으로 5-0이라는 굴욕적인 점수로 패했다. 한국프로야구를 경험한 네덜란드의 베테랑 선발 릭 밴덴헐크는 국내 타자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을 초반부터 압박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반면 한국은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네덜란드의 가장 큰 강점은 공수를 겸비한 메이저리그 출신 내야진이었다. 메이저리거에게 사이드암이 익숙지 않은 유형이라는 점을 고려한 김인식 감독이었다. 그러나 선발 맞대결은 밴덴헐크의 완승이었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무기로 4이닝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압도했다. 반면 우규민은 3과 2/3이닝 6피안타 3탈삼진 3실점으로 부진했다. 1회 말 주릭슨 프로파에게 2점 홈런을 맞는 등 네덜란드의 강타선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이스라엘전에서 1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던 타선의 무기력 또한 이어져 돌파구를 찾는 데 실패했고, 2패를 안게 되었다. 2013년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이다. 이제는 한국 야구의 현주소를 고찰해볼 때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프로야구가 침체기에 빠져있었는데, 2006년 WBC,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과 2009년 WBC 준우승으로 한국야구는 정점에 올라섰다. 어느덧 800만 관중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것은 독이 되고 말았다. 선수단의 규모와 몸집은 날로 커지고 있으나 기량은 퇴보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기본기는 예년만 못했다. 날로 늘어가는 관중들 속에 프로다운 플레이는 없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토종 에이스들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여전히 프로팀 감독들은 성적을 위해 불펜에 의존하는 야구를 했고, 강속구를 던지는 유망주는 불펜으로 마구잡이로 실전에 투입되어 혹사당했다. 자연스럽게 외국인 투수들이 선발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으로 변질했다 리그에서는 3할 타자가 20~30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거품이 상당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타자들은 리그에서 보여줬던 폭발력은 없었다. 지난 2015년에 열렸던 프리미어12에서도 문제점이 확연히 나타났다. 그러나 누구도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리그만 돌입하면 1~9번까지 누구나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세계수준에 한참 미달하는 투수 수준, 그리고 자만심이 지금 이 현실을 만든 것이다. ‘준비가 부족했다.’ ‘전력이 약했다.’ 와 같은 추상적인 분석은 시간 낭비다. 철저한 반성과 동시에 지난날 영광을 잊고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한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4기 하재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