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족 70%, 동복과 춘추복 디자인·재질·보온성·활동성 개선 필요
동복, 실용적이지 못하다···표준 교복 첫 세대, 맞지 않는 교칙 적용
교복의 본래 역할인 격식과 학교 상징은 사라져
강원도 교육청이 학부모의 교복비 부담 해소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표준 디자인 교복 사업’은 그 목적을 일부 달성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하지만 다수의 학생이 표준 디자인 교복 중 동복과 춘추복(이하 동복)의 디자인·재질·보온성·활동성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고, 표준 디자인으로 인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본 사업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만큼 강원도 교육청은 해당 문제에 대한 대책을 간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부터 강원도 교육청은 학부모의 교복비 부담과 소규모 학교 학생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강원도 교육청이 전문가들과 함께 확정한 표준 디자인 교복을 각 학교가 선택하는 ‘표준 디자인 교복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강원도 내 표준 디자인 교복을 이용하는 중·고교는 45개교(2017년 6월 기준)이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국민 10대 공약’에 포함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6기 이형섭 기자]
그러나 표준 디자인 교복이 도입되고부터 이용하는 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3일까지 강원도 내 표준 디자인 교복 사업 대상 학생 77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 의견이 70%로 집계됐다.
불만족 원인으로는 ‘디자인’이 50%로 가장 많았으며, ‘재질’이 28%로 그 뒤를 이었다. 학생들은 “마이 재질이 싫어요.”, “디자인이 상당히 심각하고, 재질도 두껍기만 하고 방한에 도움을 주지 않음.”, “마이는 무겁고, 맨투맨은 목이 잘 늘어남.”, “패딩과 마이를 같이 입어야 하는 교칙을 따르는 학교에서는 활동성이 매우 부족하며, 마이의 무게에 비해 보온성이 좋지 않음.”, “따뜻하지 않음.”, “동복의 재질이 너무 빳빳하여 팔 움직이기가 매우 불편하고, 너무 무겁다.”, “디자인은 유치원 원복처럼 생겼음. 마이는 두꺼워서 그 위에다 패딩까지 껴입으면 꽉 껴서 못 움직임. 마이 재질 진짜 구라 하나도 안치고 부직포임. ㄹㅇ(‘진짜, 진짜의, 진실된’의 뜻을 가진 영단어 real을 한글로 표기하는 ‘레알’의 초성. [네이버 오픈 국어사전]) 가격만 비싼 잠옷임.” 등의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 조사에 참여한 학생 82%가 동복을 이용하고 있고, 제시된 비판들 모두가 동복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과 재질, 보온성과 활동성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족 원인은 동복으로 한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표준 디자인 교복을 이용하는 중학생 강 모 군은 학생들의 불만족 여론이 가장 높은 동복에 대해서 “동복 마이는 보온 효과가 없는데도 한겨울에 두꺼운 외투를 입을 때 안에 껴입어야 해서 실용적이지 못한 것 같아요. 또 보온 효과가 부족하고, 재질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학생들이 있어, 누군 입고 누군 안 입어서 교복 같지도 않아요. 마이는 부피도 부피인데 거기다 무거워서 움직임이 둔한 경우가 더 있고, 먼지가 잘 달라붙는 재질에 무겁고 보온 효과가 없어 실용적이지 못해요. 부피가 커서 마이 위에 외투를 입는 한겨울에도 불편하고, 활동할 때 몸이 둔해지기도 해요. 세탁기에 빨면 옷이 줄어들어서 세탁소에 맡겨야 하기도 해요.”라며 표준 디자인 교복이 ‘실용성’이라는 목적이 있지만 실제로 이용하는 입장에서 볼 때 실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칙은 교복 마이까지 입어야 그 위에 겉옷을 더 입게 허용하는 데 불편하다 보니 학생들은 마이를 입지 않고 겉옷만 입어서 복장 불량으로 선도에 많이 적혀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교칙을 수정하면 좋겠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죠.”라며 교복과 맞지 않는 교칙을 적용받아 겪는 고충이 많다고 말했다. 교칙이 표준 디자인 교복 기준이 아닌, 본래 각 학교의 교복 기준으로 제정돼 있기 때문이다. 처음 적용되는 시기라는 점으로 고려했을 때 이런 문제가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표준 디자인 교복을 이용하는 첫 세대의 학생들에게 무분별한 피해를 강요하는 것을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6기 이형섭 기자]
표준 디자인 교복이 도입되고부터 교복의 본래 역할인 격식과 학교 상징이 사라지기도 했다. 현재 표준 디자인 교복을 이용하는 중학생 강 모 양은 격식을 갖춰야 하는 여러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표준 디자인 교복을 이용하지 않았던 선배들이나 다른 학교 친구에게 교복을 빌려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교복 디자인이 격식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강 모 양은 “칙칙한 색상이 학생들의 개성을 드러내기 힘들고, 21세기에 맞지 않는 디자인인 것 같아요. 표준 디자인 교복 사업의 대상이 아니었던 선배들은 교외에서도 당당하게 교복을 입고 다니는데, 저희는 자신감이 하락하고 소극적이게 되는 것 같아요. 원래의 교복은 정장 스타일이어서 격식이 갖춰졌는데, 저희 교복(표준 디자인 교복)은 정장 스타일이 아닌 야구 잠바, 맨투맨 스타일이라서 격식을 갖추기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교복 대신 정장을 따로 마련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부담되는 비용은 표준 디자인 교복이 아닌 본래 각 학교의 교복을 구입했을 경우와 비슷하거나 더 많아진다. 이와 함께 강 모 양은 “표준 디자인 교복이 도입되고부터 각 학교의 특징이 없어지게 됐어요. 여러 학교의 청소년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누가 어느 학교에서 왔는지 구분이 힘들어져요.”라며 “교복을 입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교복이 학교를 대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표준 디자인 교복을 입으면 그런 목적이 사라지게 돼요.”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6기 이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