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란, 마치지 못한 일을 마음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이유로 미완성 효과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심리학자인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이 음식을 주문받는 웨이터에게서 우연히 발견했다. 웨이터는 수많은 주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주문한 메뉴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계산을 끝낸 후 자이가르닉은 웨이터에게 자신이 주문한 메뉴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느냐고 물었지만 웨이터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 이를 토대로 자이가르닉은 주문 처리 전, 즉 일을 완결하기 전에는 주문 내용을 기억하려 노력하지만, 주문이 끝나면 기억할 필요가 없어지기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현상을 정의했다.
자이가르닉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참가자 164명을 A집단과 B집단으로 나누어서 실험을 진행하였다. 두 집단에게 모두 간단한 과제를 주었지만, A집단에게는 과제를 수행할 때 아무런 방해를 주지 않았고, B집단에게는 과제를 도중에 중단시키거나 다른 과제로 넘어가도록 했다. 과연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 자이가르닉이 진행한 실험의 결과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9기 하예원기자]
이렇듯 자이가르닉은 실험을 통해 완결되지 못한 일이 완결된 일보다 더욱 잘 기억되어짐을 입증해 보였다. 그리고 자이가르닉 효과는 꽤나 많은 현상을 뒷받침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이 있다. 첫사랑이 완결되어 지속적인 인연으로 이어진다면 기억 속에만 묻어두지는 않는다. 다만 이어지지 못하고 그 시절의 향수와 함께 기억 속에 남는 것이 첫사랑이기에, 많은 이들이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또는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가 해당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사건·사고를 경험한 후 발생할 수 있는 정신 신체 증상들로 이루어진 증후군이다. 끔찍한 재난이나 심리적 외상을 겪은 사람은 큰 심리적 충격을 받는다. 따라서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완결되지 않아 다시 그 일이 반복되어 일어나는 듯한 재경험을 하게 된다. 완결되지 않는 지난 기억에 의해 정신적 아픔을 겪는다는 면에서 일종의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드라마의 한 회가 아주 극적인 장면에서 끝나는 것 역시 자이가르닉 효과를 겨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미완결된 드라마를 완결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시청자에게 주입하여 다음 회차의 시청률을 유지·상승시키려는 의도이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마케팅 업계가 가장 중시하는 효과 중 하나이다. 비슷한 기능·성질을 기본으로 두지만, 외관상의 차이를 두거나 혹은 그 반대로 하나의 시리즈를 만든다. 이때 시리즈를 구성하는 하나의 제품을 만들며 기능적으로 약간의 부족함을 두어 본사의 타 제품 구매를 유도한다. 이후 같은 시리즈의 제품들을 결합하거나 같이 쓸 때 나는 시너지를 확대하여 홍보한다. 이는 한 시리즈의 제품을 모두 구매해야지만 최종적으로 완결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란 생각을 소비자에게 주입하려는 의도이다. 마케팅에서의 자이가르닉 효과는 디드로 효과(하나의 물건을 구입한 후 그 물건과 어울리는 다른 제품들을 계속 구매하는 현상)와도 큰 관련이 있다.
여기서 자이가르닉과 웨이터의 이야기를 읽고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단순히 그 웨이터의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다면?'이 바로 그것이다.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하지만 자이가르닉과 웨이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유념해야 할 것은 자이가르닉 효과가 개인의 능력과 특성보다는 웨이터라는 직업 자체의 특성에 더 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레스토랑의 웨이터로 일한다면, 다양한 주문을 빠르게 기억하고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기억력 향상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서 일하든 상관없이 웨이터라는 직업 자체에는 항상 손님의 주문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그대로 이행하며, 주문에 따른 값을 지불했는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바로 이 특성에 더 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에 대하여 무의식중에도 끊임없이 생각을 하며 매듭을 지으려는 기질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오래 기억하고, 성취된 사랑이나 대인관계보다는 실패한 관계나 첫사랑을 더 오래, 또는 자주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복잡한 사건들의 발생과 인지적 과부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시대에서, 사람들은 빨리 결과를 확인하고 머릿속에서 비워내기 바쁘다. 항시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면 어떤 것이든 빠르게 비워내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현시대의 자이가르닉 효과를 만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당부할 말이 있다면, 완결에 집착하여 자이가르닉 효과에 시달리는 일은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미완결이 완결이 되어가는 과정도 중요하며, 미완결의 미학도 중요하기에 각각을 존중해야 함을 잊지 말자.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9기 하예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