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우철기자]
‘어항 물 제때 갈아주지도 않으면서 온갖 생색내는 주인 때문에 애먼 물고기들만 고생합니다.’
얼마 전부터, 학생들의 집단 폭행사건이 뉴스에 연이어 보도되며 다시 한번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들의 소행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이번 사건들로 교육부의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조치,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 조용히 넘기려 한 학교 측의 과실 등 현재의 학교폭력 대응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 중 한 부분인 ‘사회의 계급화’. 아직 뚜렷한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어린 친구들일수록 이러한 나쁜 문화의 유입을 가볍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 채 학교폭력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된다. 이렇듯 학교폭력의 원인에는 우리 사회가 작지 않은 책임을 안고 있지만, 현실은 수박 겉핥기식 예방 및 대응으로 학교폭력을 해결하려 든다.
한 사례를 예로 들면,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학생들은 매년 2회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설문지 형식 또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는데 대부분 학교가 많은 학생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교실, 컴퓨터실 등 교내에서 수업시간을 이용해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수년째 진행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의 학생이 주로 학교 안에서, 특히 같은 반 학생에게 학교폭력을 당한다고 응답한 결과는 제대로 보기는 한 것인지, 결국 이런 식일 거면 조사는 왜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공간 안에서 시행되어 나타난 이 수치가 진실을 말한다고 할 수 있을까? 반대로 어른들의 사회는 직장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문화인지를 생각해보면 학생들에게 무리한 걸 넘어서 불가능을 요구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런 식의 허술한 과정을 통해 지난 7월에 발표된 ‘2017·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의 결과를 보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0.9%밖에 나오지 않는다. 100명 중 한 명 정도만이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다 알지만, 그들만 모른다. 그러나 이 결과를 갖고 그동안의 노력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위험 인식이 향상된 결과라고 자화자찬하는 교육부의 모습을 보면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혼자 끙끙 앓고 있을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렇게 엉터리인 학교폭력 예방 정책은 전부터 이미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예측이라도 한 듯, 심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창살이 되어 학교 창문에 박혀버렸다. 지난 16일, 졸업한 후 처음으로 취재차 방문한 모교는 도심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푸른 자연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지금 이 학교에 다니는 후배들은 내가 6년 동안 활짝 열린 창문으로 바라보던 아름다움을 차가운 창살 너머로 밖에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이, 학교생활 중 지친 머리를 창밖에 내밀어 시원함을 느끼던 소소한 행복마저 누리지 못하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내가 6학년이던 당시, 학교 측에 물어본 창살의 설치 이유는 ‘학생들의 안전상 문제’라는 답으로 돌아왔다. 실제로 2012년, 대구시교육청이 학교 건물 3층 이상의 창문을 20~25cm만 열리게 하는 장치를 설치하도록 지시하여 자살 방지 대책이 아니냐며 논란이 된 적이 있는 걸 보면 이 또한 무엇을 의미하는지 유추해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안전상의 이유라 해도 적잖이 높은 위치인 2층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창살(그들 말로는 ‘안전장치’) 없이 위험을 안고 학교생활을 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 살면서 학생들이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듣는 말이지만 그런 아이들이 심한 표현을 빌리자면 ‘잠재적 자살자’로 규정되어 차가운 창살 밖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규제받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당장으로서는 교내에서 학생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선생님들부터 학생 개개인의 더 깊숙한 상처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제도의 필요성을 느끼며 교육청과 교사들이 의견을 잘 수렴하여 근본 있는 정책들을 수립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치부=4기 이우철기자]