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17기 장예원기자]
국제수로기구 'IHO'는 공식 해도집을 개정하며 앞으로는 동해의 공식 명칭을 고유 식별번호, 즉 숫자로만 표시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각종 역사적 갈등은 외교전으로 이어져 왔고, 그중 하나가 동해 표기 외교전이다. 30년 전부터 IHO의 공식 해도집에서는 우리가 동해라고 부르는 바다는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되어 왔으며, 일본은 이 사실을 이 동해의 명칭에 대한 "일본해 단독 표기" 주장의 근거로 삼아왔다. 국제수로기구의 공식 해도는 세계 각국에서 바다 이름 표기 시 표준으로 삼는 기준으로, 이번에 IHO의 결정은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동해 표기 외교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동해 표기 운동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일제 강점기였던 1929년, IHO 해도 제작 지침서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초판에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있는 바다를 '일본해'라는 명칭으로 단독 표기하였으며, 이는 1937년 출판된 2판과 1953년 출판된 3판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어왔다. 그러다 1997년, 우리나라 정부는 IHO의 제15차 회의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았고, 2002년 제작된 S-23 4판에는 동해 부분이 백지 표기되었으며, "동해 병기냐 일본해 단독 표기냐"에 대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갈등이 심화되자 2017년 국제수로기구는 '당사국인 남한과 북한, 그리고 일본은 비공식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라'고 의결했다. 그 결과 남북과 일본은 영국과 미국과 더불어 작년에 비공식 협의를 2차시 개최하였고, 올해 9월 동해를 포함한 바다의 이름을 고유 식별 번호로만 표기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남한과 북한, 일본, 그리고 영국과 미국이 비공식 협의 과정을 통해 만장일치로 승인한 보고서의 내용은 IHO에서 과거부터 사용해온 해도 제작 지침서 S-23은 새로 개정하지 않고, 대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시스템을 토대로 둔 S-130이라는 해도 제작의 새로운 기준을 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결정된 S-130에서의 동해 숫자 표기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와 일본은 "누가 이겼나"에 대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오던 "동해 병기"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결정된 안이 "양국의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한 안이라 평가"하고 있으며, "'일본해 명칭'의 표준적 지위가 격하되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일본 정부는 동해의 숫자 표기 결정에 대해 S-23 상에서는 아직 '일본해'가 단독 표기되어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었으며, "종이에는 일본해가 남는다"는 발언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