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현실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기름을 끼얹는 언론을 보며 우리는 한탄한다. 언론이 자신의 본분인, 정권을 감시하는 역할의 의무를 잊은 지금 딱 맞는 영화가 상영 중이다.
[이미지 촬영 =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임하은기자]
7년 간 싸워온 자랑스러운 언론인의 이름으로.
지난달 30일, 본 기자는 부산 영화의 전당 인디플러스 필름 시사실에서 ‘7년 그들이 없는 언론’(감독 김진혁)을 관람하였다. 평소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영화의 내용 또한 궁금하였기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의 내용을 하나도 알아보지 않고 영화를 관람하였는데 예상했듯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다소 우울하였다. 정당한 것을 요구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언론인들이 갑작스레 직장을 잃거나 중징계를 받는 안타까운 장면들이 영화를 채워나갔고 그때마다 관람객들은 언짢은 한숨과 어이없는 조소를 흘려보냈다. 영화가 가지는 핵심 화제는 ‘정경유착(政經癒着)’을 방불케 하는 현재 정치와 언론의 연관성에 관한 것이었고 그로 인한 영화의 목적은 지금의 언론이 얼마나 반성할 것들이 많은지, 그것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과 훗날 이런 사단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것들을 기억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지난날과 반복되는 현실.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YTN 신임 사장으로 이명박 대통령 대선 당시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이 내정된다. 이것에 반발한, YTN에서 몇 년간 부지런히 YTN을 위해 일해오던 기자들은 노종면 기자를 중심으로, 낙하산 사장의 선임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게 된다. 그들은 구본홍 사장의 출근길에서도, 사장실 앞에서도 반대 시위를 했고 나중엔 단체 파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은 이상하게 흘러가며 구본홍은 거세게 반발한 기자들을 상대로 중징계와 해고라는 터무니없는 징벌을 하사하게 된다. 이때 해고를 선고받은 기자는 총 13명이었다. 그 와중에 그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던, 그들의 선배였던 배석규 전무는 2009년 8월 구본홍 사장의 돌연 사퇴 후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물려받는다. 나중에 그 이유를 살펴보니 ‘YTN 인사 보고 현황’은 배석규 전무를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이며”라고 말하고 있었다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유다. 이때까지는 위에서 꽂아준 YTN의 사장이었지만 배석규는 현재 한국케이블 TV 방송 협회장이 되어있다. 얼마나 그 생존력이 대단하고 유명하면 미디어오늘에 한 기자는 그를 “베어 그릴스(=영국 디스커버리 채널 ’Man vs. Wild’에서 진행자로 세계 오지 야생에서 언제나 살아남아 ‘생존왕’이라는 호칭이 있음)도 울고 갈 생존왕”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겠나.
영화에 등장하는 어리바리한 사장이 또 한 분 계시다. 바로 MBC 사장으로 위촉되었던 김재철 사장이다. 이 분도 위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으로 사장 자리에 앉았으며 사장 역할을 지내는 동안 MBC의 인기 많고 착실했던 여러 직원들을 향해 칼날을 들이밀었다. [PD 수첩]을 이끌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배경으로 ‘자백’(감독 최승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최승호 PD와 실질적으로 파업을 실행했던 박성제 기자회장, 세월호 보도 참사에 대한 사과의 글을 올렸던 권성민 PD가 모두 피해자이다. 영화에서 이 분은 관람객들에게 아마 가장 많은 웃음을 주었을 것이다. 기자회견 도중 한 기자의 질문에 얼토당토않은 대답을 하거나 도망 다니는 자신에게 김재철 사장이냐 물었을 때 그런 사람(자신)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런 장면들에서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과연 정치인이 최고의 코미디언이라 말하고 싶다.
지금도 모두에게 진행형인 ‘좋은 언론’ 찾기
생뚱맞은 징벌이었기에 몇 달 후에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기자들은 무참히 무시당했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몇 명의 기자들은 3심까지의 재판에서도 해고 무효 선고를 받지 못했다. 아직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청춘을 바쳤던 회사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 해직기자는 그 7년 동안 많은 것을 시도했다고 한다. 처음 회사에서 해고되었을 때는 그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날로 심해져 스트레스를 풀 어떤 것을 찾기 시작하면서 하나둘씩 시작해 본 것이 작은 텃밭 가꾸기와 마라톤이라고 했다. 영화는 마라톤을 달리는 기자를 배경으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난 아직도 그 장면에서 봤던 어두컴컴한 시간과 힘겹게 달리는 기자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영화는 관람객에게 ‘좋은 언론’을 찾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 방법이 그들 안에서 어떻게 표현될지는 모른다. 이 글을 보는 모든 이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며 ‘좋은 언론’을 함께 해주기를 바라는, 그런 소소한 소망을 말해본다.
영화는 전국의 인디 영화 극장(서울 아리랑시네센터, 필름포럼, 인디스페이스, 더 숲 아트시네마, 에무시네마, / 부산 아트 씨어터 C+C, 영화의 전당, 국도예술관 / 대구 오오 극장 / 경상 안동 중앙시네마, 씨네아트 리좀 / 경기 헤이리 시네마)에서 상영 중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4기 임하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