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2월 8일에 1차 협상안 타결
- 2020년까지 영국의 EU 잔류 기정사실화
- 2차 협상에서 EU-영국 차기 무역협정이 주요 의제
2017년 12월 8일, 영국과 유럽연합(EU) 간의 1차 협상안이 타결되었다. 이 협상안에서는 상대국에 거주하는 국민의 권리 보호, ‘이혼합의금’이라 불리는 영국의 EU 분담금 정산,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의 국경문제 등을 주요 의제로 하였다.
갈등을 빚었던 이혼합의금과 관련해서 영국은 EU에 400억 유로(한화 약 53조)에서 500억 유로(한화 약 66조)를 여러 해에 걸쳐 지급하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약 300만 명에 달하는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시민들의 권리를 EU 탈퇴 이후에도 보장하기로 하였다. 12월 4일 협상 결렬의 주된 이유였던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의 국경 문제에 대해서는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에 속하는 아일랜드의 국경 개방 상태를 유지하기로 결정되었다. 당초 영국 측에서는 이민과 통행의 자유 제한을 가장 큰 EU 탈퇴 이유로 꼽은 만큼 아일랜드와의 국경 통과에도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아일랜드 측에서는 북아일랜드 평화과정 위협을 이유로 국경 통과 제한을 반대해왔다.
이러한 1단계 협상이 마무리되고 EU와 영국은 2차 협상에 돌입하였는데, 2차 협상의 주요 의제는 브렉시트 이후 EU와 영국 간의 무역협정이다. 영국의 EU 단일시장 탈퇴가 확실시되었다는 점과 2019년 3월 이후 브렉시트가 현실화되어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이 주요 사항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22일(현지시각) 영국 인디펜던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브렉시트 협상팀이 EU 측이 제시한 '노르웨이식 전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1월 24일(현지시각)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의 발표에 따라 브렉시트로 인한 실질적인 변화는 약 2년간의 ‘전환 기간’이 끝나는 2021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공식 확인되었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은 하원 EU 위원회에서 EU 전환 기간 동안 유럽사법재판소 관할권, EU 시민의 이동 자유 보장, 그리고 예산 분담 기여 등을 모두 받아들이며 EU의 규정들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 발표하였다. 이는 모두 전환 기간 동안 기존의 EU 단일시장과 동일하게 교역하는 조건으로 합의된 것이다. 결국, 영국은 2020년까지 EU에 잔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최근의 EU 무역협정인 EU-캐나다 자유무역협정 협상 기간이 7년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EU와 영국의 무역협정은 기존의 자유무역 협정을 기반으로 하여 2019년 3월 전까지 단시간에 합의를 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전환 기간의 채택으로 약간의 유예 기간이 발생하였으나 이를 고려해도 시간이 촉박한 만큼 EU와 영국은 무역협정 타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택 가능한 무역모델에는 무엇이 있나?
현재 가장 유력한 무역협정은 EU-캐나다 모델과 노르웨이식 모델이다. 12월 21일(현지시각) EU가 EU-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과 동일한 방식의 무역협상을 브렉시트 무역협상 최종안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하였다. 아직 제대로 된 무역 협상 조건을 내놓지 않은 영국 측에서는 EU-캐나다 무역협정의 ‘plus plus plus’ 협상을 원한다고 하였으나 EU의 입장이 강경한 만큼 영국 측에 유리한 무역 협정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U-영국의 차기 무역협정이 띨 수 있는 형태는 크게 5가지가 있다. 하드 브렉시트의 현실화 방안인 WTO(세계무역기구) 모델, 노르웨이식 모델(유럽 경제 지역), 터키식 모델(관세 동맹), 스위스식 모델, 그리고 EU-캐나다(포괄적 경제무역협정) 모델이다.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신유진기자]
하드 브렉시트, 즉 “no deal”이 현실화될 시에는 EU와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들 간의 가장 기초적인 세계무역기구의 규정들만 따르는 무역협정이 체결되나 이는 영국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며 1차 협상안과 전환 기간 수용 조건들을 보았을 때 당초 일부 전문가들이 예상하였던 하드 브렉시트 하의 무역 협정은 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확인되었다.
유력한 EU-캐나다 모델은 캐나다와 EU 간 서비스 산업 무역이 크지 않기에 서비스 산업을 관세 제외 구역에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이는 영국 산업이 금융 서비스 산업에 상당한 비중(약 80%)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치명적인 문제로 보인다. 영국 측에서는 EU-캐나다 자유무역협정에서 서비스 산업을 관세 제외 구역에 포함시키는 무역 협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EU에서 일관되게 영국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는 행동)’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 만큼 EU-캐나다 모델 채택 시 이에 대한 협의는 상당한 갈등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환 기간’에 대한 합의가 ‘노르웨이식 전환’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영국과 EU 간의 무역 협정은 현재 노르웨이식 무역 협정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유력함을 시사한다. 노르웨이는 EU 회원국은 아니나 유럽 경제 지역(EEA)에 가입해 있어 EU와 경제적으로 상당히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다만 단일시장에서 나오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 영국의 입장에서 노르웨이식 모델과 동일하게 EU 예산을 분담하고 EU의 사법권을 인정하며 단일시장에 접근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또한, 노르웨이식 모델 하에서는 분담금을 내지만 유럽연합의회에 참가하여 투표를 통해 EU 문제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
특히, 영국이 금융서비스를 관세 제외 구역에 포함시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얻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런던에 위치하고 있는 대규모 은행들이 프랑스와 독일로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금융 서비스 접근 제한을 통해 영국과 프랑스 측이 얻는 반사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매출액 기준 세계 1위의 다국적 회계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은 독일 금융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이다. 이미 영국에 있던 노무라, 스탠다드차타드 등 글로벌 은행들이 EU 지역 본부를 프랑크푸르트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브렉시트 이후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약 3000~5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EU 측에서는 올해 여름 영국에 문서화된 협정 초안을 제시할 예정이며 바니에 EU 협상대표는 탈퇴협정, 전환기 협정, 미래 관계 협정 등의 사안이 모두 2018년 10월까지는 마무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경제부=5기 신유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