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의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요즘엔 개그맨들이 뉴스에 밀려서 힘들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최근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높지만, 한편으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도 언론의 제 기능을 못하는 공영방송에 대한 분노도 심화된 상황이다. 얼마 전에는 광화문 촛불 집회를 취재하러 현장에 나간 시민으로부터 짖어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다고 한다. 사태를 방관한 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인 것이다. 하지만 공영방송 몰락의 결정적인 이유는 일선 기자들이 아니다. 그들 또한 이명박근혜 정권 아래 신념을 위협받고, 또 몇몇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다가 평생을 바쳐온 직장까지 잃어버린 피해자일 뿐이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2008년 낙하산 사장의 선임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는 그들의 투쟁과정을 담았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당시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이 YTN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후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 투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여섯 명의 기자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들 중 세 명은 해고 유효 판결을 받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편 MBC에 2010년 선임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김재철 사장은 파업을 주동한 노조 집행부를 해고했고, 박성제 기자와 최승호 PD는 뚜렷한 해고 사유도 없이 해고당했다. 능력 있는 기자들과 PD들이 떠난 MBC는 보도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어쩌면 이 상태에서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엄청난 오보는 필연이었을 것이다. 정권의 ‘신임’을 얻고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뉴스데스크의 2%대 시청률이었다.
아래는 상영 이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Q. 최순실 게이트 이후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지 궁금하다.
조승호 기자(이하 조): 현재는 권력 감시의 역할을 잘하고 있으나 국민들은 일시적이지 않고 꾸준한 언론을 기대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항시적인 권력 감시의 유지가 가능해야 한다. JTBC의 경우에도 현재는 잘하고 있지만 손석희 사장 이후에도 잘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Q.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구조적 방안이라 함은 무엇이 있는지.
최승호 PD(이하 최): 지배 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공영방송의 사장을 뽑는 방식은 낙하산 인사 선임이 가능한 구조이다. 이사는 여권에서 7, 야권에서 4의 비율로 내세운 인물이 그대로 선임되기 때문이다. 이를 여야 7:6에 전체의 3분의 2가 찬성해야만 통과되는 식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중도적 사장을 뽑는다 해도 정부측의 회유와 협박이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보도조직은 독립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더불어 편성위원회를 사측 5, 사원 5의 비율로 구성하여 보도 시정이 가능한 장치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Q. 기자들의 생각이 보도에 아예 반영이 안 되는 구조인가? 기자들의 소신 보도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조: YTN 사태 이후 생긴 말 중 하나가 ‘데스크권’이다. 이전에는 기자가 데스킹 과정에서 얼마든지 반론을 제기할 수 있었지만 2008년 이후 이 같은 행위를 ‘데스크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하면서 징계를 내리기도 한다. 토론을 활발하게 했었던 조직문화가 실종된 것이다. 세월호 오보도 이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Q. 대안언론을 후원하는 것 외에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면 또한 복직 후 첫 보도로 내보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최: 일단 후원이 중요하다. 또한 SNS를 통한 공유도 큰 도움이 된다. 가능한 한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복직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MBC를 반성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를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 나는 개인적으로 교장을 보직제로 하자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다. 또한 스승의 날을 2월로 하면 어떨까 하는 내용도 다루고 싶다. 2월은 학기가 다 끝난 시점이기 때문에 대가성이 없이 순수하게 감사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Q. 이상적인 공영방송의 책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 외국의 경우 BBC와 같이 편향되지 않고 용광로처럼 여론을 형성하는 훌륭한 언론사들이 있다. 사실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중요한 책무이다. 사회가 문제해결을 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청자가 각자 보고 어느 언론사를 선택할지 결정할 수 있게. YTN은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가장 빠르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각각의 언론사들의 특징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JTBC도 주인이 있는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일 뿐이다. 정권이 바뀌고, 사장이 바뀜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되찾을 때다. 하루빨리 '그들'이 복직이 되고, 언론의 정상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4기 백민하기자]
공영방송이 어떻게 하면 정상화되는지에 대해 알고 갑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